1월 초입니다. 남편과 아들과 저는 가까운 사천으로 드라이브를 떠났지요. 그때 등에 혹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을 하고 3일 차였어요. 2일째 집콕을 하니 정말 신선한 바람을 쐬고 싶더라고요. 새해도 되고 해서 가까운 절에 가봤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닌데 그냥 우리 가족은 절에 가는 거 좋아합니다. 부처님을 뵙고 올 한 해 더도 말고 건강만 주시라 빌었습니다. 점심으로는 근처에 있는 기사식당에 가서 불고기백반을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아들은 불고기보다는 미역국이 더 맛있다며 미역국 맛집이라고 했어요. 아들, 좀 조용히 말해! 뭐, 이런 경우 다들 있잖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배가 불렀던 저는 단잠에 빠졌습니다. 그 운전자 옆에서 자는 거 상당히 똥매너라고 많이들 하시던데 이날은 몸이 아팠기 때문에 용서해 주소서. 20분가량 단잠에 빠졌던 저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습니다. 눈앞에 신호등 불이 주황색으로 바뀌고 있었고 저는 멈추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빠르게 통과하려던 남편은 뜬금없는 고함에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낮췄고, 그 찰나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뀌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동시에 탄식을 터트렸습니다. 신호 위반에 걸린 것 같네요. 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해부터 나라에 돈을 갖다 바치게 되었습니다.
2주가 지났지만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행이라며 안심하고 있었는데 방심했네요. 학원에서 돌아오던 아들은 우편함에서 고지서를 1장 가지고 왔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개봉하는데, 아뿔싸 위반 지역이 그 길이 아니었습니다. 엄마 생신 잔치를 하고 댁에 모셔다 드리면서 남편이 과속카메라를 못 보고 위반한 고지서였습니다. 남편은 꿈에도 모를 일입니다. 아들과 나란히 고지서를 보던 저는 황당했습니다. 시댁과 저희 친정 가는 길은 자주 다녀서 뻔한데 그걸 걸리다니요.
일이 많아 남편이 이틀째 야근을 하고 또 아침 일찍 출근해 버렸습니다. 오후 5시가 되자 아들은 오늘은 아빠가 언제 오냐며 성화네요. 그래서 아들에게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귀가 시간을 묻고 집에 반가운 손님(고지서의 정체를 숨겼네요.)이 도착했다고 전하라 시켰습니다. 통화를 마친 아들이 오늘은 아빠가 9시쯤 도착한다고 말해줍니다.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 앞에 무료하게 널브러져 있던 아들과 저는 아빠 맞이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일단 반가운 손님인 과태료 고지서를 현관문 앞에 갖다 붙여놓고, 아빠가 들어오면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기로요. 드디어 삐삐삐삐삐빅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편이 이거 뭐야 하는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아들과 저는 신나게 막춤을 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벌금 딱지 축하합니다.”
남편은 뜬금없는 축하 이벤트에 같이 춤을 춥니다. 가장이 귀가하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다들 하시죠? 갑자기 찾아온 손님 덕분에 우리 집은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뭔 춤을 추고 난리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이왕 받은 건데 물릴 수도 없고 재밌잖아요. 얼굴 붉히며 짜증 내봤자 도움 될 것 하나 없습니다. 그냥 이렇게 웃으며 넘어가는 거지요.
저녁은 먹었다는 남편을 위해 아들이 디저트를 준비합니다. 그 디저트는 바로 아들이 만든 컵케이크입니다. 이건 아들이 방과 후 수업에서 만들어 온 정성이 듬뿍 담긴 케이크입니다. 제가 먼저 맛 좀 보자고 졸랐지만 아들은 아빠 줄 거라며 끝까지 손도 못 대게 했습니다. 아들의 사랑을 먹고 있는 남편이 부럽습니다. 그깟 30000원은 떡 사 먹었다 생각하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