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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었다

청람 김왕식






더위 먹었다.




연일 혹서다.
여름의 열기가 도시를 감싼다.
죽마고우 달수와 진철은 더위를 피해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폭염 속에서 지친 달수가
'더위를 먹었다'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한국어의 특별한 표현들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일상의 대화였다. 달수가 외국인 친구 '에릭'에게 '더위를 먹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진철은 이 표현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혼란스러울 수 있는지를 깨닫고,
웃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친구는
'먹다'라는 동사가 음식 섭취 이외의 상황에서 사용되는 여러 사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마음을 먹다',
'힘들여 말하다',
'배고픔을 달래다' 등 한국어의 관용적 표현들이 화제에 올랐다.
이들은 이런 표현들이 외국어로 직역되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문장이 될지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이 대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언어의 본질과 문화적 특성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졌다.
달수와 진철은 이러한 표현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한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복잡한 문법 구조에 더해 이해하기 힘든 관용적 표현들까지,
한국어 학습자들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특성이 바로 한국어의 매력이라는 데에도 동의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언어 학습과 문화 교류의 중요성으로 이어졌다.
달수는 에릭에게 '더위를 먹다'라는 표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 문화의 일면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언어 학습이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대화는
달수와 진철에게 자신들의 모국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표현들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그들은 언어의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고유의 특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운 여름날의 이 대화는
두 친구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단순한 언어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대화가 문화적 성찰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이런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약속했다.
때로는 외국인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탐구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폭염 속에서 시작된 이 대화는
두 친구에게 시원한 바람과도 같았다. 언어라는 창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들은 무더위도 잊은 채 깊이 있는 대화에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더위 먹지 말라'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질 때,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 날의 대화는
달수와 진철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화의 깊이를 발견하고, 언어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지만, 두 친구의 마음속에는 시원한 깨달음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언어의 바다에서 발견한 작은 진주와 같은 이 경험은,
앞으로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두 친구는 언어라는 신비로운 세계를 여행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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