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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 작가 채수아 시인의 '마중물을 청람 평하다

채수아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마중물




시인 채수아








마중물은 펌프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입니다.
뜻도 좋지만, 입에서 오물거리는 어감이 그렇게 좋습니다.
마중물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분위기를 이끌고 사람들을 모아 하나가 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향기가 납니다.
할머니 한 분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딸이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운동하시는 다른 할머니들께
먹을거리를 챙겨 주시며 벤치에 모이게 하셨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할머님 몇 분에게 설렁탕을
사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 모두를 당신 집으로
이끄시고는 냉커피, 고구마, 옥수수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나오는 내 손에는 겉절이 김치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새벽 운동을 시작하면서 만난 아파트 단지 할머님들의
따스한 분위기 속에는 한 분의 '마중물'이 계셨습니다.
늘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뭔가를 주려고 애쓰시는 모습,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진심, 그리고 아름다운 향기!
그분의 존재로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요?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속에
따뜻한 꽃 한 송이가 곱게 피어났습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채수아 시인은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능력을 지닌 시인이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사람들 간의 따스한 교감을 그려내며,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애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철학적 태도가 엿보인다.

시인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행복과 따뜻함을 글로 표현한다.
시 ‘마중물’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말하는 ‘마중물’은 일종의 촉매제와 같은 존재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끌어내고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그런 ‘마중물’이 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노래하고 있다.

첫 번째 행, "마중물은 펌프질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입니다."에서 시인은 ‘마중물’의 사전적 정의를 통해 시의 핵심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마중물은 펌프를 사용해 물을 끌어올릴 때 먼저 붓는 작은 양의 물이다.
여기서 ‘마중물’은 곧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도입은 독자에게 시의 주제를 암시하며, 곧이어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뜻도 좋지만, 입에서 오물거리는 어감이 그렇게 좋습니다."라는 두 번째 행에서는 '마중물'이라는 단어의 어감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표현한다.
여기서 '오물거리다'라는 표현은 단어가 입에서 굴러가는 소리와 느낌을 나타내는데, 이는 시인의 언어적 감각을 드러낸다.

'마중물'의 물리적인 의미를 넘어, 단어가 가진 울림과 그 안에 담긴 따스함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러한 표현은 시인이 언어를 다루는 독특한 방식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감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중물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에서는 '마중물'의 의미가 사람들에게로 확장된다. 시인은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하나로 모이게 하는 사람들을 '마중물'로 비유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화하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분위기를 이끌고 사람들을 모아 하나가 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향기가 납니다."에서 시인은 이러한 사람들에게서 나는 '아름다운 향기'를 언급하며, 그들의 내적 선함과 인간적 매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향기'라는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시각적, 후각적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그 사람이 지닌 따뜻한 마음과 성품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시의 감성적 깊이를 더해주며, 독자로 시 속의 인물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만든다.

이어지는 행들에서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마중물'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딸이 사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셨습니다"에서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 온 할머니의 상황을 묘사하며, 그녀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곧 사회적 관계 형성의 첫걸음을 상징하며, 낯선 곳에서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인간 본연의 사회적 욕구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할머니는 "운동하시는 다른 할머니들께 먹을거리를 챙겨 주시며 벤치에 모이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며 타인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이는 마중물처럼 먼저 물을 붓는 행위와 같다. 자신의 자원을 나누고,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따뜻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나오는 내 손에는 겉절이 김치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그 할머니의 손길이 얼마나 넉넉하고 다정한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김치통을 들고 나오는 모습은 단순한 호의 이상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상징하며, 독자들에게 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시의 후반부에서, "새벽 운동을 시작하면서 만난 아파트 단지 할머님들의 따스한 분위기 속에는 한 분의 '마중물'이 계셨습니다." 이 구절은 시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한다.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모여 공동체 전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할머니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고 나누며 더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 유대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마중물'이 되는 삶의 가치를 역설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분의 존재로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해졌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독자들로 시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주변에 있는 마중물 같은 사람들의 존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시는 끝을 맺는다.

채수아 시인의 시 '마중물'은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소중한 인간애와 관계의 의미를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연결고리를 찾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인간적 교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녀의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으며, 언어의 울림과 이미지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마중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그녀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중물'이 되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독자들로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금 소중히 여기게 만든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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