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3. 2024
■
채송화처럼
청람
폭풍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 한 떨기 채송화가 버겁게 피어있다.
우리는 모두 수많은 폭풍우를 겪으며 살아간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삶을 뒤흔들고, 그 결과로 남는 것은 때로는 황폐해진 마음의 풍경일 뿐이다. 그 풍경 속에서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가운데에서도 꿋꿋하게 피어 있는 작은 꽃 한 송이, 그 작고도 연약한 존재가 품고 있는 끈질긴 생명력이다.
삶의 어느 한순간,
우리는 모두 폭풍우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갑작스레 몰아치는 거센 바람일 수도, 끊임없이 내리 퍼붓는 폭우일 수도 있다. 때로는 관계의 갈등과 상처로, 때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또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감으로 우리를 강타한다.
폭풍우는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뒤집어 놓는다.
우리는 흔들리고 넘어지며, 자신의 연약함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한 떨기 채송화처럼 버겁게라도 피어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폭풍우는 종종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우리는 잠시 비바람이 멈춘 사이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한다. 채송화가 폭풍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거친 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거기서부터 다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다. 그 꽃을 통해 우리는 깨닫는다. 인생의 가장 혹독한 순간에도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인생도 채송화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땅 위에 다시 한 번 뿌리를 내리기 위해 몸부림친다. 어떤 이는 좌절과 상처 속에서 삶을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우리는 작고도 소중한 무언가를 떠올려야 한다. 채송화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용기, 희망, 혹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모든 것이 바람에 흔들리고 상처받을 수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가치를 놓아서는 안 된다.
인생의 폭풍은 우리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한다. 우리는 폭풍 속에서 더 강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더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 폭풍우는 때로 우리를 부서뜨리지만, 그 파편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자신을 조립해 나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더 깊어진다. 마치 채송화가 거친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더 단단해지듯이 말이다.
그렇게 다시 피어난 채송화는 더는 이전과 같은 꽃이 아니다. 그 꽃은 이제 폭풍을 견딘 꽃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 존재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겪는 고난과 시련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강한 뿌리를 내리게 한다. 우리는 그 뿌리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더 많은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다.
삶의 길을 걸으며 우리는 채송화처럼 다시 피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폭풍 속에서는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고, 가끔은 정말로 그렇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면, 그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곳에 피어난 작은 채송화가 보인다. 그것은 버거운 현실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 핀 채송화는 단지 꽃이 아니다. 그것은 희망이고, 용기이며, 끈기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삶 그 자체이다. 우리는 그 꽃을 통해 배우고, 그 꽃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 피어난 그 한 떨기 채송화는, 우리에게 늘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비록 삶이 거칠고 험난하더라도, 우리가 끝내 피어나야 할 이유를, 우리가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힘을.
그렇게 우리는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채송화처럼 다시 피어난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우리 자신을 다시금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