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개뿔 같은 소리였다.

나는 나를 지킬 의무가 있다.

by Dining Table Writer


이 글을 시작하기 전까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영어책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인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미들섹스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글을 마무리해 올린다면, 그건 내가 항상 생각하는


"나는 잘 쓴 글을 쓰고자 하지 않고, 솔직한 글을 쓴다."라는 내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나를 속이는 짓이다.




내게 지금 가장 솔직한 글은


내가 지금까지 잘난 척하며 쓴 나에 관한 글들은 다 헛소리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솔직함이란 것을 제1순위 글쓰기 원칙으로 삼는다면,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엄마를 업무로 한다는 둥, 아이를 타인으로 대하며 존중한다는 둥


그 영역을 인정한다는 둥의 이야기는 개뿔 헛소리이다.




며칠 전,


아무리 말을 해도 대꾸도 없이


핸드폰만 스크롤하고 있는 아이에게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모조리 쏟아냈다.


한 시간 동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비난하고, 평가하고, 몰아붙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옳다고 믿었다.


오직 나만.




나는 아이의 변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가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의도도 없었다.


그저 너는 나를 매우 화나게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만 했다.




소리를 지르면서도 알고 있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걸....


나와 매우 닮은 나의 아이는 내가 이런다고 전혀 변할 친구가 아니란 것도 알았다.




그저 너무 억울해서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지가 뭔데...내게 이런 시건방을 떠나...


아이의 아빠는 내게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다독이며


엄마는 이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는데 왜 안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엄마는 상처도 받으면 안 되는 것인가?


상처를 상처로 보아서도 안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어야만 하는 것인가?


정말 아이가 약자가 확실한가?






아이가 약자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가 더 참아야 한다고도 들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모는 강자인가?




아이에게 쏟아붓고 나면 나를 기다리는 건 성숙한 부모라는 기준이다.


부모라면 감정을 절제해야 하고


부모라면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하고


부모라면 아이보다 더 성숙해야 한다는


그 익숙한 기준.




부모의 역할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모욕감까지 느끼며 성실하게 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엄마 답지 못한 이기적이고 아이 같은 감정이라고 비난해도 나는 그럴 것이다.


나는 나를 지킬 의무가 있다




그래서 당분간 기본적인 부모의 책임만 하고 더 나은 부모로서의 역할은 철수하기로 한다.




나는 누군가의 딸이고


부인이고


친구이고


동지이다.


나는 한 사람의 엄마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의 에너지를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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