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음양 이론과 겨울왕국 OST의 연계성-① Anna
<아래의 내용은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Frozen(국내 개봉 제목 : 겨울왕국)'을 아직 본 적이 없고 앞으로 보실 예정일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①'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by Anna
프로즌을 본 관객들은 보통 엘사에 비해 안나의 캐릭터는 너무 평범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성격이라서 그 존재감이 엘사의 캐릭터에 묻혔다고들 말한다. 곧 다루겠지만, 엘사의 존재감은 'Let it go'라는 노래를 통해 극대화된다. 프로즌은 뮤지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엘사의 캐릭터도 'Let it go'를 거치며 거의 확고하게 굳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즌에서 음악은 캐릭터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엘사의 'Let it go'와 견주어 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노래가 프로즌엔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안나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라는 곡이다. 비록 이 노래의 후반부엔 엘사의 목소리가 반대의 정서를 담고 스며들어 있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를 이끌어가는 주된 정서는 바로 안나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대체 안나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점에 이 노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가 위치해 있는 것일까?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선, 동양의 오래 된 음양 이론을 가져 오는 게 편할 듯 싶다. 음양 이론은 우주에 대한 간단한 통찰을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인즉슨 '우주는 음에서 양으로, 그리고 양에서 음으로 끝없이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이나 양 같은 용어가 와 닿지 않는다면, +극과 -극을 떠올려 봐도 좋을 것이다. +에너지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에너지로 우주는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다는 것인데, 우주는 어딜 가도 +와 -, 양과 음밖에 없더라는 고대인들의 아주 단순한 통찰인 것이다.
이 이론을 감정의 영역에 가져와볼까? 슬픔이 극에 달하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만약 슬픔의 에너지를 -에너지라고 가정해본다면, '물극필반(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 +가 극에 달하면 도로 -쪽으로 돌아가고, -가 극에 달하면 다시 +쪽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움.)'이란 말도 있듯이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 사람은 오히려 기쁨을 생각하게 된다. -가 극에 달했을 때, 도로 +쪽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만약 슬픔이 극에 달했는데 기쁨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이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감정이 한쪽에 너무 치우쳐서 오래 머물면, 마치 물이 한 곳에 고여 있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썩게 된다. 우주의 에너지는 계속 +에서 -로, -에서 +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움직임 자체가 우주의 원리이기 때문에 이 움직임을 거스르고 혼자서 한 쪽에만 집착해서 머물러 있으면 생명의 원리와 반대되는 현상이라서 우주가 그것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힘을 쓴다고 볼 수 있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는 바로 물극필반의 위치에 안나가 서서 부르는 노래다. 설정 상 안나는 혼자 왕궁에 갇혀 언니도 만나지 못 하고, 외로움의 절정을 경험한다. 물론 언니인 엘사도 같은 상황에 같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엘사가 느끼는 감정에 두려움이 더 많이 섞여 있다면 안나의 감정은 오로지 외로움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이 이러한 외로움의 감정이 극에 달해가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면,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는 외로움이 바닥을 치고 다시 감정의 반대편을 향해 올라가는 양상을 노래한다.
안나가 노래 중에서 'I'll be dancing through the night(밤새 춤을 출거야)'라고 말할 때 그 가사가 가슴 벅찬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음에서 양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때 그 에너지의 변화를 관객도 무의식 중에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 안나가 원래부터 밤마다 무도회를 즐기는 캐릭터였다면 이 노래가 전혀 감동을 주지 못 했을 것이고, 안나의 에너지도 수그러들었다가 확 피어나는 게 아닌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는 느낌을 주면서 극의 재미도 더불어 떨어졌을 것이다. 말 그대로 이 노래가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일 수 밖에 없고,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여야만 하는 이유다.
외로움에서 시끌벅적함에 대한 동경으로, 단절된 사랑에서 진실한 사랑에 대한 기대로, 늘 같은 정체된 일상에서 생애 처음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설렘으로, 게다가 늘 있는 일이 아닌 'it's only for today' 오늘 뿐인 기회 'a chance to change my lonely world', 'a chance to find true love'라서 더욱 가슴이 설렘과 기대로 부풀어 오를 수 밖에 없는, -에서 +로, 음에서 양으로의 가슴 벅찬 전환점이 바로 이 노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