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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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과 고흐
19세기말, 인상파 이후의 미술사조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는 두드러진 인물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당시 미술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두 화가는 각각의 독특한 삶과 작품 세계를 통해 서로 다른 예술적 길을 걸었지만, 그들의 만남과 관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 냈다.
이 글에서는 고갱과 고흐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살핀다.
1. 폴 고갱의 삶과 작품 세계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프랑스 출신의 화가로, 후기 인상파 미술의 선구자로 불린다. 고갱은 원래 해군과 주식 중개인으로 활동했으나, 30대 중반에 이르러 미술에 전념하기로 결심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예술가로서 새로운 길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고갱은 초기에는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으나, 곧 인상파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로 밝고 강렬한 색채, 단순화된 형태, 상징적이고 원시적인 주제를 탐구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의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그가 갈망하던 "순수"와 "자연"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특히 고갱은 프랑스를 떠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이주하면서 그의 예술적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정립하게 된다. 타히티에서 그는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탐구하며 이를 주제로 다수의 작품을 제작한다. 타히티 시절의 고갱은 서구 문명의 부조리함을 피하고, 순수하고 원시적인 자연 속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고자 했다. 대표작으로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있으며, 이 작품은 고갱의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탐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 세계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로, 그의 생애는 고통과 고뇌로 가득 찬 것이었으나, 그가 남긴 작품들은 미술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는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오로지 독학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했다. 고흐의 초기 작품은 주로 어두운 색채와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밝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며 감정적으로 강렬한 표현주의적 작품으로 변모한다.
고흐는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등이 가장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 굵은 붓질, 과장된 형태로 감정과 정신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예술을 창작했으며, 이는 그의 작품에 강한 내면적 감정이 투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는 당시의 미술계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사후에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예술사의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3. 고갱과 고흐의 만남과 관계
고갱과 고흐는 서로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진 예술가들이었지만, 한때 예술적 동지로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들의 만남은 1888년 프랑스 아를에서 시작된다. 고흐는 자신이 꿈꾸던 예술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고갱을 초대했고, 두 사람은 약 9주간 함께 지내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점차 긴장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고갱은 지적이고 이성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고흐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인물이었다. 이러한 성격 차이로 인해 둘은 자주 충돌했다. 특히 예술적 관점에서 고갱은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을 추구한 반면, 고흐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그들의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고흐의 정신 상태가 점차 악화되었고, 고갱과의 충돌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유명한 "귀 사건"은 이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888년 12월, 고흐는 자해를 통해 자신의 귀를 잘라내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고갱과의 갈등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었다. 이 사건 이후 고갱은 아를을 떠났고,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4. 그들의 작품과 영향
고갱과 고흐는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들이 남긴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갱은 원시주의(Primitivism)와 후기 인상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의 작품은 피카소와 마티스 같은 20세기 초반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그의 타히티 작품들은 서양 예술계에 이국적인 주제와 상징성을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고흐 역시 표현주의와 현대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강렬한 색채와 붓질로 표현했으며, 이는 이후 표현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고흐의 작품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으며,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맺음말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는 각기 다른 예술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만남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고갱은 자연과 원시적 삶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화가였고, 고흐는 자신의 내면적 고뇌와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한 예술가였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예술적 동지로서 함께했지만, 서로의 성격 차이와 예술적 관점의 차이로 인해 결국 갈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작품은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감정을 반영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