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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5. 2024

백영호 시인의 '길에 대한 소묘'를 청람 평하다

백영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길에 대한 소묘


                                 시인 백영호




산다는 것은
길을 걷는 것이다
어제길은 험했고
오늘길은 조심조심
내일길은 새로운 길

뚫린 길, 꼬부랑길
흙탕길, 비탈길, 사막길

그중에 내가 만난
당신의 길이
가장 편하고 환했습니다

굽이쳐 넘어온 길
땀으로 범벅된 눈물의 길
코로나 길 고행의 길
가도 가도 붉은
어느 시인의 황톳길

어머니,
당신이 닦아 놓은 이 길
황소의 걸음으로
편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자식 보이시나요.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늘 삶과 자연,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감정을 탐구해 왔다. 그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삶을 통해 경험한 여러 감정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깊은 성찰이다.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를 시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이번 시 '길에 대한 소묘' 또한 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삶의 여정을 묘사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길을 걷는 것이다"

이 시는 "산다는 것"을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길은 곧 삶의 은유다. 백영호 시인은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간결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길을 걷는 행위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삶의 전체 과정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시인은 인생의 여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구절은 삶의 본질을 간결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다.

"어제길은 험했고
오늘길은 조심조심
내일길은 새로운 길"

어제, 오늘, 내일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길의 변화를 묘사한 이 부분은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표현한다. 어제의 길이 험했다고 하는 것은 과거의 어려움을 상징하며, 오늘의 길을 조심조심 걷는 것은 현재의 신중함을 의미한다. 내일의 새로운 길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나타낸다. 시인은 이 구절을 통해 시간에 따른 삶의 변화를 암시하며,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뚫린 길, 꼬부랑길
흙탕길, 비탈길, 사막길"

여기서 다양한 길의 묘사는 인생의 다양한 상황과 고난을 상징한다. 뚫린 길은 비교적 순탄한 인생의 길을 의미할 수 있고, 꼬부랑 길은 예상치 못한 변화와 굴곡이 있는 인생을 나타낸다. 흙탕길은 어려움과 고통을, 비탈길은 위태로움을, 사막길은 고독과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삶의 상황을 의미한다. 시인은 이러한 다양한 길을 나열함으로써 삶의 복잡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드러낸다.

"그중에 내가 만난
당신의 길이
가장 편하고 환했습니다"

이 구절은 시인이 만난 특정 인물, 아마도 시인의 어머니나 혹은 인생의 중요한 타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이 인물의 길이 가장 편안하고 환했다고 묘사하며, 인생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임을 암시한다. 여기서 편안함과 환함은 마음의 안식과 행복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 구절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안정감과 위로를 강조하고 있다.

"굽이쳐 넘어온 길
땀으로 범벅된 눈물의 길"

여기서 굽이쳐 넘어온 길은 인생의 굴곡을, 땀과 눈물로 범벅된 길은 그 과정을 통해 겪은 고난과 고통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러한 길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의 삶 속에서 이러한 경험들은 깊은 상처와 함께 귀중한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길을 더욱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었음을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 길 고행의 길
가도 가도 붉은
어느 시인의 황톳길"

이 부분은 시인이 겪은 현대적인 어려움을 암시한다. 코로나 길은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통과 고행을 나타내며, 이는 현대인 모두가 겪어야 했던 집단적 경험이기도 하다. 황톳길은 자연의 소박함과 동시에 인생의 힘겨움을 상징하며, 시인은 이를 통해 현대의 복잡한 사회 속에서 느끼는 인간적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
당신이 닦아 놓은 이 길
황소의 걸음으로
편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자식 보이시나요."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며 시를 마무리한다. 어머니가 닦아놓은 길은 자식에게 물려준 삶의 지혜와 인생의 길을 상징한다. 황소의 걸음으로 걷는다는 표현은 차분하고 끈기 있게 살아가는 자세를 의미한다. 시인은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인생을 차분하게 걸어갈 수 있음을 감사하며, 어머니에게 자신의 안정을 보여주고 있다.

백영호 시인의 '길에 대한 소묘'는 인생의 여정을 다양한 길의 비유로 표현하며, 그 속에 담긴 고난과 행복, 고통과 위로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시인은 단순히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복잡성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그의 시어는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이며, 각 구절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인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보편적 진리로 확장시키는 데 있다. 시인이 겪은 삶의 다양한 길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인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시인은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그의 시는 감정의 깊이와 사유의 깊이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이는 백영호 시인만의 독창적인 시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요컨대, '길에 대한 소묘'는 인생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이 시는 인생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새로운 삶의 통찰을 제공한다. 백영호 시인의 섬세한 시각과 깊이 있는 성찰은 이 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그의 시세계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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