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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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인 배정화
속을 보여주지 않고
크고 작은 세파에 휘둘림 없이
무엇이든 받아 내어 넓고 푸른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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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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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화 시인은 삶의 굴곡을 시로 승화시키며, 인간 내면의 깊이와 고독,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시적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의 시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와 연결하여 묘사하며, 세상에 대한 관조와 통찰을 담고 있다.
삶의 여러 경험을 통해 얻은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인 배정화의 시 '바다'는 그가 바라보는 삶의 태도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다는 그가 선택한 하나의 은유이자, 세상을 관조하는 하나의 렌즈다.
시인은 바다라는 대상을 통해 인간의 삶을 표현하며, 그 안에 내재된 자연의 순응과 수용의 자세를 시적으로 그려낸다.
"속을 보여주지 않고"는 바다의 겉모습을 묘사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 숨어 있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고 있지만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삶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시인은 바다가 본질을 감추는 것처럼, 인간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암시한다.
이는 곧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동시에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찰이 담겨 있다.
"크고 작은 세파에 휘둘림 없이"는 바다가 여러 시련과 어려움을 견뎌내는 모습을 상징한다.
여기서 '세파'는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의미하며, '휘둘림 없이'라는 표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나타낸다.
바다는 폭풍과 파도를 맞으면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다.
이는 곧,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강인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도전과 시련을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인간의 자세를 강조하며, 인내와 끈기의 가치를 노래한다.
"무엇이든 받아 내어 넓고 푸른 세상을 만든다"는 바다의 수용성과 포용력을 나타낸다. 바다는 강물, 비, 심지어 오염물질까지도 모두 받아들여 그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바다를 인간의 포용적 마음에 비유하고 있다. 인간 또한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경험과 감정을 받아들여,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는 삶의 모든 순간을 수용하고, 그로부터 배워 나가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시인은 이러한 태도를 통해 인간이 더 넓고 깊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바다를 통해 인간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감정의 깊이와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시인은 바다의 이미지와 그것이 주는 감성적 울림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도 수용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바다가 끝없이 넓고 푸른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인간 역시 모든 경험을 수용하고, 그로부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시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시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을 통한 인간 삶의 비유와 철학적 탐구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로써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배정화 시인의 '바다'는 표현상의 간결함과 함축성으로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시인의 시적 표현은 직접적이면서도 그 안에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독자로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의 시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독자의 마음속에 풍경을 그려내며,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로 삶의 본질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바다의 깊이와 넓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관조하는 시인의 시각은 매우 독창적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요컨대, 배정화의 시 '바다'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삶의 여러 측면에서 수용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인은 바다라는 큰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그들의 삶의 태도를 성찰하며, 이를 통해 보다 깊고 넓은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시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삶의 깊이를 담은 철학적 사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