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영장에 퍼붓는 낙엽을 청소한다.
레이건 대통령과 낸시 여사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7. 2023
신새벽에
잠을
깨우는
카톡음이 있다.
대부분
무음이지만
소리음으로 설정된 특별한
것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투병하고 있는 시골 친구
달삼이다.
오늘
새벽에
장문의 글이
왔다.
달삼 친구가
투병하는 과정에서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참척의 한'과
남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격할 정도로
고조되어
나타나고 있는 상태에서
보내온 글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물론
본인이 쓴 것은 아니리라.
ㅡ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레이건은 퇴임 후 5년이 지난
1994년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옛 친구들과 자녀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하루는 레이건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몇 시간 동안 갈퀴로
수영장 바닥에 쌓인
나뭇잎을 긁어모아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낸시 여사의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내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레이건은
젊은 시절 아내를 도와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했었다.
낸시는 그때를 생각하며
젊은 시절에
남편이 집안 청소를 해주면서
행복해하던 기억을
되살려 주고 싶었다.
그날 밤에 낸시 여사는
경호원과 함께
남편이 청소해 버린 낙엽을
다시 가져다가
수영장에 몰래 깔았다.
그런 다음 날 낸시 여사는
남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여보, 수영장에
낙엽이 가득 쌓였어요.
이걸 어떻게 청소해야 하나요?”
낸시가 걱정을 하자 레이건이
낙엽을 치워 주겠다면서 일어나
정원으로 나갔다.
낮이면
레이건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낙엽을 쓸어 담고,
밤이면
부인 낸시는 다시 낙엽을 깔고,
그렇게 낸시는
남편의 행복했던 기억을
되돌려 놓으려고 애를 썼다.
이런 헌신적인
사랑의 힘 때문이었던지
레이건은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력을 잃었지만 아내
낸시만은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레이건은 가끔 정신이 들 때마다
“내가 살아있어서
당신이 불행해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낸시는
레이건에게 말했다.
“여보,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당신이 있다면 좋아요.
당신이 없는 행복보다
당신이 있는 불행을 택하겠어요.
부디 이대로라도 좋으니
10년만 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가슴이 찡해지는 말이다.
레이건은 낸시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면서
낸시의 소원대로
10년을 더 살다가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ㅡ
아마도
달삼이는
자신을 병간 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와
이렇게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다음 주 초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다.
친구 달삼이의 두툼한
두 손을
한동안
꼭 잡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