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라! 전기세 나온다.

달삼이는 아직도 농사를 짓는다




누구는

반딧불이와 눈송이를 병에 담아

이를

불빛을 대신여 책을 보았다 한다.


누구는

이를

형설지공이라 했다지!


그렇게 공부한 사람들

과거에 급제하여 어사 되고 원님 됐다.

​서슬 퍼렇게 위세 떨었던 동장군

봄바람에

결국 무릎 꿇고 만다.

봄은

만물을 일깨우는 소망이고 희망이다.

허나

달삼이 가족만은

그 희망 담은 봄조차 달갑잖다!

눈뜨면

세상은 온통 일 지천이다.

해서

달삼엄니는

'차라리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한다.


달삼아비는 한평생 익은 일손으로

새벽녘부터

서두르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다.

달삼이는

"누가

학생 직업은 공부라고 했는지

이는
수정돼야 한다"라고 외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아니라

일이다.

그것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는

'일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노는 시간은 일과표에는 아예 없다.


달삼이네

6남매는 모두 일꾼이다.

가족의 머릿수는

곧 자산이다.

이 모두 노동력이기에!

이 같은 상황이고 보면,

달삼이의 하굣길 발걸음은 천근이고 만근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다.

강요도 없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 손으로는 수저 뜨고,

또 한 손은 허리춤에 묶인 책보를 푼다.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찬밥덩이 입에 넣고 달음질쳐 도달한 그곳,

온 가족

허리 굽혀 땅을 일구고 있다.


그야말로

'천삽뜨고 허리 펴기'이다.

이는

북한만의 광경이 아니리라.


논과 밭은 농민의 전쟁터이다.

호미ㆍ괭이 둘러메고

밭 매고 돌 고른다.


책과 씨름해야 할

바로

그 시간,

달삼이는 별 보고 귀가한다.


지친 몸은 이미 파김치다.

이제사

밀린 숙제해야 할 시간이다.

아무리

필통을 뒤져도 제대로 된

연필은 하나 없다.


장롱 밑에 굴러다니는 몽당한 놈

겨우

하나 잡아

침 발라 쓰려는 순간,

어느새

꾸벅인다.


밀린 숙제 또 밀린다.

*​이적진 석유등잔ㆍ촛불이 우리 집

빛 전부였다.

엊그제

동네 어귀에 전봇대가 섰다.

전깃불은 석유 등잔 대신

광명이다.

허나

마땅찮아하는 달삼아비는

허공 대고 중얼인다

"제기랄, 석유 등잔 충분헌디,

전기가 웬 말이여,

전기는 돈 먹는 하마인디"

달삼아비는

아직까지 심지 돋는 등잔이 우선이다.


난데없는 에디슨,

아버지의 적이 됐다.

달삼 육 남매에겐

에디슨이 은인이다.

달삼아비는 그날부터

석유보다 값나가는 전기세 감당키 버겁다며

한동안 뜸했던 헛기침 잦아진다.

-그동안

삼가족은

아버지 눈치 보며
석유 심지조차 돋우지 못했다.

돋은 심지만큼 돈이기에-

이제

​밤이 낮이다.


허나
전깃불 밑

빛 받아 밤새 책 본 달삼 남매는

죄인이다.


아버지의 귀함은 자식이 아니다.

공부는 더더욱 아니다.

귀한 것은 경제이다.

​지쳤다
부모의 가난에

난다
가난의 대물림이!


이를 안 달삼 육남매

호미보다는 책이다.


한동안

안방 망 보던 막내 달삼 녀석,

다급하게 수신호다.
버지의 반가운 코골이다.


단박에

육 남매 방

대낮 됐다.

독서 삼매경이다.
그것도 잠시다.

아뿔싸

오줌지린 아버지

희미한 불빛 봤다.

다가온 투박한 발걸음에
화들짝 놀란 6 마리 토끼,

이불로 빛 가린 채

숨죽인 폼

영락없는

매에게 쫓겨 머리 박은 까투리다.



묵직한 음성이다.

'전기세 나온다,

불 꺼라'



이래서

달삼 육 남매의

최고 학력은

소학교다.


60대 중반인

달삼이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다.


달삼이의

아들도!




* 이적진 ㅡ' 이제까지는'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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