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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24. 2024

아버지의 죽음은 철없는 아이에겐 축제였다

아버지와 아들







아이는

마냥 즐거웠다







며칠 전,

친구의 아들의 부고訃告를 듣고

문상을 갔다.

가까운 친구였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문상을 가기 전부터 머릿속은 복잡했다.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어떻게 그 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서너 살 된 아들을 두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는,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친구 부부와 가족들이 애통해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으로 들어가 문상객들과 함께

조용히 앉아있는 동안,  서너 살 된 아들이 거실 한가운데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아빠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마냥 즐거워했다.


 아이의 웃음소리는 이 장례식장에 울려 퍼지는 유일한 생기였다. 아이의 순수하고 무구한 모습은 오히려 문상객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아이의 웃음 뒤편에 깔린 슬픔과 상실의 무게가 느껴졌다.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면서 간간이 "아빠, 봐!" 하고 외칠 때마다, 모든 이의 심장이 더 깊게 찢어지는 듯했다. 아이는 아빠가 더 이상 그의 놀이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린아이에게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날,

우리는 모두 아이의 순진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소중함이 얼마나 큰 슬픔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몸소 느꼈다. 죽음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듯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그 경계를 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것뿐이다.


친구의 아들과 그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그 작은 아이가 아빠를 기억할 수 있을 만큼의 기억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기억이 아이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랐다.


문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많은 생각이 드러났다. 그날 본 아이의 모습은 이 세상의 모든 복잡함을 잠시 잊게 했으며, 순수한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아이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앞으로 맞이할 세상에 대한 기대감이,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문상을 간 본래의 슬픔을 넘어서, 인생이라는 여정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졌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른 이의 삶을 밝혀준다. 친구의 아들도 이제 그런 존재가 되었다. 그의 삶과 죽음이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삶의 소중함과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인간관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 그리고 그 관계는 때때로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더욱 단단해진다. 친구와 그의 가족이 겪는 슬픔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나에게 삶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으며,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게 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소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 순간들을 어떻게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다.


이후로 나는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친구들과 보내려고 노력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져가고 있다. 삶이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도전을 던지고, 때로는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결속은 우리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날 문상에서 돌아오며, 나는 우리 모두가 겪는 인생의 여정에서 누군가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어떻게 서로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모든 것이 얽혀 하나의 큰 테이프스트리를 이루며, 우리 각자의 경험은 서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런 깨달음은 나를 더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나는 이제 매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삶의 모든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루려고 노력한다.


문상에서 보낸 그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들은 내게 삶의 불확실성과 변덕을 깨닫게 했으며, 모든 순간이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친구의 아들과 그 가족에게 겪는 슬픔을 통해, 나는 삶의 모든 경험이 서로를 어떻게 형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이해했다.


이제 나는 각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친구의 아들처럼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사랑과 기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과 기억 속에서, 우리는 슬픔을 넘어 희망과 위로를 발견할 수 있음을 믿는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나는 인생이란 서로의 삶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여정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그 존재를 통해 삶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이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고, 또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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