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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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은 누가 키우나?
들꽃 언덕에 올라서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정원은
없었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며 유안진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나님이 키우신다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에서 자라는 들꽃들은 그 어떤 화초보다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다.
그들의 향기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인공적인 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청량한 향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들꽃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흔히 값비싼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두곤 한다.
이 들꽃 언덕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였다.
여기 피어있는 꽃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다르다는 것을.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하늘의 관점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들꽃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해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광경을 보며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도 때로는
이 들꽃들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저 우리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들꽃 언덕에서 내려오며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받은 듯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피워낼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하늘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가에 핀 작은 들꽃 하나를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꽃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 꽃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속삭였다.
"넌 정말 아름답구나."
그날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화려하고 값비싼 것들보다는 소박하지만
진실된 것들에 더 눈길이 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했다.
들꽃 언덕에서의 경험은
내 삶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늘의 눈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았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키우시는
들꽃 같은 존재라는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나는
그 모습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다는 것을.
이제 봄이 오면
들꽃 언덕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곳에서 하늘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다시 한번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들꽃처럼 소박하게,
허나
충만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것이 진정 하늘이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