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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05. 2024

그 옛날 그 천렵川獵을 친구 봉근과 함께

청람 김왕식







오늘 아침, 시골 친구 봉근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강원도 홍천으로 천렵川獵을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천렵이라니, 오래된 전통 놀이가 생각나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천렵川獵은 봄부터 가을까지 즐길 수 있지만, 주로 여름철에 더 많이 하는 놀이였다. 남자들이 주로 즐기는 이 놀이는 여름철 피서법 중 하나로, 산수 좋은 곳을 찾아 찬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탁족과 함께 행해지곤 했다.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으며 헤엄도 치고,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천렵의 묘미였다. 때로는 농악이 곁들여지기도 했다. 천렵을 할 때는 바람이 조금씩 불어야 고기가 잘 잡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4 월령에는 천렵川獵에 대한 내용이 소상히 나타나 있었다.


“앞 내에 물이 주니/천렵川獵을 하여보세/해 길고 잔풍하니/오늘 놀이 잘 되겠다/벽계수 백사장을/굽이굽이 찾아가니/수단화 늦은 꽃은/봄빛이 남았구나/촉고數罟를 둘러치고/은린옥척 후려내어/반석에 노구 걸고/솟구쳐 끓여내니/팔진미 오후청을/이 맛과 바꿀쏘냐.”


이 시를 떠올리며 천렵川獵의 풍경을 상상해 보았다. 고대 수렵사회와 어렵사회의 습속이 후대에 여가를 즐기는 풍속으로 변모한 천렵. 오늘날에도 천렵은 더위를 피하거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봉근이와의 통화가 끝난 후,

마침 오늘 화요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홍천으로 향했다. 강원도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강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천렵을 통해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하루를 만끽할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홍천에 도착하니 봉근이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이미 강가에서 그물을 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그물을 펼치고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특히 어부라 불리는 현동이의 그물 치는 솜씨는

그야말로 어부를 방불케 한다.

 그는 물살이 조금씩 흐르는 강가에서 그물을 당기니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고기들이 잡혀 나왔다. 우리 일행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고기를 잡고 나서

우리는 음식 조리를 허용한  반석 위에 솥을 걸고 매운탕을 끓였다. 신선한 고기와 갖은양념이 어우러져 맛있는 매운탕이 완성되었다. 숲에서 불어오는 잔바람이 매운탕의 향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우리는 강가에 앉아 매운탕에 탁주 서너 잔을 곁들여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주변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천렵의 참맛을 느끼며, 나는 봉근 및 그의 일행과 함께 자연 속에서의 하루를 즐겼다.


이렇게 천렵川獵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봉근이와의 이번 천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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