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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1. 2024

서정주 시인의 '동천冬天'

미당 서정주










                          동천冬天






                                   미당 서정주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가끔

문학 동아리에서

시를 낭송할 때가 있다.


기회가 오면

서정주의 동천冬天을 읊조리곤 했다.


다섯 행밖에 안 되는 짧은 시형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깊다.



서정주의 시 "동천冬天"은 애절하고 서정적인 감정을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자연에 비유하여 그리움과 애틋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내 마음속 우리 임"은 시인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랑하는 이를 의미한다.

"고운 눈썹"은 사랑하는 이의 아름다운 외모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눈썹이 가진 고운 곡선과 섬세함이 사랑의 깊이를 나타낸다.


 "즈믄 밤의 꿈"은 평온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꿈을 통해 현실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하며, 사랑하는 이의 이미지를 꿈에서 맑게 씻어내어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게 다듬는 과정을 나타낸다.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이 구절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이의 이미지를 이상화理想化하여 하늘에 심는다고 표현한다.

이는 사랑하는 이를 하늘의 별처럼 높고 숭고한 존재로 여기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그리움과 경외감敬畏感을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이다.


 "동지섣달"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의미하며,

"매서운 새"는 추운 겨울을 대비해 날아가는 새를 상징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며,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도 지속되는 사랑의 감정과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이 마지막 구절에서는 매서운 새가 시인의 감정과 사랑하는 이의 이미지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피해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어쩌면 사랑의 감정이 너무 순수하고 성스러워서 현실의 어떤 것도 그것을 해칠 수 없음을 암시하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미화美化와 이상화 理想化가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인 서정주는 "동천冬天"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미모를 자연의 상징과 결합시켜 그리움과 사랑의 숭고함을 표현했다.


이 시에서는 사랑하는 이의 외모를 꿈과 하늘,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비유하며, 그 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서정주는 이러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다.


시의 구성은 간결하지만 강렬한 상징과 비유를 통해 깊은 정서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시인의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그것을 이상화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시인이 사랑하는 이를 하늘에 심었다는 표현은,

그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사랑의 객체를 거의 신성화神聖化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시에서 "매서운 새"가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화된 사랑이 현실의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위협을 피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는 사랑의 힘이 어떤 외부의 어려움이나 도전에도 굴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긴장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서정주의 시인으로서의 깊은 내면과 섬세한 감성이 "동천冬天"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전통적인 자연 이미지를 사용하여 현대적 감성과 결합시키고,

이를 통해

독자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본질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시는 또한 한국 문학에서 자주 보이는 자연과 인간 감정의 결합이라는 주제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서정주는 사랑과 이상, 그리고 그것이 직면하는 현실의 도전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시도한다.

"동천冬天"은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풍부하고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예이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깊이와 복잡성을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 정서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고자 한다.


서정주의 시는 전통과 현대,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독자들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며,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그것이 인간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는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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