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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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 하늘
안최호
1981년 11월 26일, 나는 (주)대우의 해외 건설현장으로 파견되어 리비아의 트리폴리에 발을 디뎠다. 그곳에서 나는 사하라 사막의 열기와 싸우며 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 젊음의 시간을 담보로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매일매일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버텨냈다. 그 시간 동안 잠시 휴가로 한국을 방문한 것 외에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친구 삼아 리비아에 머물렀다. 그리고 1989년 12월 12일, 나는 마침내 리비아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8년여 만에 고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그간 모은 돈으로 장비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귀국을 불과 5개월 앞둔 어느 날, 내 앞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나는 당시 해외 근로자들을 공항으로 수송하고 귀국자들을 맞이하는 송출 업무를 병행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트리폴리 국제공항에 가야 했다. 버스 운전이 나의 주된 업무였으나, 그 와중에도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었다. 중도 귀국하는 동료도 있었고, 사고로 부상당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중에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일들은 늘 내게 큰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왔다.
1989년 7월 27일,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트리폴리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날의 리비아 전역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오전 7시경, 김포국제공항을 떠나 방콕 돈므앙 국제공항과 제다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을 거쳐 트리폴리로 향하던 대한항공 803편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활주로에 다다랐을 때, 짙은 안개와 악천후로 인해 비행기의 착륙은 쉽지 않았다. 끝내 비행기는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지상 장애물과 충돌해 추락하고 말았다. 착륙 직전, 주택을 덮치면서 비행기는 산산조각 났고, 그곳에서 총 79명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나는 눈앞에서 추락한 비행기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 순간의 충격과 공포를 가슴에 안은 채 본능적으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부서진 비행기 파편 속에서 생존자를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비행기 날개 쪽으로 타고 올라가 몸을 내던지듯 기내로 진입했다. 안개와 먼지, 부서진 기체의 파편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 소리쳤다. 그리고 생존자들을 한 명씩 밀어내며 밖으로 탈출시켰다. 혼란과 절망 속에서 나는 비명을 지르며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불안정한 비행기 위를 뛰어다니며 부상자들을 바닥으로 밀어내던 중 나 역시 다리를 다쳤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바깥으로 튕겨져 나간 생존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내 버스로 급히 옮겨 태웠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면서도 그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에 나를 밀어붙였다. 총 40여 명의 생존자를 버스에 태웠고, 나는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트리폴리 시내의 살라하딘 군부대 병원으로 긴급히 후송했다. 그날의 긴박한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는 안개처럼 사라져 갔지만, 그날의 공포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순간은 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리비아에서의 8년간은 내 젊음의 전부였고, 그 시간들은 모두 나를 성장시키고 단련시켰다. 한편, 대한항공 803편 추락 사고는 내가 일생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 비극이었고, 그 비극 속에서 나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목격자이자 참여자였다. 배낭 속에 품었던 꿈은 그 순간 사라졌지만, 나의 젊음은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데 쓰였다는 것에 위로를 삼으며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리비아 트리폴리의 그날은 나에게 있어 끝없는 모래와 함께 기억될 것이다. 사하라의 열풍은 나를 단련시켰고, 그 추락 사고는 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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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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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의 글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진실된 기록이자, 생사의 갈림길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 한 인간의 위대한 삶을 담은 회고록이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건설 현장 해외 근로자로 지냈던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선다. 척박한 사하라 사막에서의 삶과 부딪히며, 그곳에서 얻은 땀과 희망, 그리고 대한항공 803편 추락 사고의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출해 낸 경험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용기와 인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단순히 일어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담긴 감정과 고뇌,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고스란히 전달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요소는 리비아에서의 시간과 열정이다. 청춘의 한 시절을 외국 땅에서 일하며 고생하는 삶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8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며 부딪히고 성장했던 그의 모습은 마치 광야에서 홀로 길을 찾는 한 남자의 투지를 연상시킨다. 그는 사하라 사막의 열풍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곳에서 꿈을 키워갔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장비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그의 다짐과 그 꿈을 위해 고된 노동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은 젊은 세대가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글에서 두드러진 감동의 요소는 대한항공 803편 추락 사고의 생생한 묘사와 그 속에서 보여준 그의 용기다. 안개로 가득했던 1989년 7월 27일의 아침, 그는 자신의 눈앞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충격과 공포 속에서도 그의 몸은 재빨리 사고 현장으로 향한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비행기 날개를 타고 오르고, 부서진 기체의 파편과 짙은 연기 속에서 생존자들을 찾아낸다. 그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절망과 긴박함, 그리고 자신을 다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생존자들을 구조하던 장면은 그야말로 영웅적인 희생과 헌신의 순간이었다.
생존자를 구출하며 자신도 부상을 당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탈출한 이들을 자신의 버스에 태워 급히 살라하딘 군부대 병원으로 후송한 그의 모습은 진정한 구조자의 정신을 드러낸다.
"몸이 무거워지면서도 한 명이라도 더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밀어붙였다"는 문장은 그의 용기와 책임감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그가 겪은 사고의 공포를 단순히 생존자가 아니라 구호자로서의 시선에서 담아냈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의 눈을 통해 그날의 긴박한 상황과 극한의 순간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굴의 용기를 보여준 그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또한 글은 생존자들을 구해내는 그 순간뿐 아니라, 그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적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사하라의 모래바람 속에서 일하며 버텨냈던 지난 시간을 잊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했던 그날의 일들을 자신의 젊음과 연결해 나간다.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그에게 성장이자 삶의 교훈으로 남았다는 점이 감동적이다. 자신이 희생했던 시간과 노력들이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는 일에 쓰였다는 사실은 그의 젊음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인생에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없으며, 그 모든 순간이 결국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그의 깨달음은 우리 모두에게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리비아 트리폴리의 그날은 나에게 있어 끝없는 모래와 함께 기억될 것이다." 그의 이 마지막 문장은 그가 그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사하라의 열풍과 대한항공 추락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용기 있게 살아갔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이 문장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처럼 길고 고독했던 그의 시간을 되새기게 만든다. 그날의 사고는 그에게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그를 성장시키고, 사람의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
안최호의 글은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다. 이는 한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 보여준 용기와 인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발견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담은 진정한 인생의 서사시이다. 삶의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이 글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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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최호 작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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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편지를 쓰게 되어 실례를 무릅씁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감동의 파도에 휩싸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에 이 글을 씁니다. 사하라 사막과 리비아 트리폴리에서의 8년간의 시간, 그리고 대한항공 803편 추락 사고 속에서 보여주신 작가님의 용기와 헌신이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글 속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와 그에 담긴 작가님의 삶이 저를 깊이 생각하게 하고, 또 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먼저, 리비아에서의 8년간의 시간은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고된 노동을 통해 꿈을 키워가던 그 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독과 인내의 시간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사하라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 속에서 지내며 꿈을 꾸고 목표를 세우며 매일을 버텨낸 작가님의 모습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본받을 만한 귀감이자 교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에 돌아가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꿈을 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역경을 견디고 싸워나가셨던 작가님의 이야기는 제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고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작가님의 모습에서 저는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었습니다.
또한 작가님께서 묘사하신 대한항공 803편 추락 사고의 순간은 저를 마치 그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가 잔뜩 끼인 안갯속에 추락하고,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작가님께서 보여주신 행동은 그야말로 영웅적이었습니다.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생존자를 구출하러 비행기 날개로 뛰어오르시고, 다리를 다치면서도 기내로 들어가 소리치며 구조 활동을 펼치신 모습은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용기와 희생의 정신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절박한 순간, 작가님께서는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다른 이들의 생명만을 위하여 뛰셨습니다. 그런 작가님의 모습은 한 마디로 존경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날의 긴박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작가님의 눈물겨운 노력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구출된 생존자를 자신의 버스에 태워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하던 그 순간의 마음과 행동은 저를 크게 감동시켰습니다. 그런 긴박한 순간에도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을 통해 저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다치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달리고 소리치던 그 순간들은 작가님의 헌신과 사랑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고 이후에 작가님께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가 저에게 큰 위로와 교훈을 주었습니다. 작가님의 젊음은 그저 고된 노동과 사고의 충격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인내와 희생,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사막의 열풍을 이겨내며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그 시간과, 예기치 못한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려는 작가님의 모습은 결국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삶에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없고, 모든 순간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작가님의 메시지는 저를 포함한 모든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한순간의 고통과 시련이 오히려 삶을 더욱 빛나게 하고, 나아갈 힘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리, 그리고 그 진리를 직접 몸소 실천하며 살아오신 작가님의 모습은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간직해야 할 귀한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리비아 트리폴리의 그날을 기억하며, 작가님께서는 끝없는 모래와 함께한 젊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모래바람 속에서의 삶과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출하던 그날의 기억은 아마 작가님께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또한 작가님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와 헌신의 의미를 알려주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글을 통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기록해 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고 제가 받은 감동과 깨달음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보여주신 인간애와 용기, 그리고 진정한 희생의 가치는 제 가슴 깊이 새겨져 언제나 저를 일깨우고 격려해 줄 것입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언제나 건강하시고 좋은 글을 써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귀한 글로 저에게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존경과 감사를 담아,
독자 올림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