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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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성'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라하에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였다.
카프카는 법률을 공부한 후,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했다. 그의 삶은 신경증적 불안, 자기 소외, 그리고 무기력감이 지배하는 내적 갈등으로 가득 찼다. 카프카의 작품은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불안과 소외감을 반영하며, 주로 권력 구조와 인간의 고립을 다루고 있다.
카프카는 삶을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으로 묘사했다.
이는 그가 평생 동안 앓아온 질병, 즉 결핵과 불안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으며, 그는 자신을 완전히 타자화된 존재로 느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은 자주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체계와 싸우게 된다. 이러한 테마는 그의 철학적 사상, 특히 실존주의 및 부조리 철학과 맞닿아 있다.
카프카의 문학적 의식은 자아의 고립, 불가해한 체계와의 충돌, 그리고 끝없이 권위를 쫓는 인간의 절망적인 탐구로 이루어진다.
이는 그의 작품 『성』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성』은 주인공이 도달할 수 없는 성을 목표로 하여 계속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과 체계적 부조리를 묘사한다.
카프카의 철학은 실존주의적 요소와 부조리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자주 인간의 존재와 체계 사이의 근본적인 불일치를 탐구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하려고 하지만, 사회적 또는 체제적 제약에 의해 언제나 좌절된다.
카프카는 이러한 상황을 "부조리"로 설명하며,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고 타자화된 채로 살아간다고 보았다.
그의 작품은 특히 권위에 대한 불신과 체계적 억압에 대한 저항을 다룬다. 카프카의 등장인물들은 자주 관료적 시스템에 의해 억압되고, 그들은 그 체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그들은 체계의 목적이나 규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러한 점에서 카프카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존적 불안감을 철저히 탐구한 작가로 볼 수 있다.
줄거리를 간단히 살피면,
카프카의 미완성 소설 『성』은 주인공 K가 자신의 직업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성(城)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K는 토지 측량사로서 성에서 일을 하기 위해 불려 왔다는 연락을 받지만, 성에 도착한 후 그는 자신이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이야기는 K가 성에 접근하고, 그곳의 관리들과 접촉하며, 그가 실제로 측량사로 고용된 것인지 확인하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K는 성으로부터 어떤 명확한 대답도 받지 못하며, 성에 접근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좌절된다. K는 성의 관리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지만, 그들은 성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그의 고용 여부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는다.
K는 마을 사람들과도 접촉하지만, 그들 역시 성의 체계와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성의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성의 관리들은 항상 K에게 모순된 정보를 제공하고, K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실패한다. 이야기는 성에 도달하려는 K의 끝없는 시도가 이어지며, 결국 미완으로 끝난다.
주인공 K는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확인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성으로부터 고용되었다고 믿으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성으로부터 어떠한 명확한 확인도 받지 못하는 K는 점점 더 큰 혼란과 좌절에 빠진다. 그는 성의 관리들에게 계속 질문하고 항의하지만, 그들은 무관심하거나 모순된 반응을 보인다.
K의 심리는 실존적 위기와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인간의 고투를 상징한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점점 더 타자화되고 체제에 의해 억압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불안과 혼란은 카프카가 묘사하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프리다'는 마을에서 일하는 여종으로, K와 연인 관계를 맺게 된다. 프리다는 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녀는 성의 관리인 '클람'의 연인이었다가 'K'와 연인이 된다.
프리다는 K와의 관계에서 성과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보여준다. 그녀는 K와의 사랑을 통해 성의 억압적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녀 역시 성의 힘에 의해 억눌려 있다.
프리다는 K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찾으려 하지만, 그녀의 자율성은 성의 권력 구조에 의해 제한된다. 그녀의 심리는 권력 구조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정의하려는 여성의 욕망과 그로 인한 갈등을 상징한다.
성의 관리들, 특히 클람과 같은 인물들은 모호하고 불가해한 권력의 화신이다. 그들은 K에게 어떠한 명확한 대답도 주지 않으며,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성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체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그들은 K에게는 끊임없는 혼란과 좌절을 안겨주는 존재로 작용한다.
이들의 심리는 권력의 부조리함과 그것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체제의 모호성을 이용하며, 인간을 억압한다.
카프카의 『성』은 현대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작품은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관료적 억압, 체계의 부조리, 그리고 실존적 불안을 강력하게 묘사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복잡하고 모순적인 체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체계의 규칙이나 목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은 자신의 자율성과 자유를 제한받고, 체제에 의해 소외되는 경험을 한다.
카프카의 『성』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고뇌와 체계에 대한 불신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의 직장 생활, 관료주의, 그리고 사회적 체계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체계는 우리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혼란과 불안을 느끼게 되며, 이는 카프카가 묘사한 K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프카의 『성』은 또한 개인이 체제에 맞서 자아를 찾으려는 투쟁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의 정체성 위기와 자아실현의 어려움을 상징하며, 현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과 체계의 불가해성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대인의 실존적 위기와 체제적 억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은 인간의 실존적 고립과 체제적 억압을 탐구한 작품으로, 그의 내면적 불안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주인공 K의 성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곧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자기실현의 갈망과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체계적 장애물들을 상징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관료적, 정치적, 경제적 체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이러한 체계는 모호하고 불가해한 면이 많다. 이로 인해 개인은 체제의 부조리 속에서 고립되고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카프카의 『성』은 이러한 실존적 고뇌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성은 현대 사회에서 자주 경험되는 힘의 불투명성과 억압적 구조를 상징하며, 그 안에서 개인은 자신의 자율성을 찾으려 하지만 끊임없이 좌절을 맛본다. K의 좌절은 곧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체계 속에서 겪는 무력감을 대변한다. 이 작품을 통해 카프카는 현대 사회의 인간이 마주하는 부조리와 그 속에서 느끼는 절망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또한, 『성』에서 강조되는 인간의 고립감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경쟁이 심화되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리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더욱 고립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K가 마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계속해서 소외되고, 성의 관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소외와 유사하다.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점 더 피상적이 되고, 우리는 체계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확인받고자 하지만 제대로 된 인정이나 소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카프카의 『성』은 또한 권력의 불가해함과 그로 인한 혼란을 묘사하며, 이는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오늘날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력 구조는 대중에게 불투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카프카의 성은 바로 이러한 권력의 본질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 권력에 접근할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은 끝이 없고 답은 얻기 힘들다.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과 체계는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개인은 그 안에서 끝없는 불안과 혼란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카프카의 『성』은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며, 우리가 마주하는 실존적 문제들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 독자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체계와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의 존재가 체계 속에서 어떻게 제한되고 왜곡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카프카는 인간의 삶이 필연적으로 부조리와 억압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지적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성』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작품으로, 개인의 실존적 불안과 체제적 억압에 대한 성찰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독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