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모순 속에서 이상을 실현하라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나와 남을 모두 이롭게 할 줄 아는 좋은 리더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저 사람 리더가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싶은 사람들은 다 뒤로 빠져서 초야에 은거해 있거나 미관말직에 머물고 있고, 이기심과 자기 욕망으로만 똘똘 뭉쳐서 눈에 독기가 오른 사람들이 리더 대접을 받으며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오히려 더 쉬울 정도다.
그렇다면 왜 인간사에서는 이렇게 좋은 사람은 권력을 갖지 못하고 나쁜 사람들이 치고 올라가서 리더가 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할까?
여기에는 아주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이 원인을, 떠도는 연애 관련 이론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자.
좋은 리더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뜬금없는 연애 이야기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남녀 관계야말로 좋은 리더가 꼭 필요한 인간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연애 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어느 한 쪽이 더 리드하는 것 같은 권력 구조가 생기는데, 이것은 인간이 모인 곳에서라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모두가 평등해야지. 그러니까 리더 같은 것도 필요 없고 권력 구조도 필요 없고 모두 각자의 양심에 따라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살아가자' 하는 말은 아주 이상적인 말일 수는 있어도 현실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권력이라는 것을 아예 부정하고 시작하면 그런 사람은 인간 관계의 도를 얻을 수 없다. 인간사에 엄연히 존재하는 권력 구조인데, '나는 권력 같은 건 부정할 거야. 난 권력에 관심 없어.'라고 말한다면 결국엔 그 사람이 방치한 그 권력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 버릴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권력을 부정하거나 혐오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권력을 얻은 후에 그 권력을 좋은 쪽으로 쓸 생각을 해야 일이 해결된다. 즉,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간 관계에서의 권력 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모두를 위해 쓸 생각을 할 때 비로소 현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좋은 리더라는 유니콘이 탄생한다.
연애 관련 이론들을 보면, 남자가 여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그 여자에게 '리더'로 보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온갖 용어를 써서 다양한 설명들을 하고는 있지만 본질만을 꿰뚫어 보자면 바로 '리더'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리더'란 어떤 존재인가. 자기를 따르는 자들에게 함부로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굳건한 중심을 잡고 있는 존재다. 중심을 다 넘겨주면서 감정적으로 끌려다니는 사람에게서 인간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솟아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현실의 모순이 발생한다. 어떻게든 이성을 유혹해서 자기 뜻대로 통제하기를 원하는 자들이 주로 이런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리더'가 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따라서 흔히들 말하는 '나쁜 남자', 선천적으로든 후천적 노력으로든 이성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잔기술들만 익혀서 자기 욕망껏 가지고 놀다가 상처만 주고 떠나버리는 '나쁜 리더'만 탄생하기가 정말 쉬운 구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로 보이지 못해서 선택받지 못하거나 끌려다니기만 하는 사람들은 과연 순수하고 선한 마음만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정작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리더' 자리에 오르면 눈이 돌아서 그동안 못 했던 온갖 방자한 짓들을 저지르는 일도 인간사에서는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좀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 것 같다면 그것이 과연 내가 권력을 가지고 나서도 유지될 수 있는 마음인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나에게 현재 권력이 없기 때문에 순하고 착한 마음으로 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에게 현재 권력이 없기 때문에 권력 있는 자들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나만을 위해 쓰지 않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까지도 행복해지게 만드는 쪽으로 쓰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이 바로 좋은 리더의 길이고, 인간사에서 유니콘 같은 환상의 동물처럼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이상적 권력 사용의 길이기 때문이다.
연애에 실패하는 남자들은 말한다. 왜 내가 여자에게 잘해주는데 여자들은 그 진심을 몰라 주냐고. 하지만 '리더'가 자기 구성원들을 잘 챙겨주는 것과 '리더'가 아닌 사람이 상대방에게 아첨하기 위해 잘해주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흔하게 떠도는 연애 이론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오직 상대방에게 '리더'로 보이는 방법 뿐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리더'로서 인정받았을 때는 그때부터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챙겨주면 된다. 이 순서가 거꾸로 되면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리더' 대접도 못 받으면서 상대방 마음을 얻겠다고 무작정 간이고 쓸개고 다 가져다 바친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애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서도 그렇다. 분명히 인간 둘 이상이 모이면 그 사이에선 미묘한 권력 구조가 생기고, 누군가가 다른 쪽을 더 리드하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이 좋은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인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에게 좋은 리더로서의 자질이 없어 보이거나, 혹은 아예 리더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면, 그때는 내가 재빨리 리더로서의 태도를 보여서 리더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리더가 되고 나면, 즉 권력을 얻고 나면 그때부터는 그 권력을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해 최대한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쓸 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리더가 되지 못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리더로 인정받지 못 하면 아무리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할 연구를 하더라도 그것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좋은 리더의 길을 모르니까, 사람들은 종종 양극단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리더가 되려면 무조건 피도 눈물도 없이 권력만을 탐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권력 구조 자체를 추악하다고 느끼고 그 권력 구조에 순응하는 구성원에게도 정이 떨어져서 그냥 아예 리더 되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나온다. 리더가 된 놈은 꼭 이상한 짓을 하고, 이상한 짓 안 할 것 같은 놈은 꼭 리더 못 해 먹겠다고 뒤로 빠진다. 이런 현실의 모순 속에서 '좋은 리더'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권력 구조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권력을 얻은 다음, 그 권력을 나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도,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쓰겠다는 큰 이상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한다.
'못된 리더'와 '야심 없이 순하기만 한 자'들이 넘쳐나는 이 현실의 모순 속에서, 과연 당신은 '좋은 리더'의 길이라는 가장 가치 있고 고귀한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내가 권력을 갖겠다고 해서, 내가 상대방보다 심리적으로 조금 우위에 있겠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누군가는 리드당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자기가 리드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방법은 내가 리더가 된 다음, 그 리더의 권력을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데까지 확장시켜 쓰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이상적인 유니콘 같은 사람이 현실에 나타나는 것이 가능할까 싶겠지만,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바로 당신부터, 그런 사람으로 살기로 다짐하면 될 일이다.
현실의 모순 속에서, 좋은 리더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 자격 없는 자들에게 리더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자격 있는 자들을 리더로 인정해 주는 것. 그리고 내가 가장 자격 있는 것 같다면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나서서 좋은 리더의 길을 한 걸음부터 차근차근 걸어보는 것. 이것이 남녀 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걸었으면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