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버리고 싶었던 그 짐, 나를 구한다!
내 등에 진 십자가, 교량됐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7. 2023
배에게
큰 돛은
얼핏
짐처럼 보인다.
독수리에게 있어
큰 날개 또한
짐일 수 있다.
그들은
짐이라
생각지 않는다.
돛이 없었다면
풍랑 속 배는 침몰된다.
날개가 없다면
독수리는
논 바닥에 주저앉은 채 사체만 뜯는다.
창공은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짐 같았던 큰 날개가 있어
날짐승의 왕 됐다.
나를 짓누른 짐,
무엇인가?
지금은 짐이 돼도 훗날에 그 짐,
디딤돌 된다.
생각해 볼 이야기 있다.
예수님 못 박혀 피 흘려 죽은
똑같은 크기,
무게의 십자가
등에 졌다.
각자 고행길 떠난다.
처음 진 십자가
가볍다.
의기양양 첫 발 뗀다.
그중 영민한 한 사람,
바로 나다.
예수를 비웃는다.
이깟 것
십자가가 무슨 짐이 되냔다!
점점
짓누른다.
참아
본다.
버겁다.
짐 된 십자가 내려놓고
한 토막 잘라 낸다.
가볍다.
목적지 향해 걷는다.
가볍던 십자가
또 짐 된다.
다시
내려놓고 한 번
더 자른다.
한결
가볍다.
여러 번 거듭했다.
이젠 등에서 내려 한 손에 들고 가도 될
크기다.
그래도
십자가는
십자가이다.
한 동안을
그렇게 콧노래 불렀고,
우직하게
십자가 등진 사람네들 땀 흘린다.
아뿔싸!
절벽이다.
바로 건너 목적지인데!
건너갈 방법 없다.
천길 낭떠러지다.
모두들 짐 됐던 십자가 눕혀 밟고 건넌다.
한 손에 쥔 십자가 어디에 쓰랴.
낭패다.
주저앉아 가슴 친다.
그때,
음성 들린다.
"손에 쥔 십자가 가로놓아 절벽에 걸쳐라."
한 뼘 십자가 놓는 순간 천 길 밑 떨어질 것,
자명타.
머뭇거린다.
또 들린다.
이번엔 호통의 음성.
"너는 나를 어찌하여 믿지 못하느냐?"
그 음성 무서워 눈 질끈 감고 절벽 향해 내던진다.
순간,
튼튼하고 안전한 교량됐다.
왜 몰랐을까?
'등에 진 짐, 돛되고 날개 됨을!'
왜 믿지 못했을까?
나 흙으로 빚은 창조주 계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