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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옥례 작가의 '겪어보니 알겠네'를 평하다

청람 김왕식









겪어보니 알겠네




시인 황옥례




장애인들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설움
내가 무릎을 다치고 뼈저리게 느낀다

휠체어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뒤에서 밀기만 하면 다 잘 굴러가는 줄 알았는데
2~3cm 높이도 바퀴가 넘어가지 못해 서고 말았다
공중 화장실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 뒤로 밀리고
병원 주차장에는 진료실로 곧장 갈 수 없는 것은 물론
비상구 문턱이 높아 환자가 일어났다 앉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루는 바람 쐬러 중랑천으로 가는데
길이 고르지 않아 휠체어가 덜컹이며 많이 흔들렸다
잠시 장애자가 되어보니 주위에
위험한 곳 불편한 곳이 많다는 걸 알았다

연일 장애인들이 전철역에서
데모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고
그네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정부가 헤아려서 정책을 세워 주면 좋겠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은 나라
장애인이 행복하면 국민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황옥례 시인은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왔던 작가이다. 특히, 그가 직접 경험한 신체적 어려움을 바탕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사회의 현실과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과 고통을 체험하며, 그들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시의 전반적인 흐름은 장애인들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담고 있다.

이는 황옥례 시인의 인간애와 사회정의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배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설움 / 내가 무릎을 다치고 뼈저리게 느낀다"

이 첫 번째 연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과정을 표현한다. "무릎을 다치고 뼈저리게 느낀다"는 구절은 그저 이론적인 이해가 아닌, 실제로 경험한 고통을 바탕으로 한 체험적 이해를 의미한다.

작가는 여기서 장애인들의 삶의 무게를 자신의 상처와 아픔에 빗대어 매우 현실적이고 진실되게 드러낸다. 이는 독자가 장애인들의 현실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하는 효과를 준다.

"휠체어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뒤에서 밀기만 하면 다 잘 굴러가는 줄 알았는데 / 2~3cm 높이도 바퀴가 넘어가지 못해 서고 말았다"

여기서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는 작은 장애물들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2~3cm 높이도 바퀴가 넘어가지 못해 서고 말았다"는 표현은 물리적인 장애물이 사회적 장애물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어려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중 화장실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 뒤로 밀리고 / 병원 주차장에는 진료실로 곧장 갈 수 없는 것은 물론 / 비상구 문턱이 높아 환자가 일어났다 앉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연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불편함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로 작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비상구 문턱이 높아 환자가 일어났다 앉는 해프닝"이라는 부분에서는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불편함이 얼마나 빈번하고 심각한지,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하루는 바람 쐬러 중랑천으로 가는데 / 길이 고르지 않아 휠체어가 덜컹이며 많이 흔들렸다 / 잠시 장애자가 되어보니 주위에 / 위험한 곳 불편한 곳이 많다는 걸 알았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 장애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휠체어가 덜컹이며 많이 흔들렸다"는 표현은 단순한 이동조차 얼마나 많은 불편과 위험을 수반하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장애인들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며,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연일 장애인들이 전철역에서 / 데모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고 / 그네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 정부가 헤아려서 정책을 세워 주면 좋겠다"

이 연은 작가가 장애인들의 권리와 복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정책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데모하는 것을 나무라지 말고"라는 구절은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왜 거리에서 외쳐질 수밖에 없는지,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은 나라 / 장애인이 행복하면 국민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마지막 연은 작가의 희망과 이상을 담고 있다.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진정한 행복한 사회임을 역설한다.
이 구절은 단순히 장애인 복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황옥례 시인의 「겪어보니 알겠네」는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장애인들의 현실을 깊이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시의 구성은 장애인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불편함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강한 공감과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는 단순히 감정적인 울림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시인의 표현은 직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다가오며,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황옥례 시인의 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문제들을 재조명하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애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성취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황옥례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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