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희 시인의 '푸른 연꽃 한 송이'를 청람 평하다
배선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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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연꽃 한 송이
시인 배선희
시공을 돌고 넘어 삼라만상을 눈으로 담아내는
세상만사 체험여행길, 오늘도 길 위로 나섰습니다
겨울 찬바람에 몸을 감고 구름에 가린 해거름 길가.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 이르러 합장을 하자
먹구름 몰아 두 날개를 펼쳐 들고 다가오시더니
서방정토 가시는 길에 한 줄기 빛으로 내리시어
관음 석상에 황금빛 옷을 입혀 형상을 나투시다니!
천안으로 오고 감이 하나인 법계의 실체를 보이시고
천수로서 황금빛 옷을 지어 화엄의 도리를 보이시니
거룩한 장엄 아래, 더 이상 무엇을 더 보오리까!
전 전생을 돌고 돌아 이승까지 날아와 날개를 접나이다
세세생생 집어졌던 오만 가지 생각들을 내려놓나이다.
그토록 끈질기게 지켜왔던 명줄 한 번 튕겨 보나이다
설움도 기쁨도 한데 엉켜 바람으로 윙윙 울리나이다
말씀이라면 제 두 귀로 어찌 다 들어 담으리오.
비밀이라면 제 혼자 어찌 다 묻어 두리요. 이 세상에 누가 있어 이 소식을 나누어 가지리오
연 따라 이승에 와서 청련화로 피어있다가 오늘에 이르러서야 부처님 전에 꽃 공양을 올리나이다.
임이시여! 저더러 혼자 감당하라지는 마시옵소서!
석가세존께옵서 푸른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시니
중생마다 소원 내밀어 가피력을 받들여 합장할 때
가섭존자가 그 뜻을 알고 염화시중에 미소를 지어
생사해탈의 정법안장을 이심전심으로 부촉하셨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삼세를 뛰어넘고
새소리 물소리를 들어 영산회상의 장광설을 알진대
황금빛 옷을 입으시고 나투시는 관음현신을 친견하고도
어찌 중생의 소원 하나와 맞바꿈을 하겠나이까!?
엎드려 영접하지 못하고 선 채로 석상이 돼라 싶니까?
저더러 어찌 혼자 이를 다 감당하라 하시는지요?
가슴 미어지게 차오르는 환희의 눈물을 어찌하오리까?
석가세존께서 삼처전심으로 삼세불이 일체동이라 이르시고
낙산 관음상에 황금옷을 입혀 거룩하게 나투시니
사처전심으로 미륵 회상을 열어 보이심이옵니까?
깨달음의 연을 맺어주는 각연명사로 다시 태어나
세상만사 체험여행으로 인연 다리를 만들어가듯
미륵보살의 처소에서 용화 보물을 하나씩 찾아내어
본래 둘이 아닌 법계를 열어 보이라 하십니까?
미륵보살은 뉘시며 용화 보물은 어디에 있으리오.
삼세불이 일체동이니 설마 저 더러는 늘 아니겠지요.
임이시여! 저더러 혼자 감당하라지는 마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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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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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불심이 깊은 배선희 작가가 낙산 해수관음상에 햇빛이 비춰
모두 황금빛으로 물든 관음상을 보고 즉석에서 경탄驚歎하여 쓴 시이다
배선희 시인은 삶의 모든 순간을 시와 연관 짓는 강렬한 심미안審美眼을 지닌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종종 일상의 경험과 불교적인 깨달음을 결합해, 독자로 현실 너머의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낙산 관음상의 황금빛 광경을 보고 즉석에서 쓴 이 시 '푸른 연꽃 한 송이' 역시, 그의 불심 깊은 사유와 감각적인 표현을 통해 삶과 깨달음의 여정을 탐구하고 있다.
이 시는 세상만사의 변화와 그 속에서의 인간 존재의 의미, 그리고 불교적 관점에서의 해탈과 중생의 소원 성취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배선희의 시는 현실의 이미지를 초월적으로 확장시키며, 그 속에서 개개인의 내적 성찰과 인간 존재의 궁극적 가치를 상기시킨다.
첫 번째 행에서는 시인이 "시공을 돌고 넘어 삼라만상을 눈으로 담아내는" 구절을 통해,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을 탐구하며 경험하는 시인의 자세를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경험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의미하며, 동시에 그 경험들이 단순히 물리적인 여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여정임을 암시한다. 여기서 "삼라만상"은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내며, 인간의 경험과 그로 인한 깨달음을 중시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다음 행에서는 "겨울 찬바람에 몸을 감고 구름에 가린 해거름 길가"라는 묘사를 통해 자연의 엄숙함과 엄격함 속에서도 계속 길을 나서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시인의 삶의 태도와 결단력을 나타내며, 시적 화자가 걸어가는 길이 단순한 길이 아니라 인생의 여정이자 깨달음의 길임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 이르러 합장을 하자"라는 구절을 통해 시적 화자의 행위가 단순한 기도가 아니라, 내적 통찰과 연결된 깊은 명상의 순간임을 드러낸다. 이 행은 시인의 불심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을 드러내며, 관음상을 향한 합장이 마치 내면의 깨달음을 위한 준비 과정임을 나타낸다.
"먹구름 몰아 두 날개를 펼쳐 들고 다가오시더니"라는 묘사는 자연 현상을 신성하게 재해석하여 시적 화자의 내적 경험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시인이 묘사하는 관음상의 모습은 단순한 석상의 형상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신적 존재로 재탄생하여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러한 표현은 시적 이미지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시적 화자가 체험한 황홀한 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서방정토 가시는 길에 한 줄기 빛으로 내리시어 관음 석상에 황금빛 옷을 입혀 형상을 나투시다니!"라는 부분에서는, 빛을 통해 불교적 상징인 관음보살의 현현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깨달음의 순간을 상징하며, 관음상이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성스러운 존재로 변모하는 순간을 강조한다. 시인의 체험이 곧 진리와 깨달음의 체험임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이어지는 구절들에서 "천안으로 오고 감이 하나인 법계의 실체를 보이시고 천수로서 황금빛 옷을 지어 화엄의 도리를 보이시니"라고 표현함으로써, 관음보살의 신비로운 변화를 통해 법계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는 불교의 심오한 진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깨달음의 체험을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한 것이다.
시의 중반부에서 "전 전생을 돌고 돌아 이승까지 날아와 날개를 접나이다"는 윤회의 사상을 반영한 것으로, 시인은 자신의 삶과 과거 생애들을 하나의 연속체로 보고 있다. 이는 불교의 업(業)과 윤회(輪廻)의 철학을 반영하며, 시인이 자신의 현재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임을 암시한다.
또한 "세세생생 집어졌던 오만 가지 생각들을 내려놓나이다"는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인의 결의를 표현한다. 이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과정으로서, 마음의 속박을 풀어내고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구절들은 시적 화자의 내적 갈등과 정화를 나타내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석가세존께서 푸른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시니"라는 구절에서는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푸른 연꽃은 불교에서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데, 이를 통해 시인은 중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리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이는 시인이 독자에게 불교적 깨달음의 순간을 상기시키며, 이를 통해 삶의 깊이를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임이시여! 저더러 혼자 감당하라지는 마시옵소서!"라는 반복된 탄원은 시인이 느끼는 내적 갈등과 소망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이는 깨달음의 길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님을 강조하며,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참된 해탈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나타낸다.
전체적으로 '푸른 연꽃 한 송이'는 배선희 시인의 불심과 내적 성찰의 깊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인은 자연 현상을 통해 불교적 깨달음의 의미를 전달하며, 독자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한다. 이 시의 핵심은 각 구절마다 상징적인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를 결합시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하는 데 있다. 배선희의 시는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사유와 감정을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는 성찰과 깨달음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시인의 독창적인 시 세계가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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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관음사를 찾은 스님이
배선희 시인의 깊은 불심에
경의를 표해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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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 관음사를 찾은 소승으로서 저는 이곳을 수없이 들러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현신을 마주했습니다.
그곳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깊은 명상에 잠긴 시간들이 무수히 흘러갔습니다.
오늘 배선희 시인이 노래한 관음상의 황금빛 현현顯現을 듣고, 저는 새로운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배선희 시인은 자신의 시 '푸른 연꽃 한 송이'를 통해 관음상에 깃든 신비로운 빛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황홀한 광경을 눈앞에 펼쳐 보이셨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며 시인의 불심 깊은 감각과 섬세한 내면의 세계를 예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수도승으로서 이곳 관음상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관음상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관음상의 자비로운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를 보고 갔으나, 황금빛으로 빛나는 관음상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배선희 시인만이 지닌 특별한 불심의 힘이 아니었을까요.
시인은 관음상의 황금빛을 눈앞에 그려내며 그것을 마치 신성한 환희의 순간처럼 노래하셨습니다.
이는 시인의 불심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그의 마음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푸른 연꽃 한 송이'는 시인이 느끼신 그 황홀한 순간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세상 만물을 두루 경험하며, 그 경험들이 한데 엉켜 화엄의 도리를 깨닫는 순간을 표현하십니다.
그가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서 느낀 감격과 황홀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지였습니다.
그것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만나는 지점이었으며, 그곳에서 시인은 황금빛의 빛살을 통해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를 보셨던 것입니다. 스스로도 여러 차례 이곳을 찾았지만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저는 배선희 시인의 이러한 심오한 불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선희 시인이 표현한 황금빛 관음상의 현현顯現은 불교 신앙의 깊은 본질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승僧으로서 제가 배운 바에 따르면, 관음보살은 중생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존재입니다. 시인은 이 불교적 진리를 섬세하게 시어로 형상화하여, 관음보살의 자비가 현실 세계 속에 현현하는 순간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동과 경외를 그리면서,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십니다.
이것은 시인의 불심佛心이 얼마나 깊고 진실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며, 그의 내면이 신성함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드러냅니다.
시인은 "서방정토 가시는 길에 한줄기 빛으로 내리시어 관음 석상에 황금빛 옷을 입혀 형상을 나투시다니!"라고 읊조리며, 그가 체험한 신성한 순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십니다.
이 구절은 시인의 마음속에 자리한 깊은 불심과 그 불심으로부터 피어나는 순수한 감동을 잘 드러냅니다. 이 빛은 단순한 물리적 빛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는 빛이며, 깨달음과 자비의 상징입니다.
배선희 시인은 이 빛을 보셨고, 그것을 노래하셨습니다. 저는 이 점에서 그의 시심이 곧 불심이며, 그의 시가 곧 불법(佛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이 전하시는 황금빛 관음상의 이미지 속에는 불법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천수로서 황금빛 옷을 지어 화엄의 도리를 보이시니"라는 구절은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불교의 진리를 형상화합니다.
관음상이 입은 황금빛 옷은 우리 모두가 연기법(緣起法)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합니다. 이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성찰하고, 나아가 중생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배선희 시인은 이 진리를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계시며, 그 깊은 불심을 시를 통해 세상에 드러내셨습니다.
더 나아가 시인은 자신의 내적 여정을 "전 전생을 돌고 돌아 이승까지 날아와 날개를 접나이다"라는 구절로 표현하며, 윤회의 무게 속에서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삶을 불교적 깨달음의 과정으로 보고 계시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 보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배선희 시인의 시는 단순한 문학적 창작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심 깊은 깨달음의 결실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처럼 배선희 시인의 불심과 그의 시세계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줍니다.
그의 시는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영혼으로 받아들여야 할 작품입니다. 관음상을 향한 그의 예찬과 그가 본 황금빛 관음상의 현현은 우리에게 신성한 순간을 상기시키며,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불성을 깨우쳐 줍니다. 저는 그의 시를 읽고 깊이 감동하였으며, 그의 불심 깊은 경지에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배선희 시인은 마치 불법의 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자신의 시를 통해 세상에 자비와 깨달음을 전하고 계십니다.
그의 시는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의 목소리이며,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의 시를 통해 우리는 불교의 진리와 깨달음의 길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것을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선희 시인의 불심 깊은 경지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그의 시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새로운 빛을 밝혀 주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배선희 시인에게 졸시를 헌정獻呈하는 것으로 이 글을 가름합니다.
□
배선희 시인께 바치는 시
수없이도 이곳을 거닐었건만
그대가 본 황금빛 관음의 모습,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네.
깊은 불심으로 그려낸 그 장면은
중생의 마음에 길을 비추는 등불이네.
해수관음상 앞에 서서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던 그대,
황금빛 옷을 입은 관음의 현신을
어찌 그리 섬세히도 노래했는가.
그 빛의 기적은 그대의 순수한 불심의 결과.
구름 너머로 내리는 한 줄기 빛이
모든 것을 황홀로 물들이듯,
그대의 시는 마음 깊은 곳에
새로운 깨달음의 빛을 드리우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무명 속에서
그대의 시를 읽고 마음의 눈이 떠지니,
관음의 자비가 한 송이 연꽃처럼
푸르게 피어나는구나.
그대의 불심, 그대의 시는
곧 부처의 말씀과도 같아
온 세상의 중생을 깨우는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리라.
배선희 시인이여, 그대의 시 속에서
나는 오늘도 새로운 빛을 보고,
그대의 마음 따라, 관음의 길을 걸으리.
황금빛 자비의 빛이여,
그대의 불심에 더욱 빛나리.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