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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의 등허리 땀 내음

백영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김왕식








아비의 등허리 땀 내음



시인 백영호




등 굽은 등허리서
땀 냄새가 진동한다
진종일 땀에 배어
평생이 땀에 저린 일생였소

할매의 장사 치르던 날
어매는 꺼이꺼이 울었지만
아비는 울지 않았다
등 돌린 허리 땀 냄만
뻐꿈뻐꿈 풍겼을 뿐,

아비의 땀 냄새는
어매의 그것보다
진하고 아픈 속울음이었음
자식 나이가 아비나이 즈음
가슴의 통곡 소리,
백색소음 吐토임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시 "아비의 등허리 땀 내음"은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백영호 시인은 일생 동안 노동과 고된 삶을 살아온 한국의 아버지 세대를 대변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아버지의 모습과 그가 느낀 고통과 슬픔을 '땀 냄새'라는 감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작가는 스스로가 성장해 가며 아버지의 삶과 그 속에 담긴 슬픔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적 언어로 인간의 본질적 감정과 관계의 복잡함을 탐구한다.
이 시는 단순한 '땀 냄새'라는 일상적 이미지에서 출발해,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의 깊이를 발견하게 하는 시적 여정을 그린다.

"등 굽은 등허리서 / 땀 냄새가 진동한다"

첫 행에서는 굽은 등허리에서 진동하는 '땀 냄새'라는 강렬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등 굽은 등허리'는 단순한 신체적 특성을 넘어서, 오랜 세월 동안 삶의 무게를 견뎌 온 아버지의 삶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땀 냄새'는 단순히 노동의 산물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투쟁해 온 아버지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진동하는 냄새는 아버지의 존재감과 그의 고단함을 강조하며, 시인의 기억 속에 깊게 각인된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이 냄새는 시각적 이미지가 아닌 후각적 이미지로, 독자로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더욱 생생하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진종일 땀에 배어 / 평생이 땀에 저린 일생였소"

두 번째 행에서는 '진종일 땀에 배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는 하루뿐 아니라 평생을 노동에 바쳐온 아버지의 일생을 가리킨다. ‘평생이 땀에 저린 일생’이라는 표현은 아버지의 삶이 오롯이 땀과 고통으로 점철된 것이었음을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시인은 아버지의 삶이 '저린' 상태였음을 강조하며, 아버지의 고통이 단순히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것임을 암시한다. 또한 이 표현은 아버지의 생애가 일상적인 고난과 고독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전달하며, 독자로 그 고단함을 공감하게 만든다.

"할매의 장사 치르던 날 / 어매는 꺼이꺼이 울었지만"

세 번째 행에서는 ‘할매의 장사 치르던 날’이라는 사건을 통해 가족의 상실과 그로 인한 감정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어매는 꺼이꺼이 울었지만’이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슬픔이 겉으로 표출되었음을 드러내며, 감정의 직접적인 발현을 보여준다.
이는 어머니의 감정이 솔직하고 자유롭게 드러나는 반면, 아버지의 감정은 그 반대임을 대비적으로 암시한다.
또한, '울었다'는 표현은 눈물과 함께 감정을 분출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어머니의 고통이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된다.

"아비는 울지 않았다 / 등 돌린 허리 땀 냄만 / 뻐꿈뻐꿈 풍겼을 뿐, "

네 번째 행에서는 아버지의 고통과 슬픔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보여준다. '아비는 울지 않았다'는 구절에서 아버지의 내면의 단단함과 감정의 억압이 느껴진다. 하지만 '등 돌린 허리 땀 냄만 뻐꿈뻐꿈 풍겼을 뿐'이라는 표현은 그가 울지 않았다고 해서 슬픔이 없었던 것은 아님을 암시한다.
오히려 그의 땀 냄새가 슬픔의 대리적 표현이 되어, 그 속에 내재된 아버지의 감정의 깊이를 전달한다. 이로써 시인은 말없는 아버지의 슬픔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는 아버지의 내면의 아픔을 후각적 이미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비의 땀 냄새는 / 어매의 그것보다 / 진하고 아픈 속울음이었음"

다섯 번째 행에서는 아버지의 '땀 냄새'가 어머니의 슬픔보다 '진하고 아픈 속울음'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아버지의 슬픔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대신, 더욱 깊고 강렬하게 내면에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감정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내면에 쌓여 있다가, 땀 냄새로서 은유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시적 아이러니를 강조하며, 아버지의 침묵 속에 깃든 슬픔과 고독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자식 나이가 아비나이 즈음 / 가슴의 통곡 소리, "

여섯 번째 행에서는 자식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세대 간의 경험의 전이를 통해 부모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가슴의 통곡 소리'는 자식의 깨달음과 그로 인한 감정의 폭발을 상징하며,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내면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시는 부모 자식 간의 감정의 상호작용과 성숙의 과정을 탐구한다.

"백색소음 吐토임을 / 그때 비로소 알았다."

마지막 행에서는 '백색소음'이라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의 고통이 마치 일상적인 배경 소음처럼 존재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토임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는 구절은 자식이 아버지의 삶과 고통을 인식하는 순간을 상징하며, 시의 마무리를 장식한다.
이 구절을 통해 시인은 아버지의 삶이 비로소 이해되고 공감되는 순간을 강조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 순간의 충격과 깊이를 체험하게 한다.

백영호 시인의 "아비의 등허리 땀 내음"은 아버지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깊은 감정을 '땀 냄새'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노동과 희생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독자로 부모 세대의 고통을 공감하게 만든다.
감각적 이미지와 서정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단순한 경험의 서술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관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러한 백영호 시인의 시적 언어는 독창적이며 강렬하고,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감성과 철학을 반영한다.
시인은 결국 아버지의 고통과 슬픔이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도 깊이 각인된 감정의 유산으로 남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대를 넘나드는 감정의 연속성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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