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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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끄는 농부와 베 짜는 여인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온 전설로, 그들의 사랑과 이별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이야기는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으며, 특히 칠석날이 되면 더욱더 각광받는 이야기이다.
이 전설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늘의 벌로 인해 헤어졌으나, 오직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운명을 그려낸다.
먼 옛날, 하늘나라에는 직녀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천제의 딸로, 뛰어난 솜씨로 베를 짜는 일을 맡고 있었다. 직녀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여인이었으며, 그녀가 짜는 베는 하늘나라 전체에 빛과 생기를 불어넣었다. 직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문양과 색감은 마치 하늘의 별들이 빛나는 것과 같아, 하늘나라의 모든 존재들은 그녀의 작업에 매료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제는 직녀에게 견우라는 젊은 목동을 소개해 주었다. 견우는 하늘나라의 소를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청년으로, 성실하고 정직한 성품으로 유명했다. 직녀와 견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게 강하게 끌렸고, 곧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하늘나라 전체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직녀와 견우는 서로에게 몰두한 나머지, 본래 자신들이 맡은 일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다. 직녀는 더 이상 베를 짜지 않았고, 견우는 소를 돌보는 일을 잊었다.
그 결과 하늘나라에는 혼란이 찾아왔다. 베가 짜이지 않아 하늘의 천은 빛을 잃었고, 소들은 제대로 돌봐지지 않아 들판이 황폐해졌다.
천제는 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여겼다. 그는 직녀와 견우의 사랑이 하늘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들을 벌주기로 결심했다. 천제는 두 사람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뜨려 놓았고, 그들이 서로 만날 수 없도록 했다. 은하수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거대한 장애물이었으며, 두 사람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천제도 그들의 사랑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천제는 1년에 단 한 번, 칠석날에만 직녀와 견우가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 날이 되면 까막까치와 까마귀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은하수 위에 다리를 놓았고, 그 다리를 통해 직녀와 견우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다리는 '오작교'라고 불리며,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칠석날이 다가올 때마다 직녀와 견우는 서로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들의 사랑은 매년 더 깊어졌고, 오작교에서의 만남은 그들에게 한 해를 살아갈 힘이 되었다. 이 날, 직녀는 다시 베를 짜기 시작했고, 견우는 소들을 돌보며 은하수가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잠시 잊었다.
오작교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지난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 속의 전설을 되새겼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첫 만남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비록 1년에 단 한 번밖에 만날 수 없었지만, 그들의 사랑은 변함없이 이어졌고,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아름답게 전해졌다.
이렇게 직녀와 견우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들의 사랑은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의 장벽을 넘어선 사랑의 상징이 되었고, 이 전설은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인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칠석날이 오면,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은하수 너머에서 만날 직녀와 견우를 상상하며 그들의 사랑을 기원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한 쌍의 연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사랑의 본질,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남아,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전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