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시인의 '폭우'를 청람 평하다
이창식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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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시인 이창식
P.T(Putin)의
호각號角소리에
포탄이 떨어지고
미사일이 날고
산 옆구리가 터지고
핏물이 솟구친다
마귀의 쇠갈고리로
들판을 난도질하고
보금자리를 약탈하고
숨을 막고 짓밟는
불한당不汗黨
산천은 울부짖고
사람은 눈물짓고
천벌天罰이 약이다
하늘의 쇠창날에 혼비백산
철조망 넘는 눈 뻘건 죄수
'너희들이 또 머리 조아리고
부르리라, 나를'
힐끔힐끔 갑질하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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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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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식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한 맥락을 형성하며, 현실의 부조리와 사회적 모순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꿰뚫어 보는 작가이다. 그의 시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현실에 맞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시 '폭우'에서는 폭력적인 정치권력과 그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묘사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비극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낸다.
이 시의 언어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고, 이미지들은 강렬한 비유와 상징으로 구성되어 독자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이러한 특성은 그의 작품 세계가 지닌 독창성과 더불어,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P.T(Putin)의 호각號角소리에 포탄이 떨어지고 미사일이 날고 산 옆구리가 터지고 핏물이 솟구친다"는 대목에서
이 시는 전쟁의 참상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 시의 첫 연은 전쟁의 공포와 비극을 한데 엮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호각소리'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권력자의 명령 하나에 의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포탄과 미사일, 그리고 '산 옆구리가 터지고 핏물이 솟구친다'는 표현은 전쟁의 물리적 폭력성과 그로 인한 자연과 인간의 피폐함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특히, '산 옆구리가 터진다'는 표현은 자연마저도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없음을, 그리고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암시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전쟁의 비인간성을 더욱 부각한다.
"마귀의 쇠갈고리로 들판을 난도질하고 보금자리를 약탈하고 숨을 막고 짓밟는 불한당不汗黨"이라는 표현에서,
시인은 전쟁의 잔혹함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마귀의 쇠갈고리'는 전쟁의 주체를 악마적인 존재로 비유함으로써,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비인도성과 악랄함을 강조한다. '들판을 난도질하고'와 '보금자리를 약탈하고'라는 구절은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전쟁의 비극을 상징한다.
특히 '숨을 막고 짓밟는 불한당'이라는 구절은 전쟁의 가해자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조차 허락하지 않는 폭압적 본질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폭력적인 권력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표현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산천은 울부짖고 사람은 눈물짓고"는 자연과 인간의 고통을 동시에 그린다. 여기서 산천은 전쟁의 폭력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사람은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을 상징한다. '울부짖고'와 '눈물짓고'라는 표현을 통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전쟁이 단순히 인간 사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전체에까지 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각하며, 전쟁의 비인도적 측면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천벌天罰이 약이다 하늘의 쇠창날에 혼비백산 철조망 넘는 눈 뻘건 죄수 '너희들이 또 머리 조아리고 부르리라, 나를' 힐끔힐끔 갑질하는 너"에서 시인은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에 대한 저주와 경고를 담고 있다.
'천벌이 약이다'는 표현은 신의 벌조차 이들을 구원할 수 없음을 암시하며, 그들이 결국엔 자신의 죄악으로 인해 파멸할 것이라는 예언적인 뉘앙스를 갖는다. '하늘의 쇠창날에 혼비백산'은 자연의 분노나 신의 심판을 상징하며, '철조망 넘는 눈 뻘건 죄수'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결국 가해자들도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힐끔힐끔 갑질하는 너'는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력의 횡포를 부리는 자들을 조롱하며, 그들의 오만과 위선을 비웃는다.
이창식의 시 '폭우'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고통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시는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독자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화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비유와 상징을 통한 이미지화, 반복적 리듬을 통한 긴장감 조성, 그리고 직설적이고도 시적인 언어 사용이 돋보인다.
이 시는 특히 감성적 측면에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넘어서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존엄과 정의에 대한 작가의 가치철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창식 시인의 시는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과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의 시적 세계는 현실의 부조리 속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내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폭우'는 이러한 그의 시적 철학을 응축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