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최악의 인간이야!!!"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뭐 그렇게 놀라지도 않았다.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눈빛으로도 충분히 엄마인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고 억울하진 않았다.
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판단하든 그건 그녀의 영역이지 나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심히 억울하다고 느낀 건, 나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을 편하게 하려고
나를 여전히 당연하다는 듯 이용하고 있는 이 상황이 부당하다 생각해 억울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나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충분히 성장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는 나의 책임을 다했다.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니 내게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헌신이란 단어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헌신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해 주었다는 뉘앙스가 강하고, 헌신했다고 믿는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관계가 흘러갈 경우 서운하다는 감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서운함은 극복할 수 없는 입장 차를 만들고 상처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헌신이란 말을 극도로 경계한다.
서로 존중의 관계가 이상적이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그리고 분명 안 맞는 관계가 있는 법이다.
부모 자식 간이라도 그런 관계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난 진지한 행동과 반응, 어른다운 품격, 타인을 향한 분명한 도덕적 기준을 세우고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부모의 상은 그런 엄마를 원하는 듯하다.
미안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
그건 내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부모상의 모습을 하고 있지 못한다고 해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그녀는 사춘기 청소년답게 자신의 삶에 엄마인 나의 지분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표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일상은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한다.
나는 가족 간이라고 해서 꼭 회복하고 치유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거리가 필요한 관계가 있고, 오히려 그게 더 안정적이 되는 관계도 존재한다.
그녀와 나의 관계가 거리를 길게 두고 지내야 하는 바로 그런 사이인 것이다.
다행스럽다 해야 하나..... 그 거리를 좁히려 나도 그녀도 애쓰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용서 못 할 것이 뭐냐고 흔히 말하는데,
그게 오히려 문제이지 않나?
자식은 아직도 감정의 응어리가 있는데, 부모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뱃속에서 난 자식 내가 잘 알지."
"네가 그 순간 욱해서 그런 거지. 넌 원래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
"그래서 내가 다 용서한다."고 말하면.....
마치 내가 너보다 더 성숙한 어른이니 미성숙한 너를 내가 이해해 주마
라고 들리지 않을까?
아이는 자신을 독립된 사람으로 인정하라는데 오히려 거절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나를 성숙한 인격체로 대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물론 미성숙의 극치이지만,
일단 그것을 수용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비록 그럼으로 인해 둘 사이가 멀어지는 것 같아 부모로서 깊은 상실감에 빠지더라도 말이다.
그 상실감을 감당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않나?
나는 부모 자식 간도 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끊겠다는 말이 아니라,
존중이 작동하기 위해 남이라고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멀어짐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남을 대하듯 예의를 갖춰서 거리를 넓혀가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그녀와 나는 세게 충돌했고, 그로 인해 거리가 생겼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할 일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나는 거리는 유지하되 관계는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것이니까...
나의 선택은 식탁 위에서 이루어진다.
조용히 따뜻한 한 그릇의 국을, 아니면 달콤한 디저트를
그녀 앞에 놓으면서 우리의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그 안에 남겨 둔다.
예전에 아버지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MJ, 너를 향한 나의 모든 행동은 희생이 아니야.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나의 모든 행동은 나의 선택이야.”
오늘 하루, 그녀를 향한 나의 모든 행동은 나의 선택이었다.
이것이 최선이라 믿으며, 나는 나의 할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