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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Aug 04. 2023

1. 탄생,  삶의 시작

우리 둘째 태명 이야기 

우리 둘째의 태명은 태권브이였다. 왜 이런 태명을 지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산부인과에서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며 알려주신 그 힌트, ‘길쭉한 게 보여요.’를 듣자마자 남편과 나는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태어나라는 뜻으로 태명을 지었다. 참고로 나는 태권브이가 만화영화에 나온 로봇이라는 것만 알지 실제로 만화를 본 적은 없다. 나보다 3살이나 많은 친언니는 애를 낳아본 적도 없으면서 나에게 사람한테 로봇 이름을 붙이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소한 충고를 아주 가뿐히 귓등으로 넘겼다. 


  첫째 때와 달리 나는 입덧도 거의 하지 않았고 마음도 여유로웠다. 막달이 가까워진 2013년 여름, 나는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그렇게 수박을 먹어댔고, 우리 태권브이는 초음파로 담을 수 있는 경계선을 뛰어넘을 만큼 크고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효자 아들은 또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새벽에야 세상에 나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마침내 우리 태권브이는 9월 8일 아침 9시경, 4.36kg이라는 기록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한 번도 세상에 태어나 탑을 찍어보지 못한 아빠를 뒤로하고, 우리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당일 출생아 중 몸무게로 탑을 찍으며 엄마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었다. 조리원에 있는 보름간 우리 아들은 다른 신생아들과 달리 검은 머리카락과 뽀송뽀송한 피부를 뽐내며, 또한 멋진 이름으로 간호사 이모들의 사람을 듬뿍 받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작은 몸으로 그렇게 큰 아이를 낳았냐는 말을 30번 정도 듣고 조리원을 나왔다.      


  그 녀석은 지금 초등학교 4학년. 태명과 달리 반에서 손꼽는 땅꼬마가 되었다. 그리고 줄넘기 학원에서 신입 동생들에게 참으로 인기가 많다. “친구야 놀자! 너 몇 반이야? 너 줄넘기 몇 년이나 다녔어?” 우리 아들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대답한다. “어어어. 나 4학년인데. 나 너보다 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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