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할머니의 손길이 그립다
감나무 우듬지에 매달린 홍시 하나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9. 2023
가을이
저물어간다.
감나무 우듬지에
홍시가 매달린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따스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저 홍시처럼
익어가던 어린 나날들,
마음속에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함께한 겨울 저녁들이 아련하게
스며 있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담은
화롯불에,
밤과 고구마를
구워주셨다.
군고구마의
달콤함과
군밤의 고소함은
그저
맛있는 간식 이상이었다.
그것은
추운 겨울날,
우리 집 안을 따뜻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았다.
저녁이면
할머니는 총각김치를
썰어주셨고,
그 맛은 시원하고 개운했다.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치미 국물이다.
그 국물
한 모금에 시원한 배맛이
느껴지면,
겨울밤의 추위마저 잊히곤
했다.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가족의 사랑,
정겨운 추억,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저 홍시를
바라보며,
저는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느낀다.
그리움이
깊어가는 계절,
할머니의 손길과
그 따스함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할머니의 사랑이
깃든
음식은 단순한 맛 이상의 것을
전해주었고,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도
큰 의미가 된다.
이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할머니와 보낸
그 시간들은
나의 소중한 보물이며,
그것들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ㅡ
유난히
찬바람이
창 틈새를 밀치고
들 때면
투박한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