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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zen(겨울 왕국) 분석 file ②

동양의 음양 이론과 겨울왕국 OST의 연계성-② Elsa

by 융중복룡

<아래의 내용은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Frozen(국내 개봉 제목 : 겨울왕국)'을 아직 본 적이 없고 앞으로 보실 예정일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②'Let it go' by Elsa


같은 원리로 Let it go도 풀어볼까?


프로즌에서 물극필반(좀 더 쉽게 말해서, 감정 에너지의 강렬한 전환)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두 곡이 있다면 바로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와 Let it go다.


안나가 극한의 외로움 끝에 시끌벅적함과 진실된 사랑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올랐다면, 엘사는 극한의 두려움과 규제 속에 갇혀 있다가 마침내 그것을 모두 깨 버리고 도망친다. 대관식 날이 그 분수령인 셈인데, 안나의 감정이 대관식 바로 직전에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로 전환했다면 엘사의 감정은 대관식 날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들키면서 두려움과 외로움, 규제 등이 극도로 치닫다가(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의 후반부에 엘사의 두려움이 점점 강해져가는 흐름이 섞여 든 것은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침내 Let it go를 통해 강렬한 전환을 선사한다.


착한 소녀가 되어야만 하고, 언제나 능력을 숨겨야 하고, 감정을 들켜선 안 되고, 혹시나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까봐 항상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을 계속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안나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밝음과 로맨스에 대한 동경으로 돌아섰다면, 엘사 역시 스스로를 얽매는 두려움을 견디다 못해 Let it go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외로움이 극한에 달하면 진실한 사랑에 대한 동경으로 돌아서고, 두려움이 극도에 달하면 오히려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희망찬 에너지로 돌아서게 되는 이 원리는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끊임없이 진동하며 한 쪽의 에너지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다른 쪽으로 돌아선다는 물극필반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애니메이션을 보던 관객들이 이 참신하지 않은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마치 자신이 숨겨 왔던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게 되기라도 한 듯 강렬한 감정의 폭발을 경험하는 것은, 바로 이 한쪽 감정이 다하면 다른 쪽으로 돌아서는 물극필반의 원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뻔한 이야기로도 신선한 감동을 주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만약 이야기가 이 음양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대로 녹여내기만 해도,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맡기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에서 -로, -에서 +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이 우주 속에는 무한한 이야기가 있고, 그 무한한 이야기 중에서 어느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 더욱 상세하게 얘기를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작가의 역량에 달려 있다. 만약 프로즌이 쓴 기법처럼 에너지가 강렬하게 전환하는 지점에 돋보기를 들이댄다면, 짧은 시간 안에도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에너지를 가지고(상승하는 에너지, 하강하는 에너지, 기뻐하는 에너지, 슬퍼하는 에너지, 남자의 에너지, 여자의 에너지, 발산하는 에너지, 수축된 에너지 등 음양, +-의 적용에는 끝이 없다) 각자의 길을 걷다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때론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는 말도 있듯이, 이미 이 현실 속에선 그러한 각각의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수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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