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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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 하나로 사람을 구했다
청람 김왕식
매주 목요일,
나는 섬기는 목사님과 함께하는 성경 공부에 참석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성경을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삶의 지혜와 영적인 교훈을 찾아내는 시간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오늘도 평소처럼 성경 공부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한 이야기 덕분에 우리의 시간이 더욱 의미 깊어졌다.
목사님은 수년 동안 가까이 지내온 한 지인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분은 목사님에게도 매우 특별한 분이었다고 한다. 그분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남다른 삶의 철학과 실천이 담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점은 그분이 늘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 페트병을 준비해 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페트병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도, 완전히 비어 있지도 않았다. 물은 정확히 3분의 1만큼만 담겨 있었다. 더불어 그 병에는 긴 줄이 묶여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분의 이 특이한 행동에 대해 의아해했다. 왜 하필 물을 3분의 1만 담는지, 그리고 왜 그 페트병을 항상 트렁크에 넣고 다니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그분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언제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는 말만 남겼다. 그의 대답은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깊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분은 꾸준히 물병과 줄을 차에 넣고 다니며 늘 준비된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 준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날도 평화로운 날이었다.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한 가족이 강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웃음소리와 물장구 소리가 시원하게 퍼져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강의 흐름이 거세지면서, 어린아이가 물살에 휘말리고 말았다. 아이는 급류에 떠밀리며 점점 강의 깊은 쪽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 장면을 본 부모는 공포에 휩싸였고, 당황한 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침 그분은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상황을 목격한 그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 트렁크를 열고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두었던 페트병을 꺼냈다. 그리고 물병에 묶인 긴 줄을 들고 아이가 있는 쪽으로 던졌다. 물병은 정확히 아이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물병을 붙잡았고, 그분은 줄을 당겨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구조되었다. 한순간의 공포가 사라진 후, 부모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과 감사를 느꼈다. 그들은 아이를 구해준 그분에게 큰 감사를 표하며 사례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분은 그들의 모든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그저 준비된 마음으로 행동했을 뿐이며, 자신이 한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그분의 준비성과 겸손한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중요한 가치를 상기시켜 준다.
그분의 행동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가 단순히 준비한 물병 하나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지닌 '준비하는 자세'와 '선한 영향력'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진정한 핵심이다. 그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준비성을 발휘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평소 그의 작은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분이 물을 가득 채우지 않고 3분의 1만 채워둔 이유는 물리적인 원리에도 맞닿아 있다. 물병을 가득 채우면 물의 무게 때문에 물병이 물에 가라앉고, 물을 전혀 채우지 않으면 바람에 휩쓸려 정확한 위치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적정량의 물을 담아두면 물병이 물 위에 떠서 멀리 던질 수 있고, 물에 닿아도 가라앉지 않아 구조에 용이하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원리를 넘어서, 우리 삶에서도 균형과 적절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그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극구 사양하며 자신이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러한 태도는 진정한 선행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선행은 자신을 드러내고 칭찬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타인을 돕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위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 또한 준비된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그 순간에 타인을 돕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그분은 자신이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은 준비를 했고, 그 준비는 결국 한 생명을 구하는 큰일로 이어졌다. 이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교훈을 준다. 평소에 작은 준비와 배려가 쌓여서 나중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분의 겸손한 태도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종종 선행을 베풀 때 그것을 과시하거나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선행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분이 보여준 겸손과 무욕의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이는 준비된 마음과 행동, 그리고 선한 영향력의 결과물이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내 삶 속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나 역시 그분처럼 항상 준비된 자세로, 작지만 의미 있는 선행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러한 영향력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준비와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그분처럼 항상 준비된 자세로 살아간다면,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거나 그들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선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