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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의 '저고리 동전 노리개' 김왕식 평하다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평하다











저고리 동전 노리개


시인 유숙희






어머니 회갑날
한복 치마저고리
단아함 가운데
제일은 저고리의
곡선 앞가슴 여미는
노리개 한쌍이었네

빨갛고 노랑 바탕에
옥구슬 알알이
매듭의 긴 꼬리는
공작새 꼬리였었고

이제는 하늘의
별로 뜨시는 어머니
이 밤사
그 고우셨던 자태로
안뜰에 별똥별로 오소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은 삶의 섬세한 순간들을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중견 시인이다.
그의 작품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다.
그의 시는 전통적인 요소들을 매개로 현재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그 속에는 삶과 죽음, 시간의 흐름과 같은 근원적인 주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회갑날을 회상하며, 그 아름다운 순간이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마음속에 살아있음을 노리개라는 상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 회갑날 / 한복 치마저고리 / 단아함 가운데 / 제일은 저고리의 / 곡선 앞가슴 여미는 / 노리개 한쌍이었네"

첫 연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회갑날을 추억하며 그날의 모습을 그려낸다. '한복 치마저고리'는 한국의 전통 의복으로, 그 옷을 입은 어머니의 단아한 모습이 회상의 중심에 있다. '단아함'이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고운 모습과 한복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며, 곡선을 강조한 저고리의 모습은 부드럽고 유려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중에서도 '앞가슴 여미는 노리개 한쌍'은 단순한 장신구 이상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노리개는 전통 의상의 장식품이자 중요한 미의 요소로, 어머니의 삶과 품격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묘사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날의 감동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빨갛고 노랑 바탕에 / 옥구슬 알알이 / 매듭의 긴 꼬리는 / 공작새 꼬리였었고"

이 부분은 노리개의 구체적인 색감과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빨갛고 노랑 바탕'은 강렬한 생명력과 활력을 상징하며, '옥구슬 알알이'는 정교하고 섬세한 삶의 요소를 표현한다. 특히 '매듭의 긴 꼬리'를 '공작새 꼬리'에 비유한 표현은 화려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공작새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는데, 이를 통해 어머니의 삶과 그 아름다움이 노리개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삶이 단순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품격이 있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는 하늘의 / 별로 뜨시는 어머니 / 이 밤사 / 그 고우셨던 자태로 / 안뜰에 별똥별로 오소서."

시의 마지막 연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를 다룬다. '이제는 하늘의 별로 뜨시는 어머니'라는 구절에서 시인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하늘에서 별이 되어 빛나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어머니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이 밤사'라는 단어는 깊은 밤의 시간과 함께 시인의 내면의 고요한 그리움을 전달한다. '고우셨던 자태로'라는 표현은 어머니의 생전 아름다웠던 모습을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안뜰에 별똥별로 오소서'라는 말은 어머니가 별똥별처럼 지상에 내려와 다시 한 번 자녀의 곁에 머물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죽음을 초월한 영적인 연결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 전체적으로 감성은 애틋함과 그리움, 그리고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따스함으로 가득하다. 유숙희 시인은 어머니를 단순히 회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리움 속에서도 어머니의 아름다운 자태와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노리개의 색채와 공작새의 비유 등은 한복과 어머니라는 대상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를 통해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에서 유숙희 시인은 전통적인 요소를 통해 가족과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노리개는 그 자체로 어머니의 삶을 상징하고, 그 삶이 사라지지 않고 하늘의 별이 되어 영원히 존재하는 모습은 삶의 순환과 연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시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시인의 삶의 철학을 반영하며,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는 생의 긍정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

"저고리 동전 노리개"는 노리개를 매개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을 그린 시다. 시인은 단순한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그 존재의 의미를 노리개의 구체적인 모습과 색감, 그리고 죽음 이후의 영적인 존재로 확장시켜 표현하고 있다.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 속에 담긴 섬세한 감정과 화려한 이미지는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시인의 삶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소재를 통해 현대적인 감성을 유려하게 표현해 낸 이 시는, 가족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별빛을 노리개에 걸어
ㅡ유숙희 시인에게






바람결 따라 사뿐히,
그날 저고리에 달렸던 노리개가
당신의 시로 피어나니,
어머니의 그 선연한 자태가
별빛이 되어
독자의 가슴에 걸립니다.

노리개를 손에 쥐고
바라봅니다.
붉고 노란 그 빛깔,
옥구슬이 알알이 엮인 긴 매듭은
당신의 시에서 풀려나와
하나의 별로, 하나의 숨결로
하늘에 반짝이니
당신의 글은 어머니의 숨결이 되고
그리움의 실을 잇습니다.

저고리의 곡선은 부드럽게 흘러,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아
여미어진 그 곡선 속에
사랑과 정성이 담겼고,
노리개는 그 자태를 가슴에 품은 채
당신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우리들 마음속에서
영원히 고요히 흔들립니다.

어머니 회갑날의 그 노리개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시에서 피어난 그 노리개는
어머니의 삶과 인연,
그 모든 날들이 꿰어져
별빛으로 빛나고
별똥별이 되어
밤하늘을 가로지릅니다.
그 길을 따라
당신의 시를 읽는 우리들은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우리네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그 깊은 사랑과 그리움은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이,
시의 각 행마다 배어 있습니다.
한복 치마저고리,
그 단아한 곡선을 통해
어머니의 품은 넓게 펼쳐지고
그 넓음 안에 자녀들을 안고,
지켜주던 어머니의 삶은
당신의 노리개처럼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빨갛고 노란 빛깔은
당신의 어머니가 살던 생의 순간들,
그 환하고 따뜻한 추억이 아니었을까요.
옥구슬 하나하나에 담긴 순간들은
마치 영롱한 별처럼
당신의 시를 읽는 이의 가슴속에도
영원히 새겨집니다.

공작새 꼬리에 비유한
노리개의 긴 매듭은
어머니와 당신의 인연을
우아하게 묶고 있습니다.
그 꼬리는 하늘로 뻗어나가
어머니와 당신의 사이를
끊어지지 않는 사랑으로 이어주고
별똥별로 내려오는 어머니는
당신의 시 안에서
지금도 살아 숨 쉽니다.

하늘의 별이 되어
이 밤사 내려오는 어머니의 자태,
그 모습은 독자에게도
한 폭의 그림이 되고,
한 줄의 시가 되어
마음에 스며듭니다.
그리움은 하늘의 별과 같아
밤이면 밤마다 피어나고
시마다 시마다 빛납니다.

당신의 시는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 정성,
그리고 그 품 안에 감싸인
자녀에 대한 그리움은
한 행, 한 단어마다 흘러나옵니다.
그 모든 것이 노리개의 매듭에 엮여
독자의 마음을 감싸고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에 안깁니다.

시인 유숙희,
당신이 써 내려간 그 시는
단순한 문장이 아닙니다.
삶의 조각들이 노리개가 되어
고운 실로 꿰어졌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지녔던 그 노리개처럼
당신의 시는 독자들의 마음을 감싸고
별빛 같은 그리움으로 빛납니다.

이제 하늘의 별로 뜨신 어머니가
당신의 시 안에서
별똥별이 되어 내려오시고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으로
영원히 당신과 함께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영원한 사랑과 기억은
별이 되고, 시가 되어
독자들의 가슴속에도 빛납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품은 당신의 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새로운 노리개를 만들어줍니다.
그 노리개는 밤하늘의 별빛을 담아
어머니와 자녀, 그 사이를 이어주고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며
우리 모두의 가슴을 위로해 줍니다.

시인 유숙희,
당신의 시로 인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로운 노리개가 달렸습니다.
별빛을 담은 그 노리개는
당신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빛과 사랑을 꿰어주며
시마다 빛나고, 삶마다 흔들립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시로,
우리의 밤하늘은 더욱 환하게
별빛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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