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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09. 2024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

시인 안도현







                            연탄 한 장




                                                     시인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연탄 한 장'

안도현 시인의 대표작이다.


시인의 "연탄 한 장"은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시다. 이 시는 연탄을 메타포로 사용하여 인생의 무게와 책임, 그리고 타인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탐구다.


시는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시작다. 이 구절은 삶의 본질적인 목적 중 하나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임을 시사다. 여기서 연탄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중요한 연료로,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태우는 존재로 비유다.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라는 구절에서는 연탄의 필요성과 그 가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다. 이는 겨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연탄의 역할을 강조하며, 노력과 헌신이 결합된 아름다움을 칭찬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은 연탄이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음을 나타다. 이는 인간도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고 헌신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은유적으로 표현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라는 부분에서 시인은 자신의 두려움과 부족함을 고백다. 이는 인간이 겪는 내적 갈등과 자아성찰을 드러내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다.


마지막 부분,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에서는 시인이 자신의 한계와 실패를 성찰다. 이는 타인을 위해 길을 만드는 것, 즉 이타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시인의 회한을 드러다.


요컨대 "연탄 한 장"은 인간의 삶과 희생, 그리고 사랑과 헌신의 중요성을 강조다.


이 시를 통해 안도현 시인은 독자들에게 자신을 넘어서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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