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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 성당의 촛불

정근옥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베른 성당의 촛불



시인 정 근 옥




눈 내리는 어느 날 나무들이 잠들 때/
부활을 증언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촛불을 켜고 경건히 기도를 올리고 있다//

떠나보낸 마음이 아리고 아플 때마다/
밤바다에 떠오르는 달 하나,//

까맣게 잊고 있던 낯선 하늘에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본다//

텅 빈 가슴에 마지막 남아 있는/
그리움의 까만 심지를 태워 하늘에 날려 보내고,//

번뇌를 태우던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명종처럼 마음 한가운델 비우고 바람 앞에 선다//

바람에 울리는 낮은음의 종소리를 들으며/
강물처럼 모든 걸 바다에 보내고/
어둠이 짙을수록 빛나는 별을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근옥 시인은 현대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중견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영적인 성찰을 다룬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깊이 있는 내면적 탐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고통과 희망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정근옥 시인의 삶은 여러 가지 시련과 고난을 겪으며 이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러한 삶의 경험들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녹아있으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정근옥 시인의 '베른 성당의 촛불'은 인간의 내면적 고뇌와 영적 각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촛불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상실, 그리움, 고통, 그리고 희망에 이르는 감정의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시인이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그리고 신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며 인간의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시의 첫 부분에서 시인은
"눈 내리는 어느 날 나무들이 잠들 때"라는 구절을 통해,
자연의 고요함을 묘사한다. 눈 내리는 날은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주며, 이는 곧 인간의 내면이 고요해지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러한 자연의 정지 상태는 시인이 탐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면적 고요와 연결된다. 그 속에서 "부활을 증언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등장하는데, 막달라 마리아는 그리스도교에서 중요한 인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한 증인이다. 그녀의 등장은 시의 주제를 신앙과 연결시키며, 고통 속에서도 부활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 장면에서 시인은 자연과 종교적 상징을 결합하여 인간의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서 시인은
"떠나보낸 마음이 아리고 아플 때마다 / 밤바다에 떠오르는 달 하나, "라는 구절에서
상실의 아픔을 표현한다.
떠나보낸 마음, 즉 이별이나 상실로 인한 고통이 느껴지는 이 부분에서, 시인은 밤바다에 떠오르는 달을 통해 고독과 위안을 함께 상징한다. 달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로, 고독한 순간에 인간이 찾는 위안의 상징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위로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달이 밤바다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는 고통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까맣게 잊고 있던 낯선 하늘에서 / 가만히 나를 내려다본다"는 구절에서는 시인이 잊고 있던 무언가,
즉 신성이나 내면의 목소리가 다시금 자신을 찾아오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낯선 하늘은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오랜 시간 잊혔던 무엇을 상징하며, 그 하늘이 자신을 내려다본다는 것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 잊고 있던 신앙이나 영적인 깨달음이 다시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 장면은 시인이 인간의 고통을 종교적, 영적인 차원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고통 속에서 신성한 존재나 내면의 목소리가 다시금 자신을 찾아오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시의 주제인 영적 각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한다.

그리움을 촛불의 심지에 비유한
"텅 빈 가슴에 마지막 남아 있는 / 그리움의 까만 심지를 태워 하늘에 날려 보내고"라는 표현은
시인이 고통과 그리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촛불은 흔히 희생이나 헌신을 상징하며, 그 심지는 타들어가는 슬픔이나 번뇌를 의미한다. 시인은 텅 빈 가슴, 즉 상실과 공허함 속에서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그리움을 태워 하늘로 날려 보낸다고 표현함으로써, 고통을 극복하고 그리움을 하늘에 맡기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찾아가려는 강인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지는
"번뇌를 태우던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명종처럼 마음 한가운델 비우고 바람 앞에 선다"는 구절에서는
촛불이 번뇌를 태우는 과정을 묘사한다. 촛불은 기도와 명상의 상징으로, 번뇌를 태우는 과정은 인간의 영적 정화를 의미한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비우고, 바람 앞에 선다는 표현은 고통 속에서도 마음을 비우고,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명종처럼 마음을 비운다는 표현은 내면의 갈등을 잠재우고, 바람 앞에 자신을 맡기는 태도를 통해 인간의 고통을 초월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잘 나타낸다.

"바람에 울리는 낮은음의 종소리를 들으며 / 강물처럼 모든 걸 바다에 보내고"라는 구절은
종소리와 강물의 흐름을 통해 인간의 삶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감을 암시한다. 종소리는 차분하고 고요한 울림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강물처럼 모든 것을 바다에 보낸다는 표현은 인간이 번뇌와 고통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모든 것을 흘려보내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이 고통과 번뇌를 어떻게 자연의 순리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인
"어둠이 짙을수록 빛나는 별을 바라본다"에서는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강인함을 강조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별은 더 빛나며, 이는 고통이 깊어질수록 인간이 희망을 더 절실하게 찾으려는 본능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빛을 찾아가려는 모습을 묘사하며,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요컨대, 정근옥 시인의 '베른 성당의 촛불'은 인간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영적인 각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시로 평가할 수 있다. 시인은 촛불, 밤바다, 달, 종소리 등 다양한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전달하며, 고통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정근옥 시인의 내면적 성찰과 시적 역량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고통과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시인은 표현상의 섬세함과 주제의식의 일관성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회복, 그리고 희망의 여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베네딕도라고 밝힌

독자가

시인에게 올린

글입니다.




정근옥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한 사람의 가톨릭 신자로서, 시인님의 작품 '베른 성당의 촛불'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 속에 담긴 고요한 촛불의 빛과 부활을 증언하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이 제 신앙과 깊이 맞닿아 있었고, 이를 통해 신앙의 본질과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인님께서 그려내신 촛불은 제게 있어 단순한 불빛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불빛은 고통과 그리움을 태우며, 우리의 영혼을 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마치 성당에서의 기도와 명상이 우리를 더욱 성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시인님의 촛불도 저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시에서 등장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언한 강인한 여성으로, 시인님께서 그녀를 통해 표현한 부활의 메시지는 저의 신앙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움과 상실의 아픔을 태우며 부활의 희망을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 저 역시 제 삶 속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시인님께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신 점이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인의 이 메시지는 제 신앙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더 빛나는 신앙의 별을 바라보며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인님의 작품은 단순한 시가 아닌 저에게 깊은 신앙의 울림을 주는 영적 지침서와도 같았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자로서 살아가며, 시인님의 시를 통해 다시금 신앙의 본질을 되새기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인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베네딕도 드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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