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기

백영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낮아지기





시인 백영호




앙증맞게 참한 꽃은
키가 작고 꽃이 작다

자세히 보기 위해
땅바닥에 엎디어
이리보고 저리보고,

귀하고 예쁜 건
내가 숙이고
엎어져야 그 하이얀
꽃살 보여줬다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삶을 꽃에 비유하며,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해지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을 담아낸다.
그는 시를 통해 작은 것들 속에서 큰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그 안에 내재된 진리와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이 시를 읽으면 그의 삶의 태도가 떠오른다. 항상 겸손하고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는 그의 시선은 삶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첫 행에서 "앙증맞게 참한 꽃은 키가 작고 꽃이 작다"라는 표현은 작고 소박한 것들의 가치를 상징한다. '앙증맞다'는 단어는 작은 것의 귀여움을 표현하는데, 이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시인은 작은 꽃을 통해 삶의 겸손함과 소박함을 찬양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내면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의 시선은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고 소소한 것에 집중된다. 이 첫 구절은 시 전체의 분위기를 설정하고, 작은 것이 주는 감동을 강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 행에서 "자세히 보기 위해 땅바닥에 엎디어"라는 표현은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시인의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시인은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여기서 엎디는 행위는 물리적인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철학적인 겸손을 상징한다. 이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낮아짐'의 의미와도 일치한다.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를 낮추고, 세상과 가까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세 번째 행 "이리보고 저리보고"는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 시인은 이리저리 살피며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이는 마치 삶 속에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를 상징한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철저한 탐구정신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네 번째 행에서는 "귀하고 예쁜 건 내가 숙이고 엎어져야 그 하이얀 꽃살 보여줬다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여기서 '귀하고 예쁜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가치와 진리를 상징한다. 시인은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엎드리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행동을 넘어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여기서 백영호 시인의 삶의 철학이 더욱 뚜렷해진다. 그는 자신을 낮출 때 비로소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인은 작은 꽃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을 전달한다. 시 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는 작지만 강렬하다. 하얀 꽃이 주는 순수함과 그 꽃을 보기 위해 몸을 낮추는 행위는 매우 섬세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겸손과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꽃의 이미지는 시인의 내면과 닮아 있다. 작고 소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크고 깊다.

백영호 시인은 삶의 소소한 부분에서 큰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의 시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큰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더 중시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즉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와 진리이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시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며, 이 시 역시 그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시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첫 구절에서 작은 꽃을 통해 시작된 시적 여정이 결국 스스로를 낮추고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인 관찰을 넘어서 내면의 성찰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백영호 시인의 이 시는 작은 꽃 한 송이를 통해 삶의 진리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통해 작은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진리와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시는 겸손과 낮아짐의 가치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이를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요컨대, 백영호 시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섬세한 시적 표현은 작은 것 속에서 큰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그의 진지한 탐구정신을 보여준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서, 삶의 깊은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진중한 철학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백영호 시인의
시 '낮아지기'를 평하면서

불현듯
몇 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영호 시인과
글을 교유하면서

호사를 누린다.

마음
흡족하다.






나를 보려면 엎드려 주세요



청람 김왕식



세상은 거대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높이 치솟은 나무들, 넓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하늘을 가득 채우는 구름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요구한다. 우리는 종종 이런 웅장함에 매료되어 작은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그 작고 섬세한 존재들은, 거대한 세상 속에서 마치 그림자처럼 남겨져 있다. 이들은 우리 삶에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는 조용한 증거들이다.

한 작은 꽃을 떠올려 보자. 그 꽃은 참하고, 앙증맞다. 키도 작고, 꽃잎도 작다.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그 존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 꽃은 그 어떤 거대한 나무보다도, 혹은 하늘의 구름보다도 한결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자세를 낮춰야 한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고, 바닥에 엎드려야만 우리는 그 작고 귀한 꽃을 마주할 수 있다. 우리는 엎드려 그 꽃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 작디작은 꽃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을 낮추고, 시선을 내리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과정은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도 닮아 있다.

우리는 삶에서 종종 자신을 높이고, 더 큰 것을 바라보며, 더 먼 곳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작은 것들의 중요성을 잊는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귀하고 중요한 것들은 종종 그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 속에 숨겨져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는 순수함과 진정성이 깃들어 있다. 작은 꽃이 흙 속에서 피어날 때, 그것은 하늘을 향한 당당한 외침이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미소처럼 다가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여기에 있어요, 나를 보려면 당신이 엎드려야 해요.”

생각해 보면, 이는 우리 인간의 본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크고, 눈에 띄고, 인상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 명성, 부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과 만족은 그 크고 눈부신 목표들 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서서히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깊이 들여다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기쁨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마치 그 작은 꽃처럼 말이다.

이 작은 꽃은 우리에게 일종의 교훈을 준다. 그 꽃은 말하지 않지만, 자신의 존재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고 하얀 꽃잎을 보려면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마치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을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때때로 높은 곳을 바라보며 거창한 목표만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이러한 소소한 행복은 우리에게 매 순간 깊은 의미를 부여해 준다.

어쩌면 이 꽃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도 닮아 있다. 어려움은 종종 큰 사건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사건들 속에 숨어서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 어려움을 자세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그것이 주는 교훈을 깨닫는다. 그 교훈은 언제나 분명하고 단순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작은 꽃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연의 섬세함을 이해하게 된다. 그 섬세함은 인간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우리의 삶은 결코 거대한 사건들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사이에 숨겨진 작은 순간들, 작은 사건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잠시 멈추어 그것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깊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자연은 항상 우리의 교사다.
그 교사는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 작은 꽃은 그 가르침 중 하나다. 그 꽃은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것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 작은 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는 결국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닮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꽃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며, 그 섬세한 아름다움을 즐긴다. 작은 꽃 하나에도 세상과 우리의 삶이 응축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보여준다. 작고 귀한 것을 보려면, 우리는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꽃 하나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작은 꽃은 말한다.

“내가 귀하고 예쁘지만, 나를 보려면 당신이 숙여야 해요.”

그 말속에는 우리 모두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가르침이 담겨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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