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이나 던질 수 없게 하는, 신묘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의 도리
이 세계에는 내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특정한 목적에 도달하고자 내놓은 방법을 다시 나에게 돌려주려는 법칙이 있는 것 같다. 가령 내가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육체적인 힘을 사용하기로 선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 방법을 선택하기로 마음만 먹었을 뿐인데 이미 나는 육체적인 강약이라는 제약 속에 갇힌 답답한 존재로 규정되고 만다. 스스로를 거미줄에 내던진 꼴이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누군가를 눌렀던 그 힘으로 내가 눌리기 전까지는 좀처럼 그런 자각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사회적 명분의 그럴 듯함으로 누군가를 옭아매려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역시 내가 썼던 그 올가미가 내 목을 죄어오는 그 순간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명분으로 누군가를 정죄하면 나 역시 명분으로 정죄당함을 피하기 어렵다.
칼잡이는 칼로 망한다는 말처럼, 누군가를 비판하는 그 헤아림으로 너도 비판받을 거라는 말처럼, 내가 개인의 어떤 의도나 목적을 위해 힘을 쓰든, 펜을 쓰든, 사회적 명분을 쓰든, 교묘한 계략을 쓰든.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이나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 당장 눈 앞의 누군가를 패퇴시키기 위하여 언젠가는 반드시 지게 될 싸움을 시작할 수 없다.
내가 어떤 방법을 택하든 그것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이 법칙을 믿는다면, 선택지는 확연히 줄어들고, 가야 할 길은 더욱 분명해진다. 내가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받아들일만한 방법을 찾고, 내가 상대방이었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밖에.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은 남에게 가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 수 밖에. 이미 저지른 일의 결과는 받아들이는 마음을 달라고 신께 기도하는 수 밖에.
하루하루는 이러한 연습으로 끝없이 더 나아지라고 내게 보내는, 자빠지고 넘어져 엉망일 때가 있어도 다시 일어나보라는, 누군가의 신비한 선물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