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우리
김찬해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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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우리
시인 김찬해
세상에 공평한 것이 없다고요
그것은 당신이 모를 뿐입니다
지구촌 수십억 인구 모두에게 티끌만큼도
차이 나지 않게 주어지는 것이 있지요
하루라는 시간과 낮과 밤
오직 이것만큼은 평생 변함이 없지요
다만 우리는 그 공평함을 받고서
욕심과 게으름이란 것 때문에
불공평하다 생각하게 될 뿐입니다
공평함이 있는데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손해 본다는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불행을 모를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조금 손해 보겠다는 마음을 가질 때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세상에서
자신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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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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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해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통찰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전달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늘 우리가 놓치고 사는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담백하게 전달하며, 현대인의 고민과 갈등에 따뜻한 위로와 지혜를 제시한다.
이번 시 <우리가 모르는 우리>에서도 그는 '공평함'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인간이 갖는 불만과 욕망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며, 삶의 본질과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도록 독려한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평함'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통찰이 일관되게 드러난다. 공평함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이며, 이는 낮과 밤의 순환 속에서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주어진다. 시인은 이 일상의 공평함을 가장 먼저 제시하며, 이 공평함을 깨닫지 못하고 욕심과 게으름으로 불평하는 인간의 모습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먼저 시의 시작 부분에서 시인은 세상에 공평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생각을 '당신이 모를 뿐입니다'라는 직설적인 문장으로 반박한다. 이는 세상의 공평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대한 무지와 오해를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에게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적 도발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후 이어질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시의 중심은 인간에게 모두 동일하게 주어지는 '하루', 그리고 '낮과 밤'이라는 시간적 요소다. 시인은 이를 통해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정한 공평함의 존재를 강조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각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작가는 시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내는데, 이는 바로 "모든 것은 공평하게 주어지며, 그 공평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가는 각자의 삶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낮과 밤의 순환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는 이러한 공평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시 전체의 이미지를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평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욕심'과 '게으름' 때문이다. 시인은 이러한 인간의 내면적 문제를 단순히 나무라지 않고, 그로 인해 공평함을 잃어버린다는 점을 지적한다. 욕심은 늘 자신이 더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게으름은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두 가지 속성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불공평을 만들어내고, 세상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는 시인의 눈에 보이는 인간의 가장 큰 문제점이며, 이로 인해 '손해 본다는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일어나는 불행'이 발생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욕심을 버리고 손해를 감수하는 태도를 가질 때 비로소 세상에 주어진 공평함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공평함을 기반으로 자신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금자탑'은 노력의 결실이자 삶의 목표를 상징하며, 공평하게 주어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다. 이러한 결론은 시인이 바라보는 삶의 본질과 인간의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드러내며, 삶의 목표를 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적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는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지만, 동시에 시의 메시지는 날카롭고 명료하게 전달된다. '하루', '낮과 밤', '금자탑' 등의 이미지들은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를 통해 공평함과 욕망, 성취 등의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독자가 시의 주제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찬해 시인의 <우리가 모르는 우리>는 삶의 공평함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과 삶의 조건을 공평함의 본질로 제시하고, 욕심과 게으름이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임을 지적한다.
이로써 시는 공평함과 불공평함의 경계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일깨운다. 각 행은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으로 시의 주제 의식을 분명하게 전달하며,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독자에게 삶의 태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