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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일 ㅡ은혜와 더불어

청람 김왕식








시 쓰는 일
ㅡ은혜와 더불어




시인 안혜초






누워서도 앉아서도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일

많이 아프지만 않으면
아파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

한밤중
자다가 깨어나서도
지웠다 썼다
아무도 몰래
나 혼자 곰곰할 수 있는 일

언제 어디서나
그분하고는
내 안에 오롯이 살아 계신 전지전능하신
그분하고는
은혜로이 함께
할 수 있는 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안혜초 시인은 고통 속에서도 시를 통해 내면의 치유와 신과의 소통을 이루며, 그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녀의 시는 단순한 표현 속에 깊이 있는 영적인 통찰을 담고 있으며, 삶의 고통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시 쓰는 일ㅡ은혜와 더불어'는 이러한 시인의 내면적 여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신과 함께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첫 행,
"누워서도 앉아서도
걸어가면서도
할 수 있는 일"에서
시인은 시 쓰기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일임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시 쓰기가 특별한 공간이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 속에서 가능하다는 시인의 철학을 나타낸다. 삶의 모든 자리에서 시인은 창조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 쓰기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생명력과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많이 아프지만 않으면
아파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구절은
육체적 고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는 일이 가능함을 강조한다. 여기서 시인은 자신의 고통을 넘어서는 힘을 시에서 발견하고 있으며, 아픔 속에서도 자기 표현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이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와 함께 시 쓰기가 곧 치유의 과정임을 암시한다.

"한밤중
자다가 깨어나서도
지웠다 썼다
아무도 몰래
나 혼자 곰곰할 수 있는 일"에서는
시 쓰기가 혼자만의 내밀한 행위임을 표현한다. 이 행위는 매우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며, 외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다듬을 수 있는 순간으로 그려진다. 이 장면은 시인의 고요한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강조하며, 시는 곧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임을 나타낸다.

"언제 어디서나
그분하고는
내 안에 오롯이 살아 계신
전지전능하신
그분하고는
은혜로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시 쓰기와 신과의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시를 쓰는 과정이 곧 신과의 교감이라고 믿고 있으며, 신과 함께하는 순간이 곧 시 쓰기의 순간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구절은 시 쓰기가 단순히 개인적인 창작 활동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와의 깊은 연결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적인 경험임을 강조한다.

시 전체에서 시인은 일상 속에서의 시 쓰기와 신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이를 통해 고통을 넘어서는 힘과 위로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시 쓰기는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행위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신과의 교감을 이루는 과정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그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는데, 이러한 주제의식은 그녀의 시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안혜초 시의 특징은 단순한 언어로 깊은 영적인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시인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추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을 담아내어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이 시를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시의 이미지들은 일상적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감정과 철학은 매우 깊이 있다. 시인의 단순한 언어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선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시에서 드러나는 철학적 성찰은 시인의 깊은 영성과 연결되어 있다. 시인은 고통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신과의 관계 속에서 그 고통을 초월하려 한다. 이러한 점에서 안혜초의 시는 삶과 신앙,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서로 얽히고설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요컨대,
'시 쓰는 일ㅡ은혜와 더불어'는
안혜초 시인의 삶과 철학을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시인은 일상과 고통 속에서 신과 함께 시를 쓰며 자기 성찰과 치유를 이루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영적인 행위로써, 시인을 넘어 독자들에게도 고통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고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시의 감성적 측면과 철학적 깊이는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시인의 독창적인 세계를 드러낸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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