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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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陶工은 오늘도 도자기를 깬다
김왕식
도자기 장인匠人은 흙을 빚고 구워 수많은 도자기를 만든다.
완성된 도자기를 수없이 깨뜨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일반인의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작품들조차, 장인匠人의 눈에는 미세한 결함이 있을지 모른다. 도공陶工이 망치로 자신의 작품을 과감히 깨는 모습을 보면, 외부인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충분히 아름답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왜?”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그 아까운 도자기를 왜 굳이 부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바로 프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도자기 장인匠人에게 도자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이자, 예술적 성취의 결정체結晶體다. 프로의 세계에서 작품은 자신을 대표하는 일종의 상징이며, 이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결점이 없는 듯 보여도,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볼 때 미세한 결함이라도 존재하면 그 작품은 이미 하자 瑕疵가 있는 것이다. 이 하자瑕疵는 작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장인의 평판에도 직결된다. 경쟁자는 그 작은 결함 하나로 도공의 전체적인 능력과 기준을 의심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공은 결점이 발견된 도자기를 가차 없이 파괴하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단순히 실력이나 경험의 차원이 아니다. 프로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와 그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의 엄격함이 다르다. 아마추어는 눈에 띄는 부분만을 고려할 수 있지만, 프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처럼 철저한 기준은 예술가의 양심과 직결된다. 도자기 장인은 자신의 작품이 비록 아름답고 기능적일지라도, 미세한 균열龜裂 하나가 그 작품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단순한 결점이 아니라, 자신의 장인정신과 철학을 배반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로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감수하며 스스로 설정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정신의 본질이다. 도자기를 수없이 깨뜨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도공은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그 가혹한 과정을 반복한다. 완벽을 향한 집념은, 예술적 성취를 뛰어넘어 스스로를 정화하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장인정신은 곧 예술가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도자기를 완성하는 과정은 예술가가 자신의 영혼을 작품에 담는 과정이며, 그 결과물은 자아의 투영이다. 만약 그 작품에 결함이 있다면, 이는 예술가의 내면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도공이 자신의 작품을 부수는 것은 그 부족함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정제하고 완성된 예술가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도자기 장인匠人은 완벽하지 않은 작품을 남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깨는 것은 단순한 흙 덩어리가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함을 직시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장인에게 있어 필수적이며, 그만이 아닌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길이다. 도자기 하나를 깨트리는 행위는 비록 작은 결정일 수 있지만, 이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끊임없이 갱신하고 새롭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다.
장인정신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며, 이는 미학적 완성의 기초가 된다. 도자기라는 물질적 결과물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도공에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깃든 철학과 태도다. 그는 작품을 통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메시지에는 거짓이나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프로의 세계에서 작은 결점도 용납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예술적 진실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미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란,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선 내적 통일성과 정직함을 담고 있어야 한다.
도공陶工은 예술가이자 철학자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하려 하고,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더 깊은 예술적 통찰을 얻는다. 도자기를 깨뜨리는 행위는 외형적으로는 파괴적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준비다. 미학적 완성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내면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결국 도자기 장인匠人이 자신의 작품을 부수는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야말로 프로로서의 책임이자, 자신을 끊임없이 완성해 나가는 예술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타협하지 않는다. 프로는 결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교정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정제하고, 예술적 진실성을 추구하며,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