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개팔자가 사람보다 낫네

엄마 아빠 여기 있어, 걱정하지 마





지난 주말, 공원에서 본 한 장면이 아직도 눈앞을 맴돈다.

우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젊은 부부는 아름다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밀고 있는 유모차는 마치 진주를 엮은 듯 눈부시게 빛났다.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수백만 원을 호가할 것 같은 유모차였다


부부는 연신 유모차를 들여다보며

"엄마 ㆍ아빠 여기 있어, 걱정 마"

아이를 달래는 듯했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서인지 아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 멋진 곳에 있는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자못 궁금했다.


나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글쎄, 개 두 마리가 유모차 안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개들은 천연덕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낯선 풍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다.


개는 아니다.


차라리 개 복장을 한 사람이라고 보는 편이 좋을 듯했다.

아니 개들이 사람 분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도대체 무엇이 개이고 무엇이 사람인지 모르겠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입고 있던 옷, 그 옷은 분명히 고급 패션 브랜드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과 공포, 그리고 무언가 애매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몇 만 원 정도의 유모차를 떠올려 보니, 마음 한편에 자괴감까지 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인가.


멀어져 가는 그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을 보며,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 개들은 정말 좋은 부모를 만났네..."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고 어떻게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물론, 강아지들에게 사랑을 준 그 부부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사랑하는 개에게 사랑과 정성을 보였을 뿐이다.


어릴 적,

밭일로 지쳐 돌아온 할머니가 봉당에서 팔자 좋게 늘어져 하품하는 누렁이를 보고

푸념처럼 이야기한 것이 떠올려진다.


" 허허, 개팔자가 사람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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