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받다가'를 청람 평하다
시인 백영호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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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받다가
시인 백영호
뜨락에 내려
가을 꽃씨를 털어 담는다
편지봉투 반을 뚝 잘라
맨드라미 접시꽃 해바라기
알알이 털어서
봉투 입구 후후 불며
배가 불룩하게 채웠다
봉투들이 대여섯이니
종이봉투 몽땅
비닐 지퍼백에 넣어
냉장실 깊숙이 넣었다
꽃 일어나고
새 우는 날
냉동고 냉장 재료들이
꽃 피어나고
새 우지진다, 봄날에
날씨 푸르른 날
눈이 시리게 푸르른 날
파랑새는
포롱 포로롱
믿음 소망 사랑을 달아
활짝 날았다, 푸른 창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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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를 받다가를 평하다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작품 "꽃씨를 받다가"는 일상 속 작은 행동에서 깊은 감성과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이 시에서는 가을에 꽃씨를 모아 봄을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편지봉투에 꽃씨를 담는 모습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갖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이는 독자에게 일상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첫 번째 연에서는 "뜨락에 내려/가을 꽃씨를 털어 담는다"라는 구절을 통해 가을의 끝자락을 상징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편지봉투 반을 뚝 잘라/맨드라미 접시꽃 해바라기..."라는 구절에서는 각 꽃씨가 가지는 개별적인 아름다움과 특성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연이 갖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꽃씨를 담은 봉투들을 냉장실에 보관하는 모습을 통해, 시간을 초월한 보관과 기다림의 의미를 드러낸다. 이는 자연의 생명력과 인간의 생활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연결고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 연에서는 "꽃 일어나고/새 우는 날"과 "냉동고 냉장 재료들이/꽃 피어나고/새 우지진다, 봄날에"라는 구절을 통해 자연의 재생과 생명의 소생을 이미지화한다. 이는 독자에게 봄의 도래와 자연의 부활이 갖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파랑새는/포롱 포로롱/믿음 소망 사랑을 달아/활짝 날았다, 푸른 창공으로..."라는 구절로 마무리하며,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담은 파랑새의 비상을 통해 희망과 자유를 강조한다. 이는 시의 주제를 확장시켜 인간 내면의 감정과 우주적 차원의 연결을 시사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시인이 자연과의 교감을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아름다움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시인의 작품은 감성적으로 풍부하며, 일상의 단편을 통해 보다 큰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내면세계를 연결하는 드문 능력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러한 점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는 통찰을 얻게 되며, 이는 문학이 갖는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백영호 시인은 또한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맨드라미 접시꽃 해바라기..." 같은 구절에서는 각각의 꽃이 지니는 독특한 색과 형태를 독자의 마음속에 그림처럼 그려낸다. 이는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표현이며, 이로 인해 시는 더욱 생동감 있고 감동적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과의 일상적인 교감을 통해 우리 삶에 스며든 큰 가치와 미덕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계를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끈다.
시평을 마무리하며, "꽃씨를 받다가"는 백영호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탁월한 자연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세계의 아름다움과 연결된다는 깨달음을 제공한다. 조금 더 명확한 이미지와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 시의 아름다움과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게 독자의 마음에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