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다, 축하해 줘라!
내 친구 경규는 그렇게 세상을 떴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6. 2023
얼마 전 한 통의 짤막한 문자가 왔다.
'암이 걸렸다. 축하해 주라. 죽음을 생각할 기회가 왔으니. ㅎ'
이를 두고 청천벽력이라 하나.
이런 친구다.
한때 제법 큰 사업을 했다가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안타깝다.
가엾다.
중학교 때는 전교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재 소릴 듣기도 했단다.
고등학교 진학해서도 제법 공부를 해서 소위 명문대라 일컫는 연세대에 시험을 치렀다.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 모두 당연히 합격하리라 생각했다.
자만했나, 실패했다.
혼자 한참을 허공에 대고 중얼거린다.
결정한다.
'연세대도 떨어진 놈이 무슨 공부를 하냐'
고졸자로 살겠단다.
경복고 시절 다섯 명이 절친이다.
네 명은 대학 문에 들어섰다.
자신은 고졸자로 성공해 보겠단다.
의료기 업체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다.
사환이 있음에도 제일 먼저 출근해 대걸래를 잡는다.
머리 좋고 성실한 친구, 사장 눈에 들어 승승장구한다.
때가 되어 군에 입대한다.
제법 좋은 곳에 배치된다.
누구나 선망하는 그곳,
마다한다.
신설부대 자원한다.
죽어라 고생,
자명하다.
제대 후,
전에 다니던 의료 업체 회사 사장
그를 놓치지 않는다.
능력 인정받아 월급도 많이 받고, 직책도 높아졌다. 사람 볼 줄 아는 사장,
몇 해 후,
작은 지점을 내어 독립시킨다.
금방 그쪽 분야에 신화적 존재가 된다.
업계 랭킹 3위란다.
큰돈 벌었다.
야심 차게
이번엔 의료에서 의류로 확장한다.
여기서 문제가 된다.
자기 전공 분야 아닌 곳,
의류에서
낭패를 본다.
단박에 거지가 될 정도로 망했다.
가족 모두 길가로 나 앉는다.
친구는 빚쟁이에 쫓기고,
고왔던 아내 식당 도우미된다
와중에 아들ㆍ딸,
모두 장학생으로 공부한다.
아들은 동경대 진학,
딸은 전국 2등 성적 얻어
서울대 법대를 입학한다.
부모 도움 없이 명문대 입학했다.
그들은 효자 되고 효녀 됐다.
지금
그는 제주도에서 일일 근로자다.
새벽이면
인간 시장에 나간다.
팔리길 기다린다.
60이 넘은 늙은이라 잘 안 팔린다.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와야 한다.
한 칸 컨테이너 생활이다.
그곳 몇 푼 안 되는 사글세도 밀린다.
틈내 글 써
수필가로 등단했다.
자칭 '노숙 작가'다.
인간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날 많다.
그냥 돌아오기 힘드니 편의점 들른다. 막걸리 한 병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중독됐다.
수년 전 알코올 중독으로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했다.
아버지 삶의 8할은 주정뱅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은 안 산다고 젊은 시절,
다짐했던 그다.
지금,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 됐다.
얼마 전부터
목구멍이 아파 동네 의원에 들렀다.
의사는 약 조금 먹으면 된다고 했다.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또 다른 의원을 찾는다.
역시
약 몇 봉지 처방한다.
또 믿어 보지만 마찬가지다.
통증이 심해 지인의 도움으로 큰 병원에 들렀다.
암이란다.
이를 두고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라 하는 가.
그럼에도 서두에서 보인 문자가 내게 도착한 것이다.
지금은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며칠 전 또 문자가 왔다.
이렇게
'하던 일을 정리했다. 이제 쉬엄쉬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쉴 날만 남았다. 편안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다. 서귀포에서 제주대학병원까진 왕복 2시간 거리다. 근데 지루하지 않다.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길이 숲의 터널이다. 오가는 길엔 한라산 초입인 성판악과 한라행태숲이 있고 풍광이 좋다는 제주대학교가 있다. 오늘은 치료를 마치고 생태숲을 가봤다. 실 같은 비가 흩날렸다. 먼지만 한 비라서 우산이 필요 없었다. 방사선 치료 8 회차다. 조금씩 목소리가 쉬어간다. 입맛도 차츰 잃어간다. 맛있는 게 생각나서 막상 음식을 대하면 젓가락질 몇 번 하고 만다. 아까 점심땐 올레시장에서 삼천 원짜리 보리비빔밥을 먹었다. 양이 적어서 다 먹었다. 지인이 한번 가보라던 곳이다. 다음엔 그냥 보리밥을 먹어봐야겠다. 메뉴가 딱 두 가지다. 할머니가 문을 연 지 38년 됐단다. 거기에서 누룽지 한 봉지를 샀다. 밥맛 없을 때 끓여 먹어야겠다. 바닷가나 나가봐야겠다. 걷다가 커피 한잔 해야지.'
나는 친구들과 의논 중이다.
제주행 비행기표를 준비하고 있다.
언제 가면 좋으냐 전화했다.
그의 답이다.
''오지 마라, 암이 대수냐''
ㅡ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