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일 뿐이다
일기가 사료가 되는 순간, 그것은 일기가 아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5. 2024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
진정한 일기일까?
혹시
세상에 알릴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닐까?
ㅡ
진정한 일기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는 공간이다.
여기서는
하루의 사적인 순간들이
진솔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일기는
자신과의 대화이자,
자아를 탐색하는 여정이기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기표현이
필수적이다.
일기가
타인의 눈을 의식하게 되면,
그 순수성은
흐려진다.
언젠가
남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쓰는 순간,
그 글은
더 이상 진정한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게 된다.
이는
마치
가면을 쓴 자아의 투영과 같아,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생각을 왜곡시키는 가식으로
변질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일기들,
백범 김구의 '백범 일지'나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생각해 보면,
이들은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
시대의 중요한 문서가 되었다.
이러한 일기들이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그 안에 담긴 깊은 사상과
시대의 진실 때문이다.
허나
이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기일까?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을까?
일기가
진정한 자신을 반영하는
공간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이들에게 공개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를 통해,
일기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성찰하는 도구가 된다.
이렇게
일기를 통해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진정한
자기표현의 장이 되어야 한다.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때때로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일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때문에
일기를 쓸 때조차,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의식하며 글을 쓴다.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타인을
의식하는 것은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보다
성찰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진정한
자기표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일기는
이러한 자기표현의 과정을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고,
때로는
자신을 성찰하고,
때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글을 쓰는 것.
이 모든 것이
진정한 일기의 모습이 아니다.
역사적 일기들처럼,
때때로
일기는 개인을 넘어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아니다.
일기의 본질은
자신과의 소통에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한,
자신만의 진실된 목소리를 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ㅡ
더욱
놀라운 일은
학교에서
일기장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도대체
누구의 발상일까?
우리는
모두
참으로
무서운 교육을
받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