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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22. 2024

백석 시인이 버거워할 시인 이창식

시인 이창식









                          어머니의 손길


                 


                                               시인 이창식





산자락에 뜬 목화구름

점점이 손가락 집게로 뽑아

꼬고 감고 꼬고 감고 물레는 돌고

천리 고행씨알 바구니 한가득


가슴도 풀 먹어야 서듯

실타래 풀어 십리길 줄 걸어

잿불 입김 따라 몽당솔 춤사위들

도투마리* 배 채우다 허리 휘었다


북* 나르고 바디* 치는 사지의 협업

시침 가듯 무명천 눈물처럼 자라고

산골의 밤낮은 경계도 없이

밤 닭 울고 낮 닭 울었다


골무에 피어난 아련한 장미

옥색 핫저고리 검정 핫바지 입혀

발그레 세배받고 시름 풀었을까

눈벌 팔 남매 등골은 아랫목이었다




*  도투마리


베를 짜기 위해 날실을 감아 놓은 틀.

베틀 앞다리 너머의 채머리 위에 얹어 두고 날실을 풀어 가면서 베를 짠다.



*  북


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씨실을 푸는 기구.

베를 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배 모양으로 생겼다.


* 바디


베틀, 가마니틀, 방직기 따위에 딸린 기구의 하나.

베틀의 경우는 가늘고 얇은 대오리를 참빗살같이 세워, 두 끝을 앞뒤로 대오리를 대고 단단하게 실로 얽어 만든다. 살의 틈마다 날실을 꿰어서 베의 날을 고르며 북의 통로를 만들어 주고 씨실을 쳐서 베를 짜는 구실을 한다.









이창식 시인의 시

"어머니의 손길"은 깊이 있는 의미와 상징을 통해 어머니의 삶과 희생을 그려내는 작품다.

이 시는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 해석이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한 모성의 고단함과 사랑을 묘사다.


첫 번째 연에서 시인은

"산자락에 뜬 목화구름"을 통해

자연과 어머니를 연결 짓는다. 목화구름이라는 이미지는 부드럽고 포근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손으로 뽑아내야 하는 수고로움을 드러다.

이는 어머니가 가정을 위해 매일 반복되는 노동을 아무 말 없이 수행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다.


두 번째 연에서는

"실타래 풀어 십리길 줄 걸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어머니의 노고가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닌, 긴 여정과 같음을 나타다.

"잿불 입김 따라 춤추는 몽당솔"은 어머니가 겪는 고된 노동을 견디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다.


세 번째 연에서는

"북 나르고 바디 치는 사지의 협업"으로 가사 노동의 육체적인 힘듦을 그다. 무명천 눈물처럼 자라는 시간은 어머니의 노고가 자녀들을 위해 흘린 눈물과도 같다는 점을 강조다. 밤낮이 구분 없이 이어지는 노동의 연속성은 어머니의 쉼 없는 헌신을 드러다.


마지막 연에서는

"옥색 핫저고리 검정 핫바지"를 입은 아련한 장미로 어머니를 비유하여,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강조다. 발그레 세배받는 모습에서는 한 해를 시작하는 희망과 기대를, 가족의 중심에서 부담을 지고 사는 어머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창식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어머니의 노동과 희생,

그리고 그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과 헌신을 섬세하게 포착하였습니다. 시인의 언어는 직접적이면서도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깊은 감정을 전달하고, 독자에게 감동을 느끼게 다.

 "어머니의 손길"은 그 자체로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백석 시인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깊이와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어머니가 겪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가 단순히 가사노동의 힘듦을 넘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기대와 부담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다.

 "북 나르고 바디 치는 사지의 협업"과 같은 구절은 가사노동이 어머니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은유적으로 나타다. 그러나 실상은 어머니 혼자서 모든 짐을 지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통해, 전통적인 가족 내 역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시다.


또한, "골무에 피어난 아련한 장미"라는 이미지는 전통적인 한국 여성상을 연상시키면서도, 그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고독과 슬픔을 동시에 드러다. 여기서 골무는 전통적인 한국의 신발을 의미하며, 이는 어머니가 견디어야 하는 사회적, 문화적 제약을 상징다. 장미가 골무에서 피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꽃처럼 아름답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내는 어머니의 강인함을 나타다.


이창식 시인은 이러한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매우 세밀하고도 감성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시적 이미지를 통해 깊은 공감을 자아내게 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통해 전통적인 시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조명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어머니의 손길"은 단순한 가정 내 이야기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 여성의 역할, 그리고 개인의 희생과 사회적 기대감 사이의 갈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작품다.


시인의 이러한 시적 접근은 백석과 같은 전설적인 시인들의 작품에 버금가는 문학적 깊이와 예술성을 제공하며, 현대 문학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다. 이창식 시인의 작품은 그 자체로 한국 문학의 보고(寶庫)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하며, 그의 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것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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