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4. 2024
■
장봉도의 사랑
동화작가 홍명진
"인어가 잡혔데요. 인어가!"
어떻게 알았는지 배가 포구로 들어서기도 전에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삼돌이가 소리쳤습니다 "뭐래, 인어가 잡혔다고?" "그러게 말이야. 난 인어는 전설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있었어? 인어가 잡혔다는 말에 장봉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포구에 모였어요 "정말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물고기야? "어디에 있어?" "나도 좀 보자구!"
윤슬이는 모여있는 어른들 사이를 파고들며 기웃거렸지요. 그때였답니다. 그물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인어의 눈이 윤슬이와 마주쳤답니다 꼬리를 보지 않았다면 사람 같았어요. 천사처럼 예쁜 얼굴로 네 댓살쯤 되어 보이는데 눈에 서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만 같이 가득히 고여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텐데 윤슬이는 마음이 아팠답니다.
사람들은 인어를 어떻게 해야 될지 의논을 했습니다 "몇 날 며칠 날씨가 나빠 바다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는데 첫 출장에서 인어라니? 이건 우 리 마을의 재앙이 틀림없어요 '재앙이라뇨? 이건 틀림없는 행운이에요. 인어가 흘리는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데 이걸 팔면 분명히 우리 마을은 부자가 될 거예요. 어쨌든 눈물을 흘리게 해야죠. 누군가가 인어를 갖고 싶은 마음을 꼭꼭 숨기며 말했습니다. "눈물은 무슨! 지금도 눈물은 잔뜩 고였는데 단 한 방울도 안 떨어지잖아.
그때 선장이신 삼돌이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일단 진정들 좀 하세요. 비늘 때문에 물속이 편할 듯하고 마침 집 앞에 호수도 있으니 거기 에두고생각 좀 해 보죠 진주를 팔아 부자가 되자는 아주머니는 더 큰 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고래기름은 쉬이 상하는데 인어 기름은 영원히 변하지 않다는 말 못 들었어요? 우리 마을을 환하게 밝혀 줄 거예요. 삼돌이와 삼돌이 아버지는 인어를 집 앞에 있는 호수에 두었어요
그날 밤, 윤슬이는 인어가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어요 살금살금 인어가 있는 호수로 갔지요. "어? 삼돌아!" 삼돌이도 호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응. 난 엄마 아빠랑 있는데 혼자 있는 인어가 무서울 것 같잡아. 물속에 꼬리를 감추고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을 보고 있던 인어는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습니다 "이거 먹어. 배 고프지? 윤슬이가 들고 있던 삶은 감자 하나를 인어에게 주자 삼돌이도 누룽지를 주었지요. 윤슬이 와 삼돌이는 까르르 웃었답니다. 인어의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감자와 누룽지를 받아 든 인어는 "배가 많이 고팠어. 고마워. 인어가 답을 하며 감자와 누룽지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인어야, 어떻게 하다가 그물에 걸렸어, 윤슬이가 물었는데 인어는 답 대신 눈물 한 방울을 똑하고 떨어뜨렸습니다. 뽀얀 진주가 달빛 아래에서 빛이 났습니다 "고마워. 이거 받아 인어는 삼돌이와 윤슬이에게 진주를 하나씩 주고는, "난 서해 용서궁의 공주야. 해풍마왕이 심술을 잔뜩 부려 어민들이 바다에 나가지 못한다고 아바마마인 용궁님께서 해풍마왕에게 전달하라는 편지를 갖고 심부름 가는 중이었어. 윤슬이와 삼돌이는 깜짝 놀랐어요 우리를 도와주려는 인어를 잡았으니 얼른 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려야 될 것만 같았어요 사람들하고 말을 하면 안 되는데 맛있는 감자와 누룽지 때문에. 그 애기를 어른들한테 하면 편지 내용이 다 사라져. 그냥 어른들의 뜻에 따라야만 돼.' 윤슬이와 삼돌이는 발걸음이 무거워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걱정만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하지?"
그때였습니다. 삼돌이 아버지께서 오고 계셨어요 "아버지" "너희들 여기에 있었구나. 바다 용왕의 딸이라고 전해 내려오는 인어를 데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사람들 몰래 바 다로 보내려고 나오셨답니다. 윤슬이와 삼돌이는 기뻤습니다 '우와, 아버지 멋져요 "감사합니다. 아저씨. 인어의 엄마 아빠가 걱정할 것 같아서 잠이 오질 않았는데 삼돌이아버지와 삼돌이 그리고 윤슬이는 인어를 데리고 바다로 향했지요 가" 인어는 인사를 하듯이 두 손을 모으고 잠시 물 위에 서 있더니 거북이처럼 헤엄을 치며 바닷속으로 들어갔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사람들이 호수로 왔습니다. "인어가 도망을 갔네. 어쩜 좋아요.
'복도 없지. 날도 안 좋아 바다에 나가지 못해 물고기도 잡을 수 없었는데 간신히 잡은 인어마저 도망을 갔으니. 복도 지지리 없어. 욕심 많은 아주머니는 털썩 주저앉아 땅을 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보름달이 바다에 가득했습니다. 윤슬이와 삼돌이는 주머니 속에 있는 진주를 만지작거리며 해식동굴인 공룡동굴에 서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공룡동굴 안에서 기도를 하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거든요 바람 한 점 없는데 저 멀리서 물결이 일었습니다 "어? 인어잖아.' "조용히 해. 어른들이 보시면 안 되잖아 인어가 웃으면서 다가왔습니다 "얘들아. 안녕! 해풍마왕에게 편지도 전했고 아바마마에게 너희들과 삼돌이 아버님의 따스한 마음을 말씀드렸어. 진주를 받고서도 나와의 약속을 지킨 너희들에게 정말 고마워 윤슬이와 삼돌이는 인어가 사람들과 말하면 안 된다고 했기에 지금까지 어른들에게 말씀을 드리지 못했답니다.
인어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내가 준 눈물은 누가 가지냐에 따라 보물이 될 수도 있는 진주야. 바다에 막대기를 꽂아 놓고 거기에 진주를 매달아 놓으시라고 해. 좋은 포자가 될 거야. 보름 후에 이파리가 돋으면 발을 컬처 놓고 겹쳐진 발을 하나씩 떼어 기둥에 고정시켜야 된단다. 20일간 매일 밀물 썰물 두 번씩 발을 끌어올려 해와 달의 기운을 충분히 받게 되면 이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비단이 될 거야. "비단?" "응, 용궁에서 비단은 물에도 젖지 않는 귀한 옷이 된다지만 내가 준 이 진주는 너희들이 맛있게 먹을 있는 김이 될 수가 있거든. 김이라는 말에 윤슬이와 삼돌이는 어안이 범했습니다. 김을 아직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날씨가 좋아진 다음 날부터는 풍어로 온 동네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매일매일 바다에 나 갔다 돌아오는 배는 고기를 잔뜩 싣고 돌아왔습니다. 장봉도 물고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지 요. "이젠 비라도 좀 내려서 쉬고 싶구나, 모처럼 비가 내려 쉬시는 아버지께 윤슬이와 삼돌이는 인어에게 받은 진주를 보여드렸습니 다. 인어가 말했던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는 바다에 나가 나무를 심고 진주를 붙여났습니다 매일 조금씩 까맣게 해초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게 용궁의 비단이라고? 아니 김이라고!" 99번의 사람의 손을 거치며 김은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인어가 가져다준 장봉도의 김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물고기와 함께 장봉도의 보물이 되었답니다
그 옛날 인어가 잡혔는데 그것을 놓아주니 다음날부터 매일 고기가 잘 잡혀 전국 3대 어장 이 되었답니다. 동네 사람들은 장봉도에 인어동상을 세우고 인어벽화를 그려서 인어마을을 만 들었지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영종도에 신공항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다를 메꾸니 물길이 달라져 많았던 백합 조개와 물고기등은 사라졌답니다. 장봉도의 김은 전국적으로 유명했는데 김 양식장이 전면적으로 폐쇄되어 더 이상 김 농사는 지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2000 년도 한시적으로 김 양식장이 재개되어 재래식으로 짓는 김농사는 그 명맥만 유지할 뿐입니 다.
ㅡ
■
홍명진 작가의 '장봉도의 사랑'을 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홍명진 작가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들 간의 관계를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풀어내는 중견 동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홍명진의 이야기들은 종종 전통적인 동화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반영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그는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한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교훈을 넘어, 독자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하게 하며,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작가 의식을 바탕으로, ‘장봉도의 사랑’은 인어 전설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 작용을 철학적이고 미학적으로 탐구하며, 그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홍명진 작가의 ‘장봉도의 사랑’은 인천 장봉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상생을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갈등과 조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작가는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과 함께 미학적 세계를 제시한다.
작품은 인어가 포획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된다. 인어가 실재하는지 믿지 못하던 장봉도 주민들은 호기심과 흥분으로 포구에 모여든다. 인어를 눈앞에서 본 사람들은 인간과 닮은 얼굴에 비늘과 꼬리를 가진 존재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일부는 인어가 마을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하고, 다른 이들은 인어의 눈물이 진주가 된다며 부를 얻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 이런 논의는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과 이익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 장면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낸다. 인어를 단지 이익의 도구로 보는 일부 주민들의 태도는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대 사회의 모습과 연결된다. ‘눈물을 흘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어가 가진 고유의 존재 가치보다는 그저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인간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여기서 인어는 단순한 신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자연을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에는 인어와 교감하는 윤슬이와 삼돌이라는 두 아이가 있다. 윤슬이와 삼돌이는 인어가 겪고 있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그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인어에게 감자와 누룽지를 건네며 자신들의 순수한 마음을 드러내고, 인어 또한 아이들에게 마음을 연다. 이 장면은 순수함과 동정심이 탐욕보다 더 깊이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배려는 인어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어에게 안식과 위로를 준다.
이야기의 전개는 삼돌이의 아버지가 인어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마을의 어른들은 인어의 눈물이 나 기름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에 휘둘리지만, 삼돌이 아버지는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인어를 자유롭게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이 결정은 인간과 자연이 상호 존중할 때 비로소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어가 바다로 돌아가자마자 마을에는 풍어가 찾아오고, 이는 자연의 순리에 따를 때 얻는 보상을 상징한다.
인어는 떠나기 전 윤슬이와 삼돌이에게 진주를 남기며 이 진주를 바다에 심으면 김이 자랄 것이라는 비밀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전하지 않고, 인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이후, 삼돌이의 아버지는 인어의 말대로 진주를 바다에 심고, 마침내 장봉도에서는 김 양식이 시작된다. 이 김은 물에도 젖지 않는 비단처럼 귀한 옷감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며, 마을의 새로운 경제적 자원이 된다. 이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며, 자연을 지키려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장봉도 김 양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며 마을이 번영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번영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영종도에 신공항이 들어서고, 바다를 메꾸는 개발로 인해 장봉도의 물길이 달라지며, 백합 조개와 물고기들이 사라진다. 김 양식장도 폐쇄되며 더 이상 장봉도에서 김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인간의 개발과 탐욕이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그로 인해 인간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정적 결과를 경고한다.
홍명진 작가의 ‘장봉도의 사랑’은 이러한 전개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조화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자연이 단순히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강조한다. 윤슬이와 삼돌이, 그리고 삼돌이의 아버지가 보여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철학을 반영한다. 이들은 자연을 대할 때의 겸손함과 존중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의 미학적 세계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사이의 조화를 그려내는 데 있다. 그는 자연을 단지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기능하게 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그의 섬세한 필치는 독자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책임감을 상기시킨다. 또한, 인간의 욕망이 가져오는 파괴적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가 자연과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한다.
결국, ‘장봉도의 사랑’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홍명진 작가의 철학과 미학적 세계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자연을 존중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대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인어와 장봉도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자연에 대한 깊은 존중과 사랑, 그리고 자연과의 공생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