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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 박철언 시인의 시 '나의 어머니'

박철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나의 어머니


시인 청민 박철언




어머니!
보내기 싫은 그 마음 들킬까 봐
애써 잠든 척 눈 감은 볼에 비벼대고 다시 병상에 누이고 돌아서는 길
차창 밖의 쌓인 눈이 부신 햇살에 얼었다 녹았다 합니다
나무젓가락 같은 당신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것처럼

나도 허허로운 벌판 찬바람과
눈 속에서 벗은 나무로 서 있습니다 무심히 달리는 초고속 기차처럼 어머니의 시간도 저리 빠르게 달리는지 오늘따라 유난히 지친 듯 수척해 보입니다

어머니!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놓았다 반복하며 매달리는 당신의 허허로운 눈빛을 뒤로하고
힘없는 손을 놓고 돌아오는 길
부서지는 이 마음 한 자락
나는 철없는 아이처럼 자꾸
어머니, 어머니를 부릅니다

아, 어머니
언젠가 당신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 길 떠날 때
나 또한 그렇게 당신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무너지는 가슴이 됩니다
세상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당신의 그 이름을
오늘도 불러봅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은 한국 현대 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로, 그의 작품은 깊은 인간적 감정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나의 어머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담긴 진솔한 시이다. 이 시는 작가가 어머니와의 이별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 보내기 싫은 그 마음 들킬까 봐"
이 첫 행은 시인이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한다. '보내기 싫은 마음'은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을 잘 나타내며, '들킬까 봐'라는 표현에서 시인의 감정이 어머니에게 전달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행은 독자에게 시인의 내면적 갈등을 그대로 전해준다.

"애써 잠든 척 눈 감은 볼에 비벼대고"
여기서 시인은 자신이 눈을 감으며 감정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그린다. '잠든 척'이라는 표현은 실제 감정을 숨기려는 시인의 의도를 잘 드러내며, 이는 어머니를 안심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병상에 누이고 돌아서는 길"
어머니를 병상에 눕히고 돌아서는 장면은 이별의 순간을 암시한다. 이 구절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은 독자에게 시인이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을 전달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약해진 어머니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창 밖의 쌓인 눈이 부신 햇살에 얼었다 녹았다 합니다"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 부분은 시적 표현의 극치를 보여준다. '얼었다 녹았다'는 표현은 차가움과 따뜻함, 정체와 변화라는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복잡한 감정을 형상화한다.

"나무젓가락 같은 당신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것처럼"
어머니의 손을 '나무젓가락'에 비유한 것은 그녀의 약해진 육체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부분은 시인의 세밀한 관찰력과 비유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잡았다 놓았다'라는 표현은 이별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며, 어머니와의 관계가 점차 멀어져 가는 모습을 암시한다.

"나도 허허로운 벌판 찬바람과 눈 속에서 벗은 나무로 서 있습니다"
여기서 시인은 자신을 '벗은 나무'에 비유하며, 어머니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표현한다. 벌판의 찬바람과 눈 속의 나무는 시인의 고독과 상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표현은 시적 이미지의 강렬함을 더하며, 독자에게 시인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무심히 달리는 초고속 기차처럼 어머니의 시간도 저리 빠르게 달리는지"
시간의 빠름을 '초고속 기차'에 비유한 부분은 어머니의 인생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구절은 시간의 무심함과 인생의 유한성을 강조하며, 어머니의 나약해진 모습을 더욱 부각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지친 듯 수척해 보입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유난히 지친 듯 수척해 보인다'는 표현은 시인의 관찰력을 강조한다. 어머니의 지친 모습은 시인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반영하며, 어머니의 쇠약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어머니!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놓았다 반복하며"
이 구절은 시인이 어머니를 놓지 않으려는 강한 애정을 표현한다. '붙잡았다 놓았다'라는 반복적 표현은 시인의 마음속 갈등과 불안을 나타내며,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매달리는 당신의 허허로운 눈빛을 뒤로하고"
어머니의 '허허로운 눈빛'은 그녀의 무력감을 상징하며, 시인이 느끼는 무력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표현은 시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시인의 감정적 고통을 더욱 부각한다.

"힘없는 손을 놓고 돌아오는 길 부서지는 이 마음 한 자락"
'힘없는 손'과 '부서지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와의 이별이 시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이 구절은 독자에게 시인의 슬픔과 무력감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나는 철없는 아이처럼 자꾸 어머니, 어머니를 부릅니다"
시인이 '철없는 아이'처럼 어머니를 부르는 장면은 그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절실함을 잘 나타낸다. 이는 어머니를 향한 시인의 깊은 애정과 그리움을 강하게 전달하며, 시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아, 어머니 언젠가 당신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 길 떠날 때"
어머니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다는 표현은 죽음을 암시한다. 이 구절은 어머니와의 영원한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인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전달하며, 생명의 유한함을 상기시킨다.

"나 또한 그렇게 당신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무너지는 가슴이 됩니다"
이 부분은 어머니와의 이별에 대한 시인의 두려움과 슬픔을 표현한다. '무너지는 가슴'은 시인이 느끼는 감정의 압도적인 강도를 나타내며, 어머니를 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나타낸다.

"세상 무엇과도 대신할 수 없는 당신의 그 이름을 오늘도 불러봅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시인이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을 나타낸다. 이 구절은 시의 결말에서 시인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극대화하며, 어머니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마지막 구절은 어머니에 대한 시인의 절대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이 구절은 시인의 깊은 애정과 경외심을 강조하며, 어머니가 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이 시는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을 담고 있으며, 어머니와의 이별을 앞둔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일상적 언어와 비유를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감정을 깊이 공감하게 한다. 다만, 일부 표현에서 다소 직설적일 수 있는 감정의 표현을 보다 은유적이고 함축적으로 전개하면 더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소중함과 그리움, 이별의 아픔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공부를 많이 시킨 자녀는

국가의 아들이라 했던가?


은 시절

유학하여

그곳 외국에서 대학교수와 연구직을

겸하면서


연로한 어머님을
모시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독자의 글이다.





청민 박철언 시인의 '나의 어머니'를 읽으며, 저는 마치 제 자신의 이야기를 접하는 듯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이별을 앞둔 복잡한 감정이 저의 마음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특히, "보내기 싫은 그 마음 들킬까 봐"라는 구절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마치 저도 제 어머니를 멀리 떠나보내기 싫어 애써 눈물을 감추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떨어져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저는 매일매일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자주 뵈러 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시인의 어머니를 "나무젓가락 같은 손"에 비유한 부분은 특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의 손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직접 느끼지 못하는 제가, 그 표현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느꼈던 그 따스함과 연약함이 지금은 그립기만 합니다.

"어머니! 가지 말라고 붙잡았다 놓았다 반복하며"라는 구절은 어머니와의 이별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을 떠올리게 합니다. 외국에서 홀로 지내며 가장 힘든 순간,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 눈물을 흘렸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저도 시인처럼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할 날이 오면, 그 순간을 받아들이기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릅니다.

저에게 어머니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머니가 제게 주신 사랑과 헌신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크습니다.

시인의 마지막 구절,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에서 느껴지는 그 절절한 애정은 제가 어머니를 향해 느끼는 감정과 동일합니다.
저 또한 어머니를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분이 계셔서 지금의 제가 있음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사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매일 어머니와의 통화가 유일한 소통 수단이 되어버린 저의 상황이 너무나도 슬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되고,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불안과 걱정이 밀려옵니다. 그런 생각들이 이 시를 읽으며 더욱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청민 시인의 시를 통해,
저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그리움과 사랑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먼 나라에서 어머니를 직접 모실 수 없다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지지만, 시인의 표현처럼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모두가 같은 것이라는 위로를 받습니다.
저는 이 시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며, 가능한 한 자주 연락드리고, 작은 것이라도 표현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이 시는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줄 것입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국경을 초월해 공통된 감정이며, 그리움과 아픔 역시 모두가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인의 깊은 감정과 세밀한 표현이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저는 이 시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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