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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구 시인의 시 '白露 백로'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白露 백로





시인 강순구






태양이 어두움을 밀어낸 여명黎明 아래
창조주 질서 따라 풍년의 기운 가득
대지 위 보슬 보슬비 촉촉히도 적신다

풀잎에 매어 달린 이슬의 환희로움
풍년의 기운 가득 가을은 내려오니
아픔과 기쁨 공존 속 교차되는 인생 같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순구 시인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자연의 풍경과 조화롭게 연결하여 시적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에는 삶의 깊이와 철학적 사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자연과 인간, 그 사이에서 빚어지는 일상 속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시각적 이미지와 감성적 여운을 강하게 남긴다.
특히 '백로白露'라는 시를 통해 그는 자연의 변화 속에서 삶의 의미와 그 이면에 담긴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 시는 가을을 맞이하는 백로의 계절적 변화와 더불어 인생의 순환과 조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희망과 고통의 교차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태양이 어두움을 밀어낸 여명黎明 아래"

첫 행에서 시인은 태양이 어두움을 밀어내는 '여명'을 언급하며 새벽의 경이로운 순간을 그려낸다. 여명黎明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으로, 희망과 기대의 상징이 된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태양의 이미지는 시적 주제를 암시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어두움은 곧 지나간 시간과 고난을 상징하며, 태양은 이를 극복하고 새로이 펼쳐질 삶의 장을 의미한다.
이로써 시인은 자연의 순환 속에 담긴 인간의 희망과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환기한다.
또한, 태양이 밀어내는 ‘어두움’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어두운 면과 그 극복 과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창조주 질서 따라 풍년의 기운 가득"

이 두 번째 행은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서의 풍요로움을 강조한다. '창조주'라는 표현은 자연의 질서가 인간의 의지가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짐을 암시한다.
이는 신성함을 부여함과 동시에 자연의 순환과 인간 삶의 불가분의 관계를 드러낸다. '풍년의 기운 가득'이라는 구절은 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희망과 기원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풍년은 단순히 물질적 풍요로움을 넘어서, 인생에서 성취를 이루고 그 성취를 누리는 순간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된다. 따라서 이 행은 자연 속에 담긴 희망과 축복을 강조하면서, 삶의 긍정적인 면을 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지 위 보슬 보슬비 촉촉히도 적신다"

세 번째 행에서 시인은 대지 위에 내리는 '보슬 보슬비'를 묘사하며 부드러운 감성적 이미지를 만든다.
'보슬 보슬비'라는 표현은 가벼운 빗줄기를 연상시키며,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부각하며,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이러한 이미지는 앞서 언급된 '풍년의 기운'과 연결되어, 자연의 은혜와 그 속에 담긴 생명의 순환을 보다 심도 있게 전달한다. 시인의 시각적 묘사는 감각적인 울림을 주며 독자에게 자연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풀잎에 매어 달린 이슬의 환희로움"

이 네 번째 행에서는 '풀잎에 매어 달린 이슬'이라는 세밀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을 연상시키며,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강조한다.
'환희로움'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자연의 순간이 주는 기쁨과 경이를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이슬 한 방울에 담긴 경이로움을 통해, 자연의 작은 요소에도 커다란 감동과 의미가 숨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곧 인간의 삶 속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주는 행복과 감동을 상기시키며, 삶의 소중함과 깊이를 깨닫게 한다. 또한, 풀잎과 이슬의 조화는 자연과 인간, 생명과 그 순간의 찬란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풍년의 기운 가득 가을은 내려오니"

다섯 번째 행에서 시인은 다시 한번 '풍년의 기운'을 강조하며 가을의 도래를 묘사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풍년의 기운이 가득한 가을은 풍요와 성취를 상징하며,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의 순환 속에 내재된 인간 삶의 주기성과 성취의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 여기서 가을의 이미지는 성취와 감사,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를 느끼게 하는 동시에, 인생의 깊이와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성찰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아픔과 기쁨 공존 속 교차되는 인생 같네."

마지막 행은 시 전체의 정서를 한데 모으며, 인생의 양면성을 심도 있게 조망한다. '아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교차되는 인생'이라는 표현은 인간 삶의 복잡성과 그 안에 담긴 다채로운 감정을 직시하게 한다.
자연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삶을 비유하는 시적 표현은, 인생이란 곧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적인 여정임을 상기시킨다. 시인은 이를 통해 고통과 기쁨이 함께하는 삶의 여정을 긍정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인간 존재의 숙명을 탐구한다.

강순구 시인의 '백로白露'는 자연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생의 깊이와 복합적인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성찰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표현의 섬세함과 시각적 이미지의 중요성은 독자에게 강한 감성적 울림을 제공하며, 동시에 삶의 본질과 그 안에 담긴 희망과 고통의 공존을 직시하게 한다.
이 시는 자연을 통한 인간 삶의 성찰을 드러내며, 강순구 시인만의 독창적인 문학적 세계관과 가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의 시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감수성과 표현력으로, 자연과 인생의 조화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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