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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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
나는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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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나를 쏘지 말아 줘!
맑고도 서늘한 가을 아침이다.
독일의 푸르른 숲 속에서 비스마르크는 그의 오랜 친구와 함께 사냥을 나선다. 비스마르크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철혈재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엄격하고 냉정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그는 속 깊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으로, 친구와의 우정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그날의 사냥은 단순히 오랜만의 휴식이자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은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우리에게 던져주곤 한다.
숲 속 깊숙이 들어간 그들은 어느 순간 서로의 위치를 놓치게 되고, 친구는 숲 속 어딘가에서 길을 잃는다. 비스마르크는 친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는 다급한 외침을 듣는다. 그의 친구가 멀리서 "비스마르크! 나를 구해줘!"라고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서둘러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친구가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늪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했다. 조금만 더 늪에 빠져들면 친구는 빠져나올 힘을 완전히 잃고, 결국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친구는 두려움에 떨며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하지만, 늪의 무거운 진흙이 그의 몸을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비스마르크의 눈에 단호한 결의가 스친다. 그는 그의 총을 꺼내 친구에게 겨눈다.
친구는 놀란 눈으로 비스마르크를 바라보며 외친다. "비스마르크! 제발, 나를 쏘지 말아 줘!" 그의 음성은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냉정하게 말한다. "자네를 구하려고 내가 늪에 들어가면 나 역시 죽을 것 같네. 가만히 놔두자니 자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네. 그래서 내가 자네를 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친구는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그리고 극도의 공포와 생존 본능이 그를 강하게 휘감는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자신을 끌어당기는 늪의 힘에도 불구하고, 그는 손으로 바닥을 휘저으며 온 힘을 다해 몸을 늪 밖으로 밀어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의지가 그를 움직였고, 결국 그는 늪에서 빠져나와 땅 위에 쓰러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친구는 비스마르크를 바라본다.
비스마르크는 다가와 그의 친구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이봐, 친구. 내가 겨눈 것은 자네의 머리가 아니었네. 내가 겨눈 것은 자네의 마음과 생각이었지. 자네는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그 힘을 스스로 믿지 않았을 뿐이네."
그 순간, 친구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의 생각이 그의 한계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그가 늪에 빠져들며 포기하려 했던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에게 설정한 무의식적인 한계였다는 것을. 비스마르크는 총을 겨누어 그 한계를 깨뜨렸고, 친구는 그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 삶에도 깊은 교훈을 준다. 비스마르크의 친구처럼, 우리는 종종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갇혀있을 때가 많다. 이 한계는 외부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것일 때가 많다. 우리는 '이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나는 이걸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작은 틀 안에 가둔다.
그러나 비스마르크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의 한계는 단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든, 우리가 스스로에게 설정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진정으로 몰입하고 집중한다면,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비스마르크의 친구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신체적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마음이 새롭게 깨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고, 그 믿음이 그를 구해냈다.
우리 삶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우리의 능력 중 5%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은 95%의 능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잠재된 채로 있는 것이다.
이 잠재된 능력을 깨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믿음'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늪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단순한 생각이나 바람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윈스턴 처칠은 "태도는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이 만드는 차이는 엄청나다"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대하느냐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태도로 삶을 대하면, 우리는 그저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삶을 대하면, 우리는 그 장애물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비스마르크의 친구가 늪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닥쳐오는 여러 가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 순간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계를 정하는 것은 외부의 조건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마음이 믿고, 행동하면, 우리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재정의할 때다. 나 자신을 믿고, 내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더 이상 두려움과 불안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스마르크의 친구처럼, 우리도 마침내 늪에서 빠져나와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