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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가 되는 법(3)

타인의 뒤를 쫓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사람

by 융중복룡

'달을 쫓아가면 달은 내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내 갈 길을 가면 달은 내 뒤를 쫓아온다.'


누구나 이런 류의 격언을 한번쯤은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쫓아가면 멀어지고, 돌아서면 다시 따라오는 이런 원리는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수영 하나 배우는 것만 해도 '가라앉으려고 하면 오히려 떠오른다, 뜨려고 하면 오히려 가라앉는다' 같은 말로 그 묘리를 가르치고자 하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물의 성질 하나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나를 띄우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나를 가라앉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의 도리도 이러할진대,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도리는 어떠하겠는가.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물의 성질에 익숙해져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것보다 사람 마음의 성질에 익숙해져서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 들어가고 나오는 도리, 치고 빠지는 도리, 어르고 달래는 도리, 다가가고 멀어지는 도리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물이든 사람의 마음이든 이 천지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도리는 둘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다가서면 저쪽에서는 물러나고, 내가 물러나면 저쪽에서는 다가온다'라는 원리가 정말 우주를 관통하는 데가 있는 진리의 일부라면, 이러한 이치는 우리의 모든 일상 속에서도 발견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당신이 정말 남다른 데가 있는 리더라면, 혹은 그런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원리를 모르고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사람 간의 사이는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때도 있다. 또 헤어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다시 만나게 되는 때도 있다. 마치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밤이 지나면 다시 태양이 떠오른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고, 바다 끝 저만치 빠져 나갔나 싶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물이 밀려들어오기도 한다. 모든 변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 변화 하나하나는 천지 간의 도리를 따르지 않음이 없다.


사람의 마음은 특별히 다른 물건인가? 이 우주에서 가장 존귀하게 창조되어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멋대로 망령된 짓을 일삼는 것 같은 사람의 마음이지만, 이 마음 하나도 결국은 나 개인이 자의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지 간의 도리와 둘이 아니며, 자연의 큰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가장 망령되이 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일반적인 자연물과 다르게 신통한 구석도 있는 것이 바로 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니 이 마음 하나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좋은 리더는 바로 이 지점을 깊이 연구하고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실제의 경험을 얻어서 올바른 개념으로 정립한다. 이 사람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기에, 다른 사람이 그를 따르지 않아도 자기 마음의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유교의 경전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의 단계다.


그 공부의 단계를 따지자면 '격물-치지-성의-정심'에 이르는 과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만물을 비추고 인간의 도리를 얻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허망한 탐욕을 내지 않았어도 만물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도리를 얻으니 만물이 오히려 그에게 귀의하고자 한다. 다른 이의 뒤를 쫓아 갈급한 마음으로 애걸하지 않으니, 스스로의 마음에서 얻은 그 충만함에 이끌려 도리어 다른 이들이 그를 쫓는다.


그가 이끌고자 하는 것은 그 개인의 애달픈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르는 이들의 거부감이 미처 싹트지 못한다. 그가 이르는 곳은 어느 한 쪽에만 좋은 편협함의 길이 아니라 모두에게 두루 좋은 넓고 큰 길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즐거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렇게 넓고 큰 길은 걷는 이가 적고, 어느 한 쪽에만 좋은 편협함의 길은 이미 많은 이들이 걷고 있기에, 성자 예수께서는 오히려 편협함의 길을 '넓고 큰 길'로, 그리고 모두가 함께 걸을수록 좋은 넓고 큰 길을 '좁고 험한 길'로 말씀하셨다.


사랑은 많은 이들의 착각과는 달리 그 대상을 놓지 못 하고 집착하여 끝없이 뒤를 쫓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 대상이 살기를 바라는 것이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고,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며,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그 대상이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들과 그 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좋은 리더는 반드시 사랑을 베푼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스스로 우러나온 것이기에, 반드시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고 기대하고 베푸는 마음이 아니다. '내가 이 사랑을 이만큼 베풀었으니 너는 이만큼의 결과를 나에게 보여주어야만 해'라고 생각하는 조건부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랑은 반드시 그러한 현실적 조건을 초월한 결과를 싹 틔우게 한다.


권위로 사람을 핍박하여 억지로 따르게 하는 리더는 힘을 잃고 추락할 때 따르던 자들의 원망을 피하기 어렵다. 이득으로 사람을 유혹하여 흐린 눈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는 이득이 다하면 따르던 자들로부터 버림 받는다. 그러나 오직 자기 마음을 잘 알아서 남의 마음도 그 마음으로 헤아려 잘 알아주는 리더는, 따르던 자들 또한 스스로 따르고 싶어서 따르던 것이기에 그 흠모함에 끝이 없고 내 마음을 알아주던 것에 대한 감사는 다함이 없어서, 리더가 떠나고 나서도 오래도록 그 뜻은 이어지고 그리워하는 정은 계속된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히려 타인을 향하던 시선을 되돌려 당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라.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의 마음 문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애걸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문을 열고 나와서 당신을 따를 수 있도록 그의 마음이 원하는 바를 헤아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어야 한다.


유비의 삼고초려조차도 무작정 제갈량이라는 능력자에게 그 힘을 빌려 달라고 애원하는 형식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비는 이미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뚜렷했고, 은거해 있으면서도 세상을 한번 크게 경영해 보고자 했던 제갈량의 마음을 헤아려, 천하를 위해 큰 뜻을 펴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뿐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길을 스스로 걷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가 원하는 길을 이루게 해 주기 위해 도리어 자신이 먼저 무릎을 꿇고 간청할 때 그 효과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제갈량은 그 은혜를 잊지 못해 죽음으로 뜻을 다할 때까지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유비의 유지를 이었다. 모두를 위한다는 큰 뜻이 없이 그저 개인의 가련한 욕망이나 집착을 위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진 자에게 눈물을 쏟으며 구구절절 아쉬운 마음을 하소연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조차도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흔들리는 마음으로 어떻게 다른 이를 그 길에 초대할 것인가? 이것 저것을 재고 따지며, 좌고우면하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누구를 따라오라고 할 것인가? 리더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오직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향해 온 몸과 마음과 삶을 다 내던진 사람이어야 한다. 모두가 함께 걸을 길을 조금 먼저 걸으며 좋고 나쁜 점을 스스로 미리 체득하여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럼에도 따르는 자들을 돌아보며 그 사정과 형편에 맞추어 걸음의 속도를 맞추어 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늘은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루게 해 주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모든 것을 좌절시키지도 않으신다. 리더도 사람이기에 내가 간절히 얻고자 했던 어떤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해 슬플 때도 있을 것이고, 믿었던 사람이 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떠나가는 아픈 경험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뜻이 진정으로 하늘을 우러러 크게 부끄러움이 없는 뜻일 때는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뒤쫓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보는 것이다. 내가 먼저 감동하고, 하늘이 감동할 정도의 진심이라면 그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아, 마침내 감격스러운 재회를 하고 오래도록 함께 즐거운 길을 걸을 날도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순수하게 하면, 조심스러운 중에도 뜻밖의 기쁨이 이를 것이니, 어찌 이를 '성급히 쫓으면 도망가고, 조심스럽게 물러나 있으면 나를 찾아온다'는 도리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좋은 리더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이를 하늘은 도우신다. 낙망과 좌절의 골짜기를 지나는 모든 좋은 리더 지망생들에게, 포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고자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하는 일마다 어긋나게 하여 그 아픔마저도 감당할 만한 그릇으로 키워주고자 한다는 맹자의 말씀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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