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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교만

청람 김왕식










내향형 교만



교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대개 겉으로 드러나는, 눈에 쉽게 띄는 모습들을 떠올리곤 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드러내려는 듯한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성공과 능력을 자랑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려 애쓴다.

자신보다 뛰어난 이를 만나면 경쟁심에 불타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면 가차 없이 무시해 버린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교만은 이처럼 외형적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교만은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도 자라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외향형 교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런 내향형 교만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신조차도 그것이 교만임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향형 교만은 종종 겸손으로 위장된다. 그 사람은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상냥하고 너그럽다. 그는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 보이고, 언제나 남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은 어떨까? 내향형 교만은 외향형 교만과는 달리, 그 내면에서 스스로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집중한다. 그 사람은 겉으로는 귀를 기울이며,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내린 상태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을 지은 그는, 그 결론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은 그의 내면에서 별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런 내향형 교만은 외향형 교만보다 더 질이 나쁠 수 있다. 외향형 교만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그들의 태도나 행동을 보고, 그들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내향형 교만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겉으로는 온화하고 겸손하게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는 결국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일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향형 교만은 자신의 교만을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오는 위험성도 있다. 자신이 겸손하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을 존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교만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여긴다. 이는 결국 그를 더 큰 교만으로 이끌고, 그는 점점 더 타인과의 소통에서 멀어지게 된다.

교만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것이 외향적으로 드러나든, 내향적으로 숨어 있든,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의 내면에 있는 교만을 직시하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교만뿐만 아니라, 겸손이라는 가면을 쓴 내향형 교만까지도 우리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국, 교만이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진정한 겸손은 그 반대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교만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 숨겨진 교만을 마주할 용기를 갖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겸손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두 친구의
대화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

나는 평소에 교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다른 사람들,

특히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떠올렸지. 그들이 얼마나 자신을 과시하는지,

얼마나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비웃기도 하고, 때로는 경계하기도 했어.

하지만 글을 읽고 나서,

내 안에도 그런 교만이 있다는 걸 느꼈어.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말이야."

" 어떤 부분에서 특히 그렇게 느꼈어?"

" 특히 내향형 교만에 대한 부분이었어. 나는 겉으로는 늘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해 왔어.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했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사실 그게 진심이 아닐 때가 많았어.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내 결론을 내린 상태였던 거야.

그리고 상대방의 말이 내 생각과 다르면, 그걸 듣기보다 내 판단이 맞다는 걸 계속 확신하려 했던 것 같아."

" 그럼, 그때 네 생각은 어떤 식으로 흘러갔던 거야? 이미 마음속에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거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던 걸까?"

" 생각해 보면,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나는 끊임없이 '내가 맞아', '이건 틀렸어'라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거나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

그러면서 나보다 덜 지식이 있거나 경험이 적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속으로 무시하거나, 그 사람의 의견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 같아."

"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던 거네. 그러면 그게 내향형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맞아. 글을 읽으면서 정말 뜨끔했어. 내가 생각했던 교만은 늘 외향적이고 눈에 띄는 것들이었는데,

사실 나도 그 교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깨달았지. 어쩌면 나는 외향형 교만을 비난하면서 나 스스로를 더 겸손한 사람이라고 믿으려고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겸손이 진짜 겸손이 아니라, 그냥 내향형 교만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

"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걸 깨닫고 나서 넌 어떻게 변화하려고 해?"

" 일단, 내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바라보려고 해. 지금까지는 내가 경청하는 척, 이해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내 판단을 고집하고 있었어.

이젠 그런 척을 그만두고, 진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할 거야.

내가 맞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지.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 고민해보려고 해."

" 쉽지 않을 것 같아. 네가 항상 해오던 습관이니까."

" 맞아, 정말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안에 교만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깨달았고,

이걸 그냥 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할 거야. 내 생각이 항상 옳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야겠지."

" 네가 그렇게 하려고 결심했다니, 대단한 용기야. 근데 그걸 실행에 옮기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이야?"

" 우선, 대화를 할 때 내가 판단을 내리려는 순간을 알아차리려고 해.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이건 이래서 틀렸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순간 스스로를 멈추게 할 거야. 그리고 그 생각 대신 '왜 저 사람이 저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거야.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가능하면 그 사람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져서, 그 사람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내 판단이 아니라, 진짜 대화를 하게 될 것 같아."

" 그게 잘 된다면, 정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야?"

" 힘들겠지. 내가 늘 해오던 방식이 바뀌는 거니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걸 하기로 결심했는지를 떠올릴 거야.

내향형 교만이 얼마나 나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지, 그리고 내가 진짜로 겸손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기억할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않으려고 해. 변화를 하려는 과정에서 실수도 할 테고,

그럴 때마다 다시 돌아가서 노력하면 되니까. 중요한 건, 그 변화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겠지."

" 맞아,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 그 방향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거야. 네가 그 길을 걸어가려는 결심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이뤄낸 거야. 앞으로 네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돼."

"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진짜 겸손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게.

이 글을 읽고 나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게 정말 다행이야.

이제 시작이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나갈 거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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