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17. 2024

백영호 시인의 '굼벵이가 껍질 벗으니'를 청람 평하다

백영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굼벵이가 껍질 벗으니


                            시인 백영호




초여름이 본여름 체중일 즈음
휴일 오전 올레길 오르다가
앗, 이게 뭐꼬?
매미 애 껍질 벗고 세상 오는 광경,
들킨 건 게 아닌 나였다

갈색 몸뚱이가 조금씩
나무 둥치를 오르더니
자세 잡고 산통 시작이다
순간, 들킬세라
숨 죽이고 탈피 장면
현장목도 시작하고

매미 애벌레
몸통이 구부러 불쑥 솟더니
수직으로 쪼옥 갈라지고
눈 달린 푸른 띠 머리가 먼저 나오고
날개가 천천히 그리고 몸통이
젤 마지막 여섯 발이 나왔는데
양수보 싸인 아기 나오 듯
온몸이 양수에 젖었으니
살랑바람에 젖은 몸 말린다
얼추 한 시간 걸림이라

어둠의 흔적 껍질은 말매미
반 뼘 아래 등허리 갈라진 채
발톱 꼿꼿이 둥치에 꽂고
바람에 말린 말매미는
몸과 날개 파닥 파다닥
드디어 날았다, 푸른 창공으로!!
7년의 땅속 암흑기 끝내고
굼벵이 허물이 자유의 생명,
이 땅의 말매미로 날았다
사람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랬더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백영호의 시
'굼벵이가 껍질 벗으니'를 시평하다

_

백영호 시인의 '굼벵이가 껍질 벗으니'는 자연의 한 장면을 통해 삶의 변화를 묘사한 시다. 이 시는 매미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성충으로 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시의 각 행은 자연의 섬세한 변화를 포착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초여름이 본여름 체중일 즈음"
이 구절은 시간적 배경을 설정한다. 초여름과 본여름의 경계는 변화와 성숙의 시기로, 매미의 변태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이는 시의 전체적인 주제를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휴일 오전 올레길 오르다가"
여기서는 시적 화자의 위치와 시간적 배경이 구체화된다. '올레길'은 자연과의 조우를 상징하며, 휴일 오전의 한가함 속에서 자연의 변화와 마주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앗, 이게 뭐꼬?"
이 표현은 시적 화자의 놀라움과 경이를 담고 있다. 일상의 순간에 예상치 못한 자연의 신비와 마주하면서 느끼는 경이로움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매미 애 껍질 벗고 세상 오는 광경, 들킨 건 게 아닌 나였다"
매미의 탈피 과정을 목격하면서 시적 화자는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한다. 이 순간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당한 인간의 겸허한 태도를 나타낸다.

"갈색 몸뚱이가 조금씩 나무 둥치를 오르더니 자세 잡고 산통 시작이다"
매미 애벌레가 껍질을 벗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여기서 '산통'이라는 표현은 출산의 고통을 연상시키며,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순간, 들킬세라 숨 죽이고 탈피 장면 현장목도 시작하고"
시적 화자는 매미의 탈피 과정을 숨죽이며 관찰한다. 이 순간은 자연의 신비를 경외하는 인간의 태도를 나타내며,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하는 긴장감이 전달된다.

"매미 애벌레 몸통이 구부러 불쑥 솟더니 수직으로 쪼옥 갈라지고 눈 달린 푸른 띠 머리가 먼저 나오고"
매미 탈피의 섬세한 묘사는 생명의 신비를 강조한다. '푸른 띠 머리'는 새 생명의 탄생을 상징하며, 매미의 변태 과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날개가 천천히 그리고 몸통이 젤 마지막 여섯 발이 나왔는데 양수보 싸인 아기 나오 듯 온몸이 양수에 젖었으니"
매미의 탈피 과정은 출산의 순간과 유사하게 묘사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 탄생 과정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표현한다.

"살랑바람에 젖은 몸 말린다 얼추 한 시간 걸림이라"
탈피 후 몸을 말리는 과정은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단계로 비유된다. 이 과정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며, 변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상징한다.

"어둠의 흔적 껍질은 말매미 반뼘 아래 등허리 갈라진 채 발톱 꼿꼿이 둥치에 꽂고"
매미의 껍질은 과거의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이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바람에 말린 말매미는 몸과 날개 파닥 파다닥 드디어 날았다, 푸른 창공으로"
드디어 매미가 날아오르는 순간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한다. 이는 인간의 성장을 완성하는 순간으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7년의 땅속 암흑기 끝내고 굼벵이 허물이 자유의 생명, 이 땅의 말매미로 날았다 사람들 금선탈각 金蟬脫殼이랬더라!!"
마지막 구절은 매미의 오랜 기다림과 고통이 마침내 보상받는 순간을 강조한다. '금선탈각'이라는 표현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상징하며, 인간의 삶에도 적용되는 보편적 진리를 나타낸다.

백영호 시인의 '굼벵이가 껍질 벗으니'는 자연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 인간의 성장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시다. 매미의 탈피 과정은 인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시의 표현은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잘 담아내고 있다. 다만, 탈피 과정의 반복적인 묘사가 조금 줄어들면 시의 흐름이 더욱 매끄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인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ㅡ  청람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스토리 권분자 시인의 시 '거미줄'을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