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책에서 발견된 메모 몇 줄
가치 없는 이야기를 걸러낸 고갱이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7. 2024
묵은
책을 펼쳤다.
속표지 여백에
끄적인 메모가
있다.
언제
쓴 것인지
모른다.
심지어
내 생각을 쓴 것인지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를
옮긴 것인지
아니면
어느 글 속에
있는 것을
발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ㅡ
이른 아침
머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
깊은 밤
방 안에서
홀로 있을 때
느낀 상념想念,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중얼거린 말에서
가치 없는 표현을 걸러낸
다음,
중요한 고갱이를 문장으로
옮기고,
다시
발효醱酵와 숙성熟成을 거쳐
조심스레 종이 위에
활자로
펼쳐 놓는 일이
'글쓰기'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